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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면 우리들 대부분은 시장경제의 세계에서 태어나 자랐으면서도 경제학과는 담을 쌓고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근엄하고 알 수 없는 표현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경제학은 우리들의 실생활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대부분이 그런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경제학 책은 내가 읽어낼 수 없는 종류의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호,,, 이 책은 어찌나 재미있던지. 

커피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렴한 매장과 비싼 매장의 차이,
중고차 시장에서 좋은 중고차를 찾을 수 없는 이유,
참담하게 실패한 경매와 멋지게 성공한 경매의 실례,
어떤 독재가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까 등 한번 읽기 시작하면 해답을 들을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책 속 흥미로운 이야기 중 두토막만 정리해 본다. 

첫번째 :

정부의 탈황시설 설치 요구에 대해 발전소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그런데 정말로 그들이 말하는 만큼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일까.

EPA(미국 환경부)는 이산화황 배출권을 경매에 부쳤다. 발전소 측의 주장대로라면 적어도 톤당 250 달러는 들겠다고 추측했지만, 톤당 70 달러까지 떨어져도 업체들은 배출권을 사느니 탈황장치를 하는 쪽을 택했다. 탈황설비가 사실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경매를 통해 증명되었다.


두번째  :

세계 모든 나라들이 모두 의료보험은 골칫거리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싱가포르는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건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시고, 영국의 예가 엽기적이더라.

영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국가가 주도한다. 국민은 거의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는다. 당연히 초만원이고 오래 기다리며 국가가 정하고 의사가 권하는 치료를 받아들여야 한다. 치료비 지급 여부는 국립임상연구소(NICE)에서 경중을 판단하여 결정한다.

시각장애를 막을 수 있는 광역학요법에 NICE는 처음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치료에 지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왕립시각장애인협회는 이 치료의 지급함을 주장해야 했다. 맹인으로 1년 사는 것이 앞을 보고 1년 사는 것보다 못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면, 맹인과 시력있는 사람이 똑같이 긴급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 가치있는 시력있는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양눈 모두 시력을 잃게 되는 상황이라면 한 눈만 광역학요법을 시술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당황스러운 이야기. 
 

뒷부분의, 비교우위론을 근거로 한 자유무역만이 살 길이라는 얘기나, 환경오염이 저개발국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설은 엉터리라거나, 하는 부분은 미심쩍기는 하다. 어쨌든, 거의 뒤에 있는 그 얘기를 넘어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었다는 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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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죽음 - 오래된 숲에서 펼쳐지는 소멸과 탄생의 위대한 드라마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읽는동안 자연스럽게 그림이 머릿속에 그러졌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아침 숲.

바닥엔 이끼가 깔려있고, 나무 한그루가 서 있다.

그 나무에 눈,코, 입을 그려줘도 좋겠다.

딱따구리가 와서 구멍을 뚤고, 작은 벌레가 딱따구리를 따라다닌다. 위로만 올라가는 딱따구리 아래쪽에서 약을 올리고 있으면 재미날 것 같다. 둥치엔 버섯이 소담하게 피어있다.

나무는 그대로 서서 부드러운 웃음을 얼굴에 띄우고 그 녀석들에게 말을 건다. 아니, 말없이 자애로운 웃음만 지어도 좋겠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빛이 환하게 비쳐들면서는 화면은 다른 곳을 보여준다.

좀 더 활기찬 모습. 비버가 나무를 갉아내는 그림도 좋겠고, 개미들이 죽은 나무를 기어오르며 바쁘게 일하는 모습, 아님 정말 동화에서처럼 커~다란 나무에 곰이 자기 집을 꾸미는 모습... 그런 거.

내가 뭔가 체계적인 이야기를 만들 능력은 안되어서 부분부분 잘려나간 에피소드였지만, 빛깔 고운 동화(動畵)를 보는 느낌이었다. 

 
나무는 살아 있을 때도 거의 대부분의 조직이 죽은 상태이다. 매해 새로운 조직이 대사활동을 담당하고 전해에 일하던 조직은 단단한 목질이 된다. 그 적은 부분의 생명활동도 다하고 나면, 이번엔 숲속 작은 생물들이 적극적으로 나무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고요하게 느껴지는 오래된 숲, 죽은 나무 주변이 얼마나 시끌시끌한 곳인지!

