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 - 사랑을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추세경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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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6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충만하다

 

인생은 사랑아니면 사람’. 책을 펴기 전부터 표지에 큼지막하게 적힌 제목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사랑과 사람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둘 중 하나라도 엇으면 인생이 너무 외로워지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랑과 사람을 쉽게 놓치고 후회하고 만다. 이 책이 그런 후회를 줄여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추세경 작가의 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에는 따뜻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었다. 작가가 살아온 이야기, 살면서 사랑과 삶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소박한 삶일 수도 있지만 어른이 되면 누구나 그 평범한삶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냥하고 세심한 말투로 쓰인 글을 한 줄 한 줄 읽어내리며 작가가 굉장히 따스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p.83 결론은 이렇다. 삼십 대 중반인 지금을 사랑하고 싶다는 것이다. 십 대를 그리워하고 싶지도 않고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사십 대를 기다리고 싶지도 않고 오십 대를 꿈꾸고 싶지도 않다.

 

현재에 충실하며 산다는 건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아쉬워서, 또는 그리워서 과거를 붙잡고 후회하거나 두려워서, 또는 기대되어서 미래를 하염없이 쳐다보기도 한다. 그러는 순간에 현재가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건 모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문장이 참 좋았다. 지금을 사랑하는 것. 지금의 내 나이를 사랑하고, 과거를 지나치게 그리워하거나 미래를 하염없이 꿈꾸지 않는 것. 그래야 작가의 말대로 더 나답고 더 행복한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사랑 아니면 사람은 세상을 사랑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나를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것. 봄을 맞아 마음을 따뜻하게 정돈하고 싶을 때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생은사랑아니면사람 #추세경 #미다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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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모래 지음 / 고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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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67 필립은 엄마와 멀어졌다. 필립은 엄마가 징그럽고 미웠지만, 끈적한 정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그게, 어느 날 뚝하니 다 말라버렸다. 그렇게 말라버린 게 꼭 싫기만 한 건 아니다. 그렇지만 외로웠다.

 

흔히 동양 오컬트는 일본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이 있다. 그러나 드리머를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불교와 힌두교 사상을 토대로 하는 잘 짜여진 오컬트 세계관이 금세 독자를 휘어잡는다. 사이비 종교인 가리교, 그리고 그 종교와 관련된 낡은 수첩에 홀린 네 명의 친구들, 욕망에 휩싸여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

 

1부에서는 차근히 인물들의 속사정과 세계관을 쌓아올려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빨아들이고, 2부부터는 속도감 있게 몰아친다. 군더더기 없이 절정으로 치닫은 이야기가 3부에서는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인물이 네 명이나 등장하고 각자의 시점을 보여주면 헷갈리거나 집중이 흐려질 법도 한데, 글이 매끄럽고 인물들이 각자 입체적이어서 마치 기철, 필립, 명우, 여정이라는 네 인물이 정말로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만 같이 느껴진다.

 

p.336 여정은 맹렬하게 내장이 불타오르는 것 같다. 그런 사랑, 정말 알고 싶나? 알고 싶지 않은데, 사실, 이미 알고 있잖아? ? ?

 

문장들이 정확하면서도, 너무 첨예하고 날것이라 때로는 내면의 어떤 트리거가 건드려지는 것처럼 불쾌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흡입력 있는 스토리에서 떠날 수가 없어서 등줄기에 소름이 돋은 채로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긴다.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건 모래 작가가 오컬트 작가로서 타고났다는 게 아닐까?

 

오컬트는 생각보다 쓰기 힘든 장르다. 오랜 기간 장르를 사랑해 온 팬덤층이 확고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팬덤의 눈이 높다. 철학은 물론이고 기반이 되는 종교나 문화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작가의 머릿속에 있는 세계관을 글로 옮겨 독자에게 전달하기까지 구멍 나는 부분이 없어야 독자도 그 세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드리머의 모래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드리머는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 같다. 영상매체가 활자매체보다 특히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영화처럼 눈앞에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듯이 생생하다는 뜻이다. 깊이있는 작품이라서 아마 영상화가 되어도 흥행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바하파묘, 검은 사제들의 흥행을 보며 한국의 오컬트가 더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드리머가 한국 장르소설의 새로운 판도를 열어 보길 기대한다.

