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반대한다 - 우리시대에 고하는 하워드 진의 반전 메시지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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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하느님이 정의로우시다는 사실을 곱씹을 때면, 나는 내 조국에 관해 근심하곤 한다.'
-토머스 제퍼슨, 『버지니아로부터의 단신』-(이 책 p.49에서 재인용)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극대화되고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결의안이 통과된 지금,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쓴다는 것이 늦은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에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시작한다. 이 책은 세븐스토리즈 프레스에서 2001년 출간된 <Howard Zinn On War>를 완역한 것이다.

미국의 역사와 전쟁에 관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집요하게 탐구해왔고 민중운동과 반전운동에 몸으로 뛰어드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던 하워드 진의 전쟁에 관한 글들을 모두 모은 책이다. 아울러 저자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반대하며 끊임없이 과거의 역사, 과거의 전쟁을 환기시킨다. '만약 역사적 관점을 갖지 못한다면, 마치 어제 태어난 듯이' 전쟁 이데올로기에 맹목적으로 현혹되어 앞 뒤 안 가리고 전쟁에 뛰어들게 마련이라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망각된 역사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코소보와 유고슬라비아, 이라크, 리비아, 베트남, 제2차세계대전 등을 역사적으로 돌아보고 있는데, 이 속에서 드러나는 군사주의와 현실주의적 외교정책에 대한 반대는 마지막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마키아벨리주의를 넘어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저자에게 있어 미국의 외교정책은 철저하게 현실적이면서, 마키아벨리적이다. 마키아벨리주의의 관심은 시민의 안녕이 아니라 국력, 정복, 지배이며, 모든 것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행해진다. 또한 그러한 정책은 통치자들의 '그럴듯한 부인'을 통해서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했듯이 '사자와 여우'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정책은 '침략적 자유주의'로서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저항하는 세력들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만을 남겼을 뿐이다.

마지막에 저자는 '정당한 전쟁, 부당한 전쟁'이라는 칼럼을 통해서 인류의 어떤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도 전쟁은 전혀 해결책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전쟁은 철저히 마키아벨리적이며, 유일한 문제는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하는 것 뿐이었다. 아테네가 '자유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스파르타와 전쟁을 벌였던 사례를 통해서 현실의 미국정책을 비판하고 있으며, 또한 여러 철학자들의 인용을 통해서 전쟁은 주로 '국내적인 것'임을 입증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들은 제2차대전에서 반파시즘 투쟁을 위해 폭격수로 싸웠던 저자의 경험들과 어울려 설득력을 주고 있다. '유태인을 구하기 위한', '민족자결을 위한', '인종차별주의에 대항하는', '민주주의를 위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전쟁들은 결국 수많은 민간인의 피해와 권력과 부의 소수에로의 집중을 낳았을 뿐이다. 마지막에 그가 남긴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전쟁에서 반전 비폭력 운동으로 돌아서는 기나긴 여정에 동참할 것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두고 볼 일이다. 어떻게 전쟁 없이, 투쟁해 정의를 쟁취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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