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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1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50
박세길 지음 / 돌베개 / 198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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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현사”로 불리워지는 박세길씨의 꽤나 유명한 책이다. 80년대 감옥에서 썼다고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상당히 감정적인 문체로 현대사를 서술했다. 내용이 상당히 쉬우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기는 하지만, 계속적으로 나오는 감정적인 문체는 때로는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많은 학회에서 현대사를 공부할 때 이 책을 써 왔는데, “민족”의 관점에서 그리고 “매판자본”에 대한 비판으로 일관된 이 책은 한 편으로는 감흥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단선적인 하나의 “소설”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한반도에 미국이 해방군으로서가 아니라 점령군으로 진주했다는 것, 봉건 잔재를 철저하게 일소하고 자주적인 정권을 수립한 북한정권과 달리 미군정의 후원하에 지주와 친일파를 기반으로 하여 남한에서 집권한 이승만과 한민당 일당은 전혀 자주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았다는 것. 한국전쟁을 일반적인 남침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것등의 새롭다면 새롭고, 낯익다면 낯익을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책임에 관해 서술할 때 북한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남한에 관해서는 엄격한 척도를 제시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같은 서술방식은 한쪽으로 편향된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가 균형감각을 갖기위해 반대방향으로의 막대구부리기를 해주는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데에서 의의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남과 북 양쪽에 대해 현격하게 다른 수위의 엄격함으로 비판을 하고 있는 저자의 태도는 통일방안으로서 남이나 북 어느 일방으로의 흡수통일이 아닌 남한과 북한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연방제를 지지하고 있는 저자의 생각과 배치하는 듯 하여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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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 4 - 1980년대 한국사회와 민족민주운동
한국역사연구회현대사연구반 / 풀빛 / 199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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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의 격정적 어조와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의 지나친 경제사중심의 서술에서 비롯된 한계를 잘 극복하고 있으며, 90년대의 현대사 연구성과도 수용하여 수정주의 일변도의 서술이 갖고 있는 맹점들도 잘 보완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분량이 너무 많은 것이 흠이지만, 시대별로 정리되어 1권부터 4권까지 중에서 찾아 읽는다면 크게 부담되지는 않은 듯 하다.

현재를 구성하는 역사적 진상을 규명하고 판단을 내리는 일은,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사회를 바라보려는 이들에게 시작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이 현재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면 훌륭한 역사 공부일 것이다. 그간의 현대사 학습은 분명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왔다고 하겠다. 특히 80년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던 한국 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여러모로 의의가 있었다. 그것은 민족적, 민중적 관점에서 우리 사회 각종 모순의 시원과 전개를 새로이 파악했으며 언제나 중첩되는 모순에 맞서는 저항의 전통을 열성적으로 다루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 분석 틀이 모색되고, 변혁의 전망이 제출되었던 것은 현대사 연구와 무관하지 않았다.

