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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몰락 - 미국 체제의 해체와 세계의 재편
엠마뉘엘 토드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토드의 책은 참으로 논쟁적인 책이다. 우선, 현재에 대한 논의들을 종합정리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서 부제처럼 “미국 제국의 해체와 세계의 재편”을 인구학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며, 경제학이나 문화적인 분석을 통해서 현재에 대한 또다른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특히나 이슬람 세계에 대한 분석은 탁월한데, 각 사회의 문화적 기원이 다양함을 통해서 정신적 근대화의 과정이 다양하고 ‘테러리즘의 보편화’라는 미국의 이야기가 허구적이며 단지 정신적 히스테리의 표현일 뿐이라는 점은 너무나도 시사적이다.
또한 군사력의 한계, 경제적 토대의 취약성, 보편주의의 소멸로 인하여 미국의 제국 기획의 난점과 성공 불가능성을 논하는 지점은 현실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것이다. 특히 미국 군사비가 절대적인 통계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서 “미국 군사력의 절대우위”라는 또다른 환상을 부수고 “마이크로 군사주의”라는 허약한 실체를 폭로한 것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너무나도 쉽게 끝나버린 현재의 상황에서 너무나도 논쟁적이다.
그리고 정치적․군사적인 지배의 결과는 결국 경제적이며, 중요한 것은 경제력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논지는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석유 자원을 확보했지만 이는 미국의 재정에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단지 초국적 자본을 살찌우는 결과밖에 되지 않으며 그렇다면 제국의 경제적 토대로서 ‘조공’(또는 공납)적 수익원을 어떻게 획득할 것이냐라는 쟁점을 남긴다.
촘스키처럼 미국을 단지 “악의 화신”으로 묘사한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미국의 의도는 무엇이고 그것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논증한 이 책의 요지는 매우 탁월하다. 미 헤게모니가 해체되고 그에 따라 국가간 체계도 변동이 올 수밖에 없는데,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접근이라는 지점 또한 이라크 침공에 대한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의 반대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또다른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면을 강조하면서도 “일반화된 세계경제”에 대한 보다 심화된 분석에 있어서의 아쉬움은 결론 부분에서의 취약함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또다른 “경제의 과소와 정치의 과잉”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우려도 해본다. 미국 헤게모니의 해체에 대한 보다 종합적이고도 근본적인 분석,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에 대한 보다 심화되고 기동적인 분석을 통해서 이러한 부분들을 보충해나간다면, 토드의 이 책은 충분히 보완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