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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상상초월 동물생활백서
비투스 B. 드뢰셔 지음, 이영희 옮김 / 이마고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고대인들에 눈에 코끼리는 아주 훌륭한 병기로 보였다. 커다란 몸집의 코끼리가 우리 군사들과 함께 가 코를 휘두르고 상대를 짓밟아주면~~ 오, 멋진 승리를 거둘 수 있겠지!
그러나 언제나 코끼리가를 가진 편, 더 많이 가진 편이 전쟁에 패하고 만다. 코끼리의 특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떨때 공격적이 되는지, 평소 행동은 어떤지.
인간은 동물을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얄팍한 지식으로 돌고래를 병기로 사용해보려하고, 코끼리를 이용해보려 하다 실패를 겪어왔다. 어린 동물들이 친구, 가족들과 함께 유희를 즐기고 어울릴 때 정상적인 개체로 자라도록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동물을 격리 수용했다가 위협적인 괴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예전에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기대감을 갖고 펼쳐보았으나 거기서 나온 것은 전부 짝짓기- 생식에 관련된 문화 뿐이었다.
더 훌륭한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낳고 키우기 유리할 것 같은 배우자만을 찾는 게 아니라 걔네들에게도 몰림현상이 있다. 어떤 숫놈이 인기가 많은 것 같으면 다른 암놈들도 슬금슬금 그쪽으로 몰린다.
분명히 열등한 숫놈을 놓고 다른 암놈들이 그쪽으로만 몰리도록 조작해놓았더니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태에서도 많이 선택된 쪽을 선택하더라.... 가 "문화"라고 나온 것의 전부.
진정 짝짓기 외엔 (인간 외의) 동물들은 관심이 없는 건가? 유전자를 남기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란 말인가, 그들에 대해 알아야할 다른 "문화"는 없다는 건가..... 하고 책을 덮고 말았더랬다. 그런데 별 기대도 없이 펼쳤던 이 책의 내용이 바로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였다.
도구를 사용한다, 언어를 사용한다, 유희를 한다와 같은 인간만의 특징으로 여기던 행동을 하고 있더라는 거다.
물론 대부분 생존과 번식을 위한 행동양식들이지만 다양한 '삶'의 모습, 특이한 습관, 개성적인 성격, 이상적인 집단(사회라고 할까....) 형태 등, 여러 재미있는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암컷들로 둘러싸인 자신의 왕국-영역-을 지키느라 애를 쓰고 뿌듯해하는 하렘 주인의 피곤한 모습과, 그를 따르는 체 하며 뒤에서 배신하는 암컷들과 그 정부들... 바다코끼리와 바다표범
얼음 위에 둥글게 모여 서서 알이 부화될때까지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는 부정 -펭귄
악어 연못위 연잎위에 알을 낳고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새 - 자카나
어린양들 틈에 끼어들어 같이 놀아주며 환심을 샀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회색여우며 그 광경에 아무 소리도 못내고 눈만 둥그렇게 뜨고 놀라는 양떼
대장을 따라 뭍으로 차례차례 올라와 떼죽음을 하는 파일럿고래
....등, 오랜 세월 저자를 비롯한 동물학자들이 관찰하고 연구한 야생동물들의 습성이 흥미진진, 상상초월이다.
첫장에서 동물들의 언어-의사소통에 관해 나오는데
노란부리 까마귀는 수다스럽다못해 거짓말까지 한다고 하고, 돌고래는 전화통화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얘기를 읽을 때는 살짝 의심해봐야하지 않을까, 여전히 고차원적 대화는 인간만의 능력이란 생각에 사로잡혀 갸웃거리는 나였지만, 난쟁이몽구스가 "저 뒷동네에 사는 녀석들이 나 따렸쪄~~"라고 동족들에게 일러바치고 다같이 복수전에 나서는 그림에 가서는 그네들도 복잡한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책의 귀여운 그림에 홀딱 넘어간 것도 같다. 결국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마지막페이지까지 쭉~~ ^^
그런데 역자 후기에...
이 책에 나오는 여러 동물들의 신기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읽고 독자 여러분도 그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과학서에 대해 이런 식의 마무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책을 어른을 위한 동화나 우화집으로 만들어버리는 후기가 아닌가.
저자도 동물에게서 찾아보는 솔로몬의 지혜....어쩌구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긴 하지만 이 책에서 진정 말하고자 하는 건 인간만의 지혜, 인간만의 특권이라고 여겨지는 특징들이 동물세계에도 있더란, 관찰을 통한 발견이지, 동물도 이럴진대 인간이 더 어리석게 굴어야겠느냐, 덜 희생해서야 되겠냐, 동물들에게서 지혜를 배워라, 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 읽기 시작한 <초록덮개>에서 원시인이 동물들이 식물을 먹는 걸 보고 그들의 선택을 따라 먹을 수 있는 식물, 못 먹는 식물을 가려가며 조심스럽게 주식으로 삼기 시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추측이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않을까...)
- 여기서 어리버리 잠깐 의문. 왜 다같이 진화해 왔다면서, 다른 동물들은 무얼 먹어야할 지 본능적으로 알고 인간은 그걸 몰라서 다른 동물을 보고 익혀야 하는 걸까? 진화론에서도 인간은 처음부터 다른 동물과 다른 존재? 자신이 뭘 먹어야 하는지도 본능적으로 알지 못하면서 소한테 아무거나 먹이니까 문제가 생기지...하는 생각도 잠깐 들고.-
하여간 요는 동물들은 뭐가 뭔지 아는데, 인간은 이 땅에 대해, 이 땅의 생명체에 관해 기본적인 것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서 더 알아내면 알아낼 수록 인간의 무지가 드러나는 건 아닌가 싶다.
이런 연구와 책을 통해서 우리의 무지를 인정하고, 동물을 더 이해하고 지구를 더 알게 되고, 더이상 코끼리를 전쟁에 동원하는 것같은 우를 범하지 않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