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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제목인 무중력증후군의 자가진단용 증세를 들여다본다.
-호흡곤란, 오한, 잦은 기침, 관절에서 소리가 난다, 울렁거린다, 환영 또는 환정, 충혈, 초조감, 불면증, 흥분, 충동적 행동
이런 내겐 하나도 없네. 난 지나친 건강체질인게다. 소설에 공감할 수 없을만큼!
대체 어떤 사람들의 증상이지? 홧병이랑, (오염된 공기 속에서 밥도 안 먹고 계속할 정도의) 인터넷 중독, 운동부족을 합치면 저런 증세가 나오려나~~
병명으로 봐선 지구 중력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들의 증세인데 말야...
지구를 떠나고 싶어하는, 지구의 중력을 거부하고 무중력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라면, 성공적으로 지구인으로서의 삶을 꾸려가고 있지 못한 나로선 공감이 갈만한 배경인데, 왜 이렇게 내 얘기야 싶은 부분이 없는 걸까. 직장 옮겨댄 횟수라면 나도 누구에게 지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안 되니 신기한 노릇이다.
공감할 거리가 없는 얘기라면 새롭게 '그런 거였어? 아하~' 하고 깨달아지는 부분이라도 있어야하는 거 아닌가?
소설 속에서 달은 자꾸만 새끼를 친다.
그러나 새 달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너무 작아서 맨눈으론 볼 수 없다고 한다.
천체망원경을 지니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에겐 보일 리가 없지만 사람들은 새 달의 탄생, 존재를 믿는다. 뉴스에서 끊임없이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대중이 뭔가 새로운 것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변명거리. 자신의 일탈을 변명할 이유를.
무중력증후군이란 것도 매스컴에 의해 만들어진 병이었다. 그 병 역시 실재하는 건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사는 게 힘든 이유가 지구의 중력이 버거운 무중력증후군이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으니 그저 환영할뿐.
소설을 읽는 내가 두번째 달이 생기고 그때문에 사건이 생기길 바라는 이상으로 그 세계의 거주민들도 뭔가가 생기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새로워지지는 못하고 매스컴이 제공하는 정보 대로 행동한다. 만녈필 사건의 유행 조짐이 보인다고 보도하면 만년필을 들고 설치고, 편의점 털이가 기승이라면 편의점으로 몰리고, 무증력증후군이 발생했다고 하면 너도나도 무증력증후군인 것 같다며 병원으로 쇄도하고. 다들 매스컴의 지시대로....
아, 쓰면서 지겹다. 흔히 볼 수 있는 설명이잖아. 매스컴이 상황을 과장해서 쓰면 대중은 그걸 소비하고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진실은 왜곡되고 새로 쓰이고, 뭐가 진실인지 알 수없어지고.... 잊혀지고.... 다시 처음부터....
각각의 에피소드들도 많이 본 듯한 설정, 들어본 유머...
뉴스거리 하나에 우르르 몰려가고 폴짝거리게 만드는, 똑같은 삶의 지루함을 강조하려 했다면 성공이다.
소설 속 무중력자들이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지구의 중력에 얽매여 행동하듯이, 이 소설도 이미 나도는 이야기들의 중력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