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아, 원래 제목이 바이오스피어2이고 부제로 <인간실험>이란 낱말을 붙어놓은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구나.  서문만 읽었을 때는 그 실험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인간실험>이라 비꼰다고 해서 제목에 덧붙일것까진 없잖아...라고 생각했었는데, <인간실험>이란 단어를 굳이 강조한 까닭을 이젠 알겠다. 

내가 바이오스피어2에 대해 처음 들은 때는 대학시절, 생태학 수업시간이었다.  그당시 교재가 인간실험에서도 가끔 이름을 들먹이는 생태학자 유진오덤의 책이긴 했지만, 이 실험이 교재에 실려있던 건 아니다. 교수님이 따로 사진과 기사를 보여주며 이런 실험도 있다고 설명하셨던 거지. (책에 있고 시험에 나온 내용이었다면 지금 까맣게 잊어먹었을 거다. 난. -.-v ) 어쨌거나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생태학자들은 그 실험에 꽤 의미를 부여하고 과학으로 인정하며 흥미를 보이고 있었고, 나도 당연히 그런 관점에서 이 실험을 받아들였을 수 밖에. 바이오스피어 2는 인공적으로 지구 생태계 모형을 만들어 그 안에서 자급자족하고 가능한 모든 물질(공기를 포함한)을 순환 재생산하며 생태계 순환을 연구하는 거대모델링실험이라고. 첫번째 실험에서 산소가 사라지는 문제를 발견했으니, 그 점을 개선하여 그 후로도 여러번의 실험이 있었을 거라고.  

책을 통해 천천히 바이오스피어2의 탄생 배경을 접하면서 난 당혹스러웠다.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를 따르는 한 집단이 있었고, 오랜 세월 성장해온 그 집단이 드디어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게 뭐지? 컬트집단의 자기 과시가 과학의 옷을 입은 것인가? 세기말의 거대 쇼인가? 현지 언론과 비판자들이 갖던 의문을 이제야 갖게 된 셈이다. 저자도 실험이 진행되면서 이것이 무엇인가, 내가 신뢰하던 지도자는 정말 지도자로 인정할만한 존재인가 의심하게 되고, 그 고민과 갈등이 이 책을 쓴 배경이다. 

어떻게 시작되었든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 8명의 인간이 2년동안 살아가는 실험이 진행된다. 생태학적, 과학적 실험이. 기후와 식물의 생장에 따라 들쭉날쭉한 이산화탄소량을 체크하고, 인공 해양 염도를 조절하고, 인공 열대우림의 강수도 제어하고....

그러나 계획과 달리 식량생산량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산소 농도도 급격히 떨어진다. 식량이 부족하니 짜증도 나고, 산소가 부족하니 몸도 피곤하고,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만만치않고.  게다가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그들간의 갈등은 심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아, 과연 인간실험이었구나! 싶어졌다. 좋게말해 인간실험이지 이건 뭐 생체실험 아닌가?
그렇게까지 해서 2년을 채우는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쫄쫄 굶으면서 기간만 채우면 성공일까? 산소부족으로 뇌손상을 입더라도 이렇게 유지해야 하는 걸까? 2년을 채운다는 목표에 연연하기 보다는 환경을 개선해가면서 더 쾌적하게 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요 근래 읽은 책 중에 가장 많은 의문을 불러 일으킨 책인 듯...
저자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과학이라는 학문에서는 어떤 실험을 통해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경우에만 그 실험이 실패로 여겨지는 것이다. 하나의 실험은 어떤 가설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게 해줄 수도 있지만, 뭔가를 그 실험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한 그 실험은 성공적인 것이 된다. (507쪽)

그러나 불행히도 운영진의 생각은 달라서 바이오스피어2 안의 모든 문제를 숨기려고만 든다. 우린 아무 문제없이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있소~! 라고. 그러면서 각계로부터 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 것. 그런데 결국 산소문제를 고백(?) 했을 때는 운영진의 우려와 달리 비난이 쏟아지지 않는다. 문제점을 숨기려할 때 신빙성을 의심받는 것이지, 공개하고 고쳐나가는 것은 실험의 일부분이란 것을 운영진만 몰랐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의 관점에서 본 이 사건의 개요를 그대로 믿자면 말이다.
어쩌면 이 책에 대한 반론으로 그 거대실험실 내에서 반목하던 다른 측에서 또 책을 낼지도....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보다 심리문제(나쁘게 말하면 헐뜯고 싸워대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아 좀 실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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