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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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읽는 내내 가족들이며, 회사 동료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다.
- 왜 그런 책을 읽어?
- 아, 다들 오해하는 거야. 백수생활 가이드 같은 게 아니라구. 책 읽을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 백수를 선택한 주인공 이야기야. 일년에 오백권 정도 읽는대.
그렇게 말해도 다들 그냥 흐응... 별로 호기심이 일지 않는 모양들이다.
난 그 설정에 끌려서 집이들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는 걸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책 읽기는 공부라는 성실하고 고리타분한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내 책 읽기는 처음부터 놀이였을 뿐이다. 내가 설사 아주 어려운 학술 책을 읽고 있다고 해도 그것 역시 놀이일 뿐이다. 놀이가 꼭 쉬울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내가 보기에는 아주 지능적이어야 하고 연마를 거듭해야 하는 바둑이나 장기, 체스를 놀이로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77쪽)

사실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위의 인용문처럼 주인공이 책을 왜 읽는가에 대한 변명(?)을 자주 늘어놓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책을 왜 읽는가를 많이 생각하며 읽은 것 같다.  작가의 말에 동의하기도 하고, 난 아냐...하기도 하고. 인용해온 초록 글씨 부분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도 일단은 재미를 추구해서 책을 읽지만, 공부도 되는 책에 더 점수를 주는 편. 공부가 될만한 재밌는 책을 고르느라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많은 책이 많이 등장하니 백수생활가이드가 아니라 독서가이드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읽다보니, 주인공과 나랑은 글 읽는취향이 다른 것 같아서, 쩝... 주인공은 오직 소설만 읽는데, 난 한달 내내 소설만 읽고 살 수 없다.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라 공부도 해야해~! ㅋㅋ

어쨌든 주인공의 할머니처럼 만사를 재미있다와 없다로 분류한다면 이 책은 '재미있다' 쪽에 든다. 공부는 안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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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시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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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린 시절, 안델센 동화에 폭 빠져들던 기억이 난다.
예를들어, 인어공주가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발을 얻는 장면까지 읽다가, 잠깐 미뤄좋고 다른 책을 읽긴 힘들겠지? 그런 이유로 난 즉흥시인을 읽는 동안엔 즉흥시인에만 집증했다. (다른때 같으면 이런 두꺼운 책은 절대 들고 다니지 않는데!)
아름다운 글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또 생각지못하게 어찌나 파란만장하고 스피디하기까지 하던지. 그래... 다시 생각해보면 안델센 동화가 대개 그렇지 않았던가.
소설 속 등장인물들 뿐 아니라, 안델센과 안토니오가 사랑한 이탈리아까지 사랑스러워져서 소설속 그 곳들을 꼭 찾아가봐야할 것만 같다. 

제목이 즉흥시인이니만큼,
주인공 안토니오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즉흥시를 짓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소위 선배격인 사람이 안토니오에게 비법을 알려준다.
'사랑, 고대, 이탈리아의 아름다움, 시와 예술 이런 것들에 대한 짧은 시를 몇 편 외워두었다가 적당한 때 꺼내는 것이지요."
하지만, 안토니오는 그런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시제를 주면 안토니오는 우선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보았던 풍경, 그때 느꼈던 감정, 그 아름다움, 감동, 공포까지.
그걸 짧은 시간동안 정리에서 읊다니....천재야. 하고 넘어갈 게 아니라
평소, 사물을 대할 때의 태도가 시인은 다른 이들과 달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듯.

사람들과 폼페이 유적을 보러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안토니오는 그 광경에 빠져들고 있는데, 동행했던 이들은 폼페이에 대한 기록이며, 그림의 성분 등에 관해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다.
'(다른 이들은) 눈앞에 있는 시적 현실을 거뜰떠보지도 않고 거기에 관한 비평이나 논문에만 열중해 있었다..... 나를 둘러싼 현실은 시의 세계였고, 이 세계 안에서만 내 마음은 편안할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수백 년이 몇 년으로 줄어들고 순간적으로 계시된다. 이리하여 모든 근심은 잠들고, 내 마음은 다시금 평온을 되찾아 영감으로 충만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즉흥시인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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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성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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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을 읽을 때 보니, 뒷부분에서 작가가 '앞에서 묘사한 이런이런장면 기억나? 요건 기억나? 그때 내가 뭐랬어?' 라고 막 질문을 해대는데 하나도 모르겠는 거다. 이 책에서도 그럴까봐 꼼꼼하게 읽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다 읽고나서 보니 또 설렁설렁 읽었다는 - 놓친 부분이 많다는- 느낌이다.  너무 재밌어서 속도를 늦추고 한글자 한글자 읽을 수가 없었어....


내가 되고자 했던 그와 그가 된 나. 나는 그인가, 나인가.
사람들은 모두 같은가, 내가 나인 이유는 어디에서 찾을까. .... 같은 질문은 무시해도 좋다.
이 모든 일은 필연인가 우연인가, 실제인가 허구인가.... 이런 것도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잖아?
그럼 뭐가 중요하냐고 한다면, 한번 잡으면 내려놓을 수 없을만큼 재미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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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임준수 지음, 류기성 사진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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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에 있는 천리포 수목원이 조성되기까지의 이야기와 그곳의 사진을 담은 책.