“한국현대사”는 이러한 소중한 전통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90년대 새로운 현대사 연구의 장을 열었다고 하겠다. 그간 축적된 다양한 성과를 역사연구회의 소장 학자들이 정리하며 논지를 전개한 것인데, 80년대 수정주의 일변도의 현대사 연구가 일정정도 노출하였던 비과학성을 보완하였다.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그간의 모든 변혁에 대한 노력이 부질없는 것으로 취급받고 있는 요즈음, 다시 철저한 과학성과 민중적 관점으로 한국 현대사를 연구한 이 책은 좋은 방향타가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연구의 전체 방향이 있어서라고 이해는 하면서도 경제 분야 분석이 양적으로 부족한 것이 개괄서로서 아쉬움이 남는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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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 소나무총서 31
박현채 지음 / 소나무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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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흔히 '청한사'라고 불리는 고 박현채 선생님의 명저다. 현대사를 공부할 때나 세미나를 할 때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와더불어 커리로 가장 많이 보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역사나 경제학에 대한 사전지식이 어느 정도 담보되어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필자들의 소논문들이 시대 순으로 잘 짜여맞춰져 있어서 특히나 관심이 있는 부분들을 찾아가면서 읽어도 무난할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일까'라는 의문은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던 것 같다. 또한 읽기가 그다지 쉽지 않은 이 책을 보면서 도대체 왜 선배들이 강하게 추천을 하는지 알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돌아보면 항상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서 단지 객관주의적인 해석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살아숨쉬는 역사를, 현재에 맞춰 재구성한 역사를 끊임없이 보여주려는 노력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왔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나온 지 이제 1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그 의미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특히나 유명한 박명림 씨의 글이나, 김동춘씨의 글은 잘못 알고 있던 내 머리 속의 역사를 철저히 깨어부수는 충격을 줄 것이다. 특히나 경제적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한 '청한사'는 항상 현실을 고민하고, 항상 역사와 대화하려고 하는, 항상 내머리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진정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이다. 중간중간에 들어가 있는 사진들도 함께 보면서 역사의 생생한 기억들을 되살려보길 바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자본주의의 형성과 심화과정을 중심으로 하고 그 속에서 민중의 역사적 진출을 서술하고 있는 경제사중심의 서술이라는 점이다. 차분한 어조와 입체적인 분석은 현대사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운 것이지만, 때로는 새내기들에게 지루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책의 핵심 중 하나는 종속적인 조건하에서 축적과정을 겪어온 한국자본주의의 형성과 그것의 독점강화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는데서 드러나는 역사진행의 합법칙성에 대한 신뢰와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조망할 때의 입체적인 균형감각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구조 : 기원, 원인, 영향'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인데, 그 글은 한국전쟁의 기원과 영향을 서술하면서 개인과 구조, 혹은 우연과 필연의 대립항사이의 어느 일방에 함몰되지 않은 채, 슬기롭게 그런 대립구조를 지양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나치게 수정주의적 경향에 치우친 다른 책들과는 달리 한국전쟁에 관한 스탈린과 김일성의 책임 또한 간과하지 않음으로써, 고착화된 분단구조를 극복하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짊어져야 할 부담으로부터 남한 뿐 아니라 북한도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음을 보여주는데 성공하고 있다.

이 책에 드러나는 몇몇 구절들이 지난 80년대의 역사적 법칙에 대한 과도한 끼워맞추기라는 혐의가 드는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현대사의 고전이라고 칭해질 만하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책들이 어느 정도 등장해야 할 때가 또 오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은 버릴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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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몰락 - 미국 체제의 해체와 세계의 재편
엠마뉘엘 토드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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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의 책은 참으로 논쟁적인 책이다. 우선, 현재에 대한 논의들을 종합정리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서 부제처럼 “미국 제국의 해체와 세계의 재편”을 인구학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며, 경제학이나 문화적인 분석을 통해서 현재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나 이슬람 세계에 대한 분석은 탁월한데, 각 사회의 문화적 기원이 다양함을 통해서 정신적 근대화의 과정이 다양하고 ‘테러리즘의 보편화’라는 미국의 이야기가 허구적이며 단지 정신적 히스테리의 표현일 뿐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시사적이다.

또한 군사력의 한계, 경제적 토대의 취약성, 보편주의의 소멸로 인하여 미국의 제국 기획의 난점과 성공 불가능성을 논하는 지점은 현실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것이다. 특히 미국 군사비가 절대적인 통계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서 “미국 군사력의 절대우위”라는 또다른 환상을 부수고 “마이크로 군사주의”라는 허약한 실체를 폭로한 것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너무나도 쉽게 끝나버린 현재의 상황에서 너무나도 논쟁적이다.

그리고 정치적․군사적인 지배의 결과는 결국 경제적이며,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논지는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석유 자원을 확보했지만 이는 미국의 재정에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단지 초국적 자본을 살찌우는 결과밖에 되지 않으며 그렇다면 제국의 경제적 토대로서 ‘조공’(또는 공납)적 수익원을 어떻게 획득할 것이냐라는 쟁점을 남긴다.

