사물의 겉모습은 변한게 없었지만 사물의 본질이 변했던 것이다. - P6

정직이 기만당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의 잔인함은  흔히 어마어마한 법인데, 지금 클레어의 경우가 그러했다. - P17

테스는 클레어가 모든 광채를 걷어 내고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시간이 자기에게 비웃음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 P17

보라, 그대의 가면이 벗겨질 때 그대를 사랑하던 남자는 그대를 미워하리라 그대의 운명이 쇠락하면 그대의 얼굴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으리 그대의 생명은 낙엽처럼 흩날리고 빗방울처럼 떨어져 그대 얼굴을 가린 베일은 슬픔이 되고 왕관은 고통이 될 것이므로(스윈번의 시 〈칼리돈의 아탈란타〉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임 옮긴이) - P18

식량은 시대가 변해도 필요한 필수품이어서 물방앗간은  여전히 돌고 있었지만, 교리는 덧없는 것인지 수도원은  사라지고 없었다. 우리는 일시적인 것(육체_옮긴이)을 위한 봉사가 영원한 것(영혼_옮긴이)을 위한 봉사보다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게 된다. - P24

슬픔이 사색을 중단시키면 잠이 기회를 노리고 찾아드는 법이다. 행복한 기분에 젖어 있을 때에는 잠을 못이루곤 했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잠을 맞아들일 수 있었다. 잠시 후 외로운 테스는 아마도 조상의 신방이었을 침실의 향기로운 정적에 둘러싸인 채 잠이 들었다. - P26

그의 태도는 여전히 침착하고 냉정했고, 꼭 다문 작은 입은 그의 자제력을 표현하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그녀의 고백을 들은 이후로 얼굴에 퍼진 끔찍한 무표정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그것은 열정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났으나 그 해방에서 전혀 이득을 찾지 못한 사나이의 얼굴이었다. 그는 인간 경험의 비통한 우연성, 다시 말해 세상사의 예측 불가능함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가 그녀를 사랑했던  내내, 그러니까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테스처럼 순수하고 착하고 순결한 여인은 또 없을 것만 같았는데, 조그만 흠이 생겼다고 해서 세상이 이다지도 달라진단 말인가 (로버트 브라우닝의 <난롯가에서>의한 구절 옮긴이)! - P28

두 사람은 사실 타오르던 불의 재에 불과했다. 간밤의 뜨거운 슬픔은 무거움으로 이어져, 이제 두 사람에게 열정의 불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 P32

마음이 곧은 사람들이 겉모습에 속았다는 것을 일단 알고 났을 때 그렇듯 그는 자신의 곧은 마음을 끊임없이 비틀어  대는 반감(反感)의 파도에 여전히 휘둘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 아래에는 연민의 역류가 있었으므로, 세상일에 능란한 여자였다면 그 연민의 역류를 이용하여 그를 굴복시켰을지도 모른다. - P45

하지만 테스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고, 모든 것을 그녀가  당연히 받아야 할 벌이라고 여기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를 향한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이 어찌나 굳건했던지  정말 애처로울 정도였다. 그녀는 성미가 급한 편이었지만, 그가 어떤 말을 해도 무례하지 않았고,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았고, 성을 내지 않았으며, 그의 태도에 원한을 품지 않았다(고린도전서> 13장 5절을 인용_옮긴이).  그녀는 자기의 이익만 구하는 현대 세계로 되돌아온 열두제자의 사랑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 P46

과거의 일은 알려지게 마련이죠. 이 세상의 아무리 외진 곳에도 사람들이 오갈 테니까 말이오. - P50

여인의 직감은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남편의 고통까지도  아는 법이다. - P54

클레어의 사랑은 지나치게 탈속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할 만큼 공상적이었다. 이런 성격의 사람에게는 눈앞에 사람이 있을 때가 없을 때보다 호소력이 덜한 법이다.
눈앞에 사람이 없을 때에는 실제적인 존재의 결함을 편리하게 없애고 이상적인 존재를 상상해 내기 때문이다. - P54

자정은 소리 없이 다가와 조용히 지나갔다. 프룸 골짜기에서 자정을 알려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