다음에 숲에 가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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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역사와 신화
쟈크 브로스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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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식물의 마술'과 '마술식물' 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식물의 마술 편은 식물의 에너지 고정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식물이 지구에 등장하고, 에너지를 고정하는 존재가 되고, 동물이 그를 이용해 살아가게 되는 일련의 진화 과정에서부터 시작. 이 부분에서 저자는 동화작용을 하지 않는 동물이 "근본적으로 두 끝점이 열린 소화관"이라고 무시한다. 재밌고 더없이 적절한 표현 아닌가!

식물은 능동적 생산자임에도 이동할 수 없다는 점때문에 수동적으로만 보이고 더 진화한 동물에게 이용만 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쩌면 동물은 식물에게서 무언가 결여됨으로써 생성된 모자라는 생명체일지 모른다는 이들도 있단다. 광합성 능력을 소실했기에 포식자가 되어야만 했고, 세포의 견고성을 상실함으로써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상실로 인해 획득한 이동성은 무기영양 능력 소실이라는 무능을 메꾸어 주었다는 얘기. 

 

농업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는 애니메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인상적이었던 설명이 떠오르게 한다.- 주위에 물어보면, 나만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지만...

논밭의 풍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심코, 역시 자연이 좋아, 자연 속에 있으면 평화로워져,,,따위 말을 하지만 사실 저런건 자연이 아니란 설명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풍경이지.

저자는 농경이란 대지 어머니를 범하는 것이라고 까지 심하게 말한다. 인간이 어머니인 자연을 가혹하게 다뤄 길들이는 행위이기에, 신화에서도 본격적 농경이 시작되는 시기의 이야기는 폭력적이란다. 그러면서 각종 듣도 보도 못한 신들이 등장하는 신화가 이어져서 신화에 약한 어리버리 당황... 책 제목에 신화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는데도 왜 신화가 등장하리란 생각을 못했던가.  

그리스나 이집트 신화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인이면서 중국문학을 전공하고 불교에 심취했다는 식물학자인 그는 동양이고 서양이고 식물에 얽힌 이야기는 모르는 게 없는 모양이다.

그는 그런 그의 지식을 후반부 마술식물 편에서 술술 풀어낸다. 

약이 되는 식물, 식용 식물을 중심으로 몇십종류를 골라 그것들을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게 되었는지, 신화에서는 어떻게 등장하는지 그리고 실제 어떤 효능이 있는지 들려준다.

요건 너무 많아서 어떻게 따로따로 정리할 수는 없고, 기억에 남는 몇가지만 추려보겠다. (주의... 난 늘 변두리 이야기만 기억에 남는다)

 - 기적의 진통제로 추앙받다가 지금은 마약으로 분류되는 식물들을 언급하는 과정에 '소마'라는 음료가 등장한다. 아마 광대버섯에서 추출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환상의 알약 소마가 그 이름에서 유래한 걸까...

- 커피는 처음엔 채소처럼 먹었다고 한다. 원두를 끓여서 버터와 함께 으깬 다음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서.

- 다도에 사용되는 차는 가루차라고 하네... 진짜?

- 고대 중국에서는 오렌지를 주며 청혼을 했단다. 오렌지족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

- 일본은 중국을 통해 벼를 전해받았다고 쓰여있다. 우리나란 빼버렸어.... 우리나라 얘긴 인삼편에서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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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생각한다 쓰고 생각한다
오에 겐자부로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 해 말, 오에 겐자부로의 체인지링을 읽고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 어리둥절했다.

그 책은 너무 많은 부분을 숨겨놓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이 책에서 그 체인지링 등 근래의 자신의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섞어 들려주고 있다.