촘스키처럼 미국을 단지 “악의 화신”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미국의 의도는 무엇이고 그것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논증한 이 책의 요지는 매우 탁월하다. 미 헤게모니가 해체되고 그에 따라 국가간 체계도 변동이 올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접근이라는 지점 또한 이라크 침공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의 반대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또다른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면을 강조하면서도 “일반화된 세계경제”에 대한 보다 심화된 분석에 있어서의 아쉬움은 결론 부분에서의 취약함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또다른 “경제의 과소와 정치의 과잉”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우려도 해본다. 미국 헤게모니의 해체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도 근본적인 분석,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에 대한 보다 심화되고 기동적인 분석을 통해서 이러한 부분들을 보충해나간다면, 토드의 이 책은 충분히 보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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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반대한다 - 우리시대에 고하는 하워드 진의 반전 메시지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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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하느님이 정의로우시다는 사실을 곱씹을 때면, 나는 내 조국에 관해 근심하곤 한다.'
-토머스 제퍼슨, 『버지니아로부터의 단신』-(이 책 p.49에서 재인용)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극대화되고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결의안이 통과된 지금,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쓴다는 것이 늦은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에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시작한다. 이 책은 세븐스토리즈 프레스에서 2001년 출간된 <Howard Zinn On War>를 완역한 것이다.

미국의 역사와 전쟁에 관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집요하게 탐구해왔고 민중운동과 반전운동에 몸으로 뛰어드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던 하워드 진의 전쟁에 관한 글들을 모두 모은 책이다. 아울러 저자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반대하며 끊임없이 과거의 역사, 과거의 전쟁을 환기시킨다. '만약 역사적 관점을 갖지 못한다면, 마치 어제 태어난 듯이' 전쟁 이데올로기에 맹목적으로 현혹되어 앞 뒤 안 가리고 전쟁에 뛰어들게 마련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망각된 역사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코소보와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리비아, 베트남, 제2차세계대전 등을 역사적으로 돌아보고 있는데, 이 속에서 드러나는 군사주의와 현실주의적 외교정책에 대한 반대는 마지막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마키아벨리주의를 넘어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저자에게 있어 미국의 외교정책은 철저하게 현실적이면서, 마키아벨리적이다. 마키아벨리주의의 관심은 시민의 안녕이 아니라 국력, 정복, 지배이며, 모든 것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행해진다. 또한 그러한 정책은 통치자들의 '그럴듯한 부인'을 통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했듯이 '사자와 여우'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정책은 '침략적 자유주의'로서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저항하는 세력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만을 남겼을 뿐이다.

마지막에 저자는 '정당한 전쟁, 부당한 전쟁'이라는 칼럼을 통해서 인류의 어떤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도 전쟁은 전혀 해결책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전쟁은 철저히 마키아벨리적이며, 유일한 문제는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하는 것 뿐이었다. 아테네가 '자유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스파르타와 전쟁을 벌였던 사례를 통해서 현실의 미국정책을 비판하고 있으며, 또한 여러 철학자들의 인용을 통해서 전쟁은 주로 '국내적인 것'임을 입증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들은 제2차대전에서 반파시즘 투쟁을 위해 폭격수로 싸웠던 저자의 경험들과 어울려 설득력을 주고 있다. '유태인을 구하기 위한', '민족자결을 위한', '인종차별주의에 대항하는', '민주주의를 위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전쟁들은 결국 수많은 민간인의 피해와 권력과 부의 소수에로의 집중을 낳았을 뿐이다. 마지막에 그가 남긴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전쟁에서 반전 비폭력 운동으로 돌아서는 기나긴 여정에 동참할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두고 볼 일이다. 어떻게 전쟁 없이, 투쟁해 정의를 쟁취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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