 

* 출판사 고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드리머 #모래 #고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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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
홍신자 외 지음 / 판미동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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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8 일상을 살아가는 중에 일어나는 모든 행위와 만남을 머리로 사고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가슴으로부터 연결해서 시작과 끝을 맺어야 한다.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은 현대무용가 홍신자, 그분의 배우자이자 독일 최초의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깊은숨,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혜나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사람이 인도 오로빌을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를 엮은, 너무나도 다정하고 상냥한 에세이 속으로 독자는 금세 빠져든다.

 

김혜나 작가가 연인과 헤어진 이야기, 홍신자와 사세 부부가 말하는 결혼과 삶,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가치관을 나누는 대화 속으로 스며들어 오로빌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그들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한국에서 내 책상에 앉아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뿐인데 마치 폰디체리 시내를 함께 산책하고, 와추 풀장의 물 속에 같이 들어가 있는 기분이 된다.

 

p.235 지금 당장의 현실에서는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의 현실만 보면 된다.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에는 세 사람의 삶의 철학,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지혜로운 연륜이 가득 들어 있다.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며 울기도 하고, 공감하거나 마구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때로는 너무 벅차올라서 페이지를 덮고 한참 명상을 하다가 도로 책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사람이 이렇게나 지혜롭고 아름답게 나이먹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지치고 길을 잃은 청춘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을지 다정하게 속삭여준다.

 

모두가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에서 홍신자 선생님은 그 두려움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로 두려워할 것은 육신의 죽음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마주볼 노력도 하지 않는 것, 즉 정신이 죽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왜 지금껏 과거나 미래만 붙잡고 살아왔을까? 가장 중요한 현재를 똑바로 볼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에는 그런 삶의 지향점이 녹아 있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말해줬으면 싶을 때 몇 번을 읽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책이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가다른삶에서배울수있다면 #홍신자 #베르너사세 #김혜나 #판미동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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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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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4 그렇게 그는 한참 동안 자신을 위로해 주는 그 노래를 들으며 원 없이 새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원 없이 한숨을 토해 낸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고 대리는 아내에게 회사에서 잘렸다는 말을 할 수 없어 가짜 출근을 하게 된다. 전철을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기도 하고 도서관을 가기도 하며 수상한 퇴근길을 이어가다가, 무급휴직이라는 거짓말로 가짜 출근을 그만둔 후에는 친구에게 도배 일을 소개받아 나가기도 한다. 일당은 몇 만원밖에 안 되는 수준이지만 한 푼이 아쉬운 고 대리는 계속해서 도배일을 할 수밖에 없다.

 

여자의 시선에서, 솔직히 말해 고 대리라는 캐릭터는 정말 인간적으로 도저히 호감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고 대리의 아내, 분리수거남, 꽃집 주인 등 좋은 사람들과 대비되어 이야기가 흐르면 흐를수록 더 정이 떨어진다. 주인공 고 대리는 소위 말하는 하남자에 가깝다. 실직해서가 아니다. 그건 고 대리의 탓이 아니니까. 잘린 걸 아내에게 말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자존심을 떠나서 그런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고 대리가 하남자처럼 그려지는 건 그의 행동과 말에서 끊임없이 자격지심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쪼잔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마음속으로 남을 쉽게 얕보고 헐뜯는데다 결국 진심이 아닌 막말로 아내에게 상처를 준다. 비유하자면 김첨지식 캐릭터에 가깝다. 휴대폰을 고치지 않은 건 본인이면서 병원에서 아내에게 심한 말을 쏟아낼 때는 정말 갑갑해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러나 의외로 그런 점이 고 대리를 더 현실적인 인물로 만든다. 작가가 고 대리의 찌질함을 이리저리 포장하기보다 그대로 독자 앞에 날것으로 내던져 보임으로써, 고 대리는 미디어 속 완벽하기만 한 남자 주인공이 아닌 철없고 밉상스러우면서도 정이 가는 진짜 현실 남편이 된다. 호감은 가지 않더라도 연민이 가는 인물이다. 마치 우리 집에, 또는 옆집에, 또는 같은 동네 어딘가에 살아 숨쉴 것만 같은 어느 집 남편. 그게 고 대리이다.



