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 전염병의 사회적 생산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정병선 옮김 / 돌베개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 몰라도, 문제는 인간의 행동입니다.
어떤 예방 조치를 취하자고 하면 반드시, 부자와 정치가가 "돈이 들어서 안되오. "라고 방해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죽으라는" 얘기입니다.  <타미플루>를 사서 확보해두는 건 부유국 뿐입니다. 하지만 감염은 부자,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법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인간은 언제나 같은 잘못을 범한다는 사실을 잘 알게됩니다.  / 요로 다케시 씨의 소개글
 
 

읽는 동안 모래알갱이 하나만 더 떨어지면 우르르 무너져내릴 상태로 가파르게 쌓인 모랫더미가 떠올랐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에서 본 그 모랫더미)

가장 먼저 조류인플루엔자(H1N1 형)가 유행한 때는 1918년 1차대전 중 서부전선을 중심으로 해서이다. 조류에 의한 H1N1이 숙주의 역할을 할 인간이 밀집되어 있고 불결한 서부전선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어 4천만명 이상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그 후, H1N1의 백신을 개발하고 안심하는 것도 잠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2N2, H3N2....H7N3로 다양한 숙주를 침범하며 여러 변종을 나타내고 세계 여기저기에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매개체가 조류이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여행도 전세계적일수 밖에.

전문가들은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을 경고하며 치료제(타미플루)와 백신 생산을 늘리고 긴급의료체제를 구성하는 등 예방조치를 취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 측이나 정계나 예방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재고가 남아도는 것보단 모자라는 편이, 얼마쯤 죽은 후에 생산하는 편이 이익률이 높을 거란 계산인지....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유행병이 시작된 후의 생산은 시간에 대지 못한다. - 희생자는 약이 없어 죽어간다.

긴급의료체제 역시 현재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예도 실려있다. 
사스나 초강력 폐렴의 등 강력한 전염병의 경우, 의료진들이 먼저 쓰러지거나 도망쳐 의료현장의 인력이 부족해지는 황당한 경우 말이다.  약도 없이 전염병이 발생했을때 어떤 혼란이 올지 아찔해지는 부분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새로운 숙주에 적응하는 능력은 놀랍도록 재빠르고 출중한데, 사람은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을 것만 같이 보인다.
모든 조류를 살처분하고 21세기 초까지는 지구에 조류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걸 먹기도 했지.... 라는 전설을 남기게 되는 걸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면 생태계에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예측불가이니 후세에 전설이 전해질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마이크 데이비스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야생조류에게 그들의 공간을 돌려줄 것.
조류인플루엔자를 폭발적으로 퍼뜨리는 밀집사육을 포기할 것.
조류독감 유행의 원인은 야생조류와 가축이 서로 만나 원래 야생조류에만 존재하던 바이러스를 전달한 것인데, 애초에 그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철새도래지며 야생조류들의 공간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습지를 파괴하고 숲을 없앤 탓에 야생조류가 갈 곳이없어졌고, 사육되던 가금류의 환경도 마치 도시 슬럼 같은 병을 옮기기 좋은 상태이니, 하늘을 날아, 여러 종의 동물을 거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게 된 것이다. 
오염에 대해선 "있지 말아야 할 곳에 너무 많이 존재하는 상태"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정말.
인간에 의해 자연과 멀어진 상태로 밀집하게 되는 현상이 언제나 문제이다.
그리고 인류의 삶에 정치인들은 언제나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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