노작가는 이젠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해야할 때라고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자신이 마음 깊이 정리를 못하고 남아 있는 기억을 어서 들려주고

남은 이들이 자신 대신 그것을 이어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서구 이야기 속의 체인지링은 예쁜 아기 대신 남아 있는 헛것이지만 오에 겐자부로가 꿈꾸는 체인지링은 유한한 자신의 뒤를 이어 줄 어떤 존재인 모양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과거의 바른 언어와, 과거의 바른 인물들(나카노 시게하루외 내가 모르는 몇몇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느낌. 작가는 지금의 일본이 바른 말과 바른 글을 기억해내고, 바른 생각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심각한 문제를 TV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방식으로 서로 좋게좋게 ねぇ、ねぇ해가며 마무리하고 국제사회의 문제도 그런 식으로 얼버무려지리라 생각하는 안이함을 걱정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불만스러운 행태를 그렇게 드러내어 질타하니 후련한 기분이다가, 우리나라에선 누가 이러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지, 나 자신도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 불안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이 책, 배경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좀 힘겹게 읽었는데, 오에 겐자부로가 그렇게 존경하는 나카노 시게하루의 글들부터 찾아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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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 아름다운 섬 슬픈 역사
주완요 지음, 손준식 외 옮김 / 신구문화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대만 사람한테 중국사람이라고 하면, 무지 화낸대... 이런 말 들었을 땐 그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나뉘어 지내온 그 기간 때문인줄로만 알았었다. 오랜 옛날부터, 그러니까 우리의 삼국시대나 그 이전부터 한인들이 그땅에서 지냈던 줄로만 알았었다.(.. 라기 보담 아무 생각이 없었던가? -.-a)

그런데 한인이 대만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4백여전 전부터라고 한다. 그렇다고 대만 전체가 한인의 수중에 넘어간 지 4백년이라고 보는 것도 곤란하다. 새로 이주한 한인들은 해안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지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인들의 역사만 기억되는 것은, 문자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역사는 증거를 남기는 자의 편인데, 문자 기록이 가장 강하달까...

얼마 전에 히타이트에 관한 책을 대충 봤었는데, 천년을 땅속에 묻혀있던 그 문명이 자기 이름을 찾게 된 것은 문자로 된 기록을 남긴 공이 크더라. 발굴된 문자판만 아니었으면 그냥 다른 문명의 흔적이 더 발견된 것으로 묻어갈 뻔 했는데.

계산과 기록을 모르던 타이완 원주민들은 합리적으로(?) 땅을 어영부영 빼앗긴다. 그렇게 한족에게 야금야금 뺏겨가던 중 시모노세키 조약에 따라 대만 전체가 일본에 할양된다. 이 과정에서 대만 민중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는데, 여기서부터 나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민중이란 대만 원주민을 가리키는 것인가, 중국 대륙에서 이주한 한인을 말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원주민들은 그때까지도 국가 개념이 별로 없이 부락 단위로 지내는 것 같이 보이는데. 한인들에겐 그닥 저항 없이 슬금슬금 땅을 내준 그들이 일본군은 왜 피를 흘리며 막는 건지. 의병을 이끈 이들로 거론되는 이들은 원주민인가, 한인인가. 들어와 산 지 대충 300년 쯤 지났으면 한족과 원주민, 그리고 혼혈의 구분이 무의미한 건데 내가 고민하고 있나.

이런 생각에 대해 이 책에서는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1945년 8월 15일 전쟁이 끝났다. 대만인들은 일본이 항복했다는 것은 알았으나 광복이라는 새로운 명사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과연 그들은 자신이 패배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승리했다고 여겼을까? 둘 다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애매모호한 심경은 후일 대만 본지인이 정체성에 혼란을 갖게 되는 것과 아마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사실 광복이란 단어는 완전히 한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민족주의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인이 한인의 정권으로 되돌아왔으니 당연히 광복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토착민족에게 있어서도 광복이 진정 그 의미가 있었을까? (187쪽)

어느 쪽이든 저자가 더 걱정하는 것은 당시 일본을 두팔 벌려 환영하던 이들이 더 잘되는 것 같은, 그런 모습인 것 같다. 대만과 우리는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들며 다음 문장들이 눈을 붙든다.

남양의 속담 중에 "마땅히 머리를 숙이고 걸어야 할 놈이 고개를 쳐들고 활보할 때,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만 사회의 기풍이 경박하게 된 데에는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면서도 부당한 방법으로 부귀를 차지한 자들을 도리어 선망하는 습관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125쪽)

역사에 대해 느끼는 바가 없는 세대는 아마도 후손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역사를 창조해낼 수 없을 것이다.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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