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산문선에 에피소드같은 것들이 여러개 나열되어 있는데 그 중 헌책방에서 일했던 오웰의 이야기를 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생각하는 근본적인 것은 얼추 비슷비슷한거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었다. 뭔가 지루한거를 견디기 힘들어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며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찾고자 하는 뭐 그런거 말이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긴 하지만 현실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심히 공감가기도 하고 참 조지 오웰이란 사람은 알면 알 수록 참 신비롭다고나 할까..

그러나 어떤 기관이든 과거의 기억을 어느 정도 간직하는 법이다. - P175

병원이 아무리 친절하고 효율적이라고 해도 병원에서의 죽음에는 잔인하고 지저분한 면이, 이야기하기는 너무 사소하지만 끔찍하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남기는 면이 있을것이다. - P177

 인간이 매일 낯선 이들 가운데서 죽는다는 비인간성, 바글바글함, 성급함이라는 문제가 말이다. - P177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만 봐도 독서는 오락 중에서 저렴한 편이다. 아마 가장 싼 라디오 청취 다음으로 저렴할 것이다. 그런데 영국 대중은 1년 동안 책에 돈을 얼마나 쓸까?  - P207

책 소비량이 지금까지처럼 계속 적다면, 최소한 책을 사거나 빌리는 돈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보다 투견장이나 영화관, 술집에 가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인정하자. - P209

내가 헌책방에서 일할 때 가장 놀란 점은 책을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드물다는 사실이었다. - P210

남자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지만, 온갖 종류의 소설을 피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거칠게 말해서  평균적인 소설영국 소설의 표준이 된 평범하고 좋으면서도나쁜 물 탄 골즈워디 > 같은 소설 - 이라는 것은 여자만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존경할 만한 소설이나 탐정소설을 읽는다. - P220

책 대여소에서는 사람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취향이 아니라  진짜 취향을 알 수 있는데,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고전적인 영국 소설가들은 전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평범한 대여소에 디킨스, 새커리, 제인오스틴, 트롤럽등등을 갖춰 놓아 봤자 전혀 소용없다. 아무도 빌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19세기 소설을 보기만 해도  <아, 하지만 너무 옛날 거잖아요!>라고 말하며 당장 물러선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항상 잘 팔리듯 디킨스를 <팔기>는 늘 쉽다. 디킨스는 사람들이 읽으려고 항상 생각하는  작가들 중 하나이고, 성경과 마찬가지로 간접적으로 유명하다. - P220

 대체로 책방은 겨울에 끔찍하게 춥다. 너무 따뜻하면 진열창에 김이 서리는데, 책방은 진열창으로 먹고 살기 때문이다. - P225

그러나 내가 책 장사에 평생 몸담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는 그 일을 하면서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책 장수는 책에 대해서 거짓말을 해야 하고, 그러면 책을 싫어하게 된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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