 

날마다 경제가 좋지 못하다는 뉴스가 나온다. 지방 공단에서는 이미 많은 회사가 문을 닫고 있다. 단골 가게가 폐업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월급이 밀려 사장과 직원 사이 다툼이 생기는 일도 많아졌다. 전염병의 여파가 어느 정도 지나갔는데도 너무 많은 고 대리들이 수상한 퇴근길을 방황하며 언젠가 올 좋은 날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연락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진심으로 마음을 털어놓을 이도 없고, 나보다 못났던 사람들이 다 어느새 나보다 잘나가는 것만 같고, 그걸 인정하자니 자꾸만 내가 얕보이고 작아지는 것만 같아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처럼 자꾸만 남을 공격해서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는 일. 너무나도 현실적인 리얼리즘이다.

 

마치 잘 만든 아침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수상한퇴근길 #한태현 #ic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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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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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95 장은 치밀어 오르는 연민과 억눌러 왔던 갈망 사이에서 말을 던져만 놓고 잇지 못했다. 마치 유언을 재촉해 받아내려는 사람처럼 떳떳하지 않게 느껴졌다.

 

함정임 작가의 글에는 어떤 여행이 녹아 있다. 인물들이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며 또다른 인물이나 사건, 새로운 공간을 맞이한다. 그 장소에 대한 지나친 묘사나 대단한 소개가 없는데도, 세심한 문체로 빚어진 인물을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여행 속으로 휩쓸린다.

 

밤 인사에는 종횡무진 숨가쁘게 달리는 커다란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작품을 아는 만큼 보이는 인용과 언급, 어느새 사람을 골몰하게 만드는 스토리,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자꾸만 끌리는 인물들이 있다. 장과 미나, 윤중이라는 세 인물이 서로 같은 방향으로, 또는 다른 방향으로 걸으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마주쳤다가 멀어졌다가, 헤어졌다가 그리웠다가.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을 작가는 특유의 담담하고 유려한 문체로 풀어낸다.


 

p.159 희망이란 불가능과 가능 사이의 안개, 구름 같은 것이었다. 차라리 불가능에 가까웠다.

 

작중에는 여러 지명이 언급되는데, 개중 부산이 있다는 점이 조금 놀라웠다. 파리, 부르고뉴, 세트, 포르부, 그리고 부산과 간절곶. 어쩌면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막연한 유럽의 낭만과는 조금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는 지명이 등장하면서 독자는 이들이 과연 함께 한국의 바다를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에 빠지게 된다. 미나의 마음은 어디로 기울어져 있을지, 장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 장에게 마음을 많이 썼던지라 종래에는 탄식을 거듭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함정임 작가의 글을 읽을 때 가장 놀라운 점은, (실례되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경력이 긴 것에 비해 굉장히 트렌디하고 세련된 글을 쓰신다는 점이다. 밤 인사에서는 인물들의 SNS가 그들을 표현하고 연결하는 주축이 된다. 사랑하는 작품에서 발췌한 글을 SNS에 걸어두기도 하고, 그런 SNS를 훔쳐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또는 추억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언급되기도 한다. 사실 20대로서, 오랫동안 사랑해온 작가들의 신작을 읽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사랑하는 작가가 더 이상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함정임 작가의 글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체는 변함없이 섬세하고, 작품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 현실을 비추고 문학의 트렌드를 선도한다.

 

세 명의 인물이 기묘하게 얽히고설켜 흘러가며 건네는 밤 인사. 이 글에 끌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밤인사 #함정임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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