한국에서 근무하던 미국인 Carl Miller(한국이름 민병갈) 씨는 우연히 매입한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가 평생에 걸쳐 수목원을 조성하게 된다. 
처음 몇년은 국내수종으로 가꾸다가 해외수종수집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국내최초로 인덱스 세미넘이란 국가란 종자교환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식물원의 수종을 다양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천리포수목원은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수종을 보유한 수목원이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토종 식물의 국외 유출'이란 질타를 받았다고.... 그쪽 동네에 관해 잘 몰라서 어떻게 받아들여하는지 모르겠다. 무조건 쇄국해서도 안 될 것 같고, 아무나 밖으로 내보낼 수 있어도 안 될 것 같고.... 어차피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 해외로 내보낼 수 있는 거 아닌가?  
 

천리포 수목원의 성장요인을 몇가지 들어보면 
첫째가, 해외교류<--- 요건 이미 말했고,
둘째는 특화. 호랑가시나무와 목련에 관해서 세계적 수준이란다. 참, 다양한 종류의 목련이 있기 때문에 사시사철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봄에 피는 목련만 있지 않다는 거 처음 알았다. 그리고 북한의 국화가 산목련이란 사실도.
셋째는 독신으로서의 자유로움....   이라고 내가 정했다. ㅎ
와이프 있었어봐.  돈 쏟아붓지, 시간이며 정신이며 온통 수목원에 가 있지, 되겠냐구.... ^^ 

예쁜 사진과 찬사를 보다보면 한 번 가봐야지.... 싶어지지만, 일반인 관람불가이다.
후원회에 가입하거나, 식물연구자가 되어서 학술적 연구목적으로 인정받아 들어가거나 해야지.
뭘 그렇게 아끼냐고 툴툴거리고 싶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민병갈의 생각을 이해하고 난 후니 불평할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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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정병선 옮김 / 돌베개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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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 몰라도, 문제는 인간의 행동입니다.
어떤 예방 조치를 취하자고 하면 반드시, 부자와 정치가가 "돈이 들어서 안되오. "라고 방해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죽으라는" 얘기입니다.  <타미플루>를 사서 확보해두는 건 부유국 뿐입니다. 하지만 감염은 부자,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법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은 언제나 같은 잘못을 범한다는 사실을 잘 알게됩니다.  / 요로 다케시 씨의 소개글
 
 

읽는 동안 모래알갱이 하나만 더 떨어지면 우르르 무너져내릴 상태로 가파르게 쌓인 모랫더미가 떠올랐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에서 본 그 모랫더미)

가장 먼저 조류인플루엔자(H1N1 형)가 유행한 때는 1918년 1차대전 중 서부전선을 중심으로 해서이다. 조류에 의한 H1N1이 숙주의 역할을 할 인간이 밀집되어 있고 불결한 서부전선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어 4천만명 이상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그 후, H1N1의 백신을 개발하고 안심하는 것도 잠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2N2, H3N2....H7N3로 다양한 숙주를 침범하며 여러 변종을 나타내고 세계 여기저기에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매개체가 조류이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여행도 전세계적일수 밖에.

전문가들은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을 경고하며 치료제(타미플루)와 백신 생산을 늘리고 긴급의료체제를 구성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 측이나 정계나 예방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재고가 남아도는 것보단 모자라는 편이, 얼마쯤 죽은 후에 생산하는 편이 이익률이 높을 거란 계산인지....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유행병이 시작된 후의 생산은 시간에 대지 못한다. - 희생자는 약이 없어 죽어간다.

긴급의료체제 역시 현재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예도 실려있다. 
사스나 초강력 폐렴의 등 강력한 전염병의 경우, 의료진들이 먼저 쓰러지거나 도망쳐 의료현장의 인력이 부족해지는 황당한 경우 말이다.  약도 없이 전염병이 발생했을때 어떤 혼란이 올지 아찔해지는 부분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새로운 숙주에 적응하는 능력은 놀랍도록 재빠르고 출중한데, 사람은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것만 같이 보인다.
모든 조류를 살처분하고 21세기 초까지는 지구에 조류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걸 먹기도 했지.... 라는 전설을 남기게 되는 걸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면 생태계에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예측불가이니 후세에 전설이 전해질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마이크 데이비스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야생조류에게 그들의 공간을 돌려줄 것.
조류인플루엔자를 폭발적으로 퍼뜨리는 밀집사육을 포기할 것.
조류독감 유행의 원인은 야생조류와 가축이 서로 만나 원래 야생조류에만 존재하던 바이러스를 전달한 것인데, 애초에 그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철새도래지며 야생조류들의 공간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습지를 파괴하고 숲을 없앤 탓에 야생조류가 갈 곳이없어졌고, 사육되던 가금류의 환경도 마치 도시 슬럼 같은 병을 옮기기 좋은 상태이니, 하늘을 날아, 여러 종의 동물을 거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게 된 것이다. 
오염에 대해선 "있지 말아야 할 곳에 너무 많이 존재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정말.
인간에 의해 자연과 멀어진 상태로 밀집하게 되는 현상이 언제나 문제이다.
그리고 인류의 삶에 정치인들은 언제나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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