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가 모두와 함께 - 레오 14세 교황의 가르침
레오 14세 교황 지음, 가톨릭출판사 편집부 옮김, 한영만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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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26 그러나 하느님의 성령께서는 우리가 삶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전혀 다른 새 길을 찾아내게 하십니다. 우리가 세상 앞에서 쓰고 다니는 온갖 가면들 뒤편에서 진정한 나 자신과 마주하도록 눈을 뜨게 해 주십니다. 


평화가 당신과 함께-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Peace with you - And with your Spirit)는 가톨릭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도이자 인사말이다. 이 말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 나타나 가장 먼저 건네신 말로(루카 24:36), 267대 교황 레오 14세가 첫 강복의 운을 뗀 문장이기도 하다. 종교와 평화는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어느 종교든 옳게 된 종교라면 평화를 지향한다. 예수님께서는 어느 집에 들어가거든 그 집에 평화를 빈다고 인사하라고 가르치셨으며(마태 10:12), 성령이 올 것을 약속하시며 당신 평화를 우리에게 주셨다(요한 14:27). 새 교황께서 이러한 평화에 대한 인사로 강복을 시작하신 것은 아마도 가톨릭교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평화에 있음을 명확히 선포한 것처럼 느껴진다.

 

평화가 모두와 함께는 그런 평화를 추구하는 레오 14세 교황의 강론과 연설을 번역해 모아둔 책으로, 강론 영상이나 연설문을 접했으나 언어의 한계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독자들이나 통역 방송을 챙겨보지만 내용을 제대로 곱씹으며 읽어 보고 싶었던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교회의 지향점을 더 깊게 알고 다가가고 싶은 독실한 신자는 물론이고 가톨릭에 대해서는 잘 몰랐으나 이번 콘클라베를 접하며 새 교황과 가톨릭교회의 가치관이 궁금해진 예비 신자들에게도 반갑게 다가올 책이라고 생각된다. 세계 평화의 촉구나 청년들을 위한 위로로 빼곡한 연설문을 읽어나가고 있으면 평화란 종교와 신앙의 테두리를 넘어 전인류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p.65 이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너무 많은 분열을 목격하고 있으며, 증오, 폭력, 편견, 다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지구의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배척하는 경제적 사고방식으로 인한 심각한 상처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새 교황님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마다 쓰는 말이지만, 콘클라베 직후에는 역시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점이 제법 걱정스러웠다. 모든 언론과 신자들, 심지어 비신자들까지도 그가 제 1세계 미국인이라는 자아를 가지고 평화와 사랑을 말하는 종교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입을 모아 염려했다. 그러나 평화가 모두와 함께를 통해 그의 연설을 꼼꼼히 읽어 보면 괜한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레오 14세는 인류를 위한 화합의 누룩이 되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고자 하며(250518 베드로 직무 개시 미사 강론 ) 성령이 평화가 다스리는 세상을 일구어 가려는 우리를 든든히 받쳐 주시기를 기도하신다(250608 성령강림대축일 미사 강론 ). 특히 교회 및 타 종교 대표단을 향한 연설에서 전쟁에는 아니오.”, 평화에는 .” 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언급하신 부분을 읽을 때에는 세계 각지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크고 작은 전쟁들이 끝나고 평화를 찾기를 함께 기도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지도자를 향한 담론에서는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지, 공동선과 인간 존엄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언급하며 정치의 책임을 촉구하지만 신학생들과 청년을 향한 말씀에서는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기를, 자신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희망을 갖기를 권하며 마음을 격려하신다는 점이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낮은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종교와 종교인의 본질이라고 생각된다. 평화를 추구하는 가톨릭교회가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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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2026.상반기 - 제52권 1호
한국문학사 편집부 지음 / 한국문학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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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23 종종 궁금해진다. 집으로 돌아와 가방에 달려 있던 키링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의 마음 같은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죽음은 사라졌다는 감각에 가깝다. 영영 사라졌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안미옥, 겨울의 일들)


낱개의 작품으로 존재하던 글들이 비슷한 문화와 비슷한 시대를 타고 묶이며 하나의 커다란 흐름이 되면 그것이 비로소 사조가 된다. 문예지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흐름을 볼 수 있어서인데, 물론 개별적으로 마주쳐도 충분히 좋은 글들이지만 하나의 문예지에 묶여 있으면 어쩐지 그 사이의 긴밀한 관계성이라거나 공유하는 가치관이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스쳐 지나갔던 작가의 글을 새롭게 만나게 되거나, 익숙한 작가의 글에 대해 제시된 새로운 평론을 보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일반적인 가십 잡지마저 읽는 이들이 많이 줄어든 작금에 문예지라고 해서 마땅히 독자를 마구 끌어 모으는 기적같은 현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만, 오히려 그런 점에서 질 좋은 문예지야말로 작가들에게는 지면을, 독자들에게는 흐름을 보는 눈을 제공함으로서 소위 팔리는것보다 더 고맥락의 가치를 생산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한강 작가의 수상 언급을 통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말하며 시작되는 한국문학 2026 상반기호에는 백 년」 「보물찾기등의 단편소설은 물론이고 이기리, 이소호 등 여러 시인의 시도 실려 있다. 개인적으로는 시 부문에 실린 다섯 명의 시인이 모두 굉장히 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오랫동안 문단에 계신 선생님들의 글에서도 정제된 문체와 관록을 응당 느끼게 되지만, 젊은 시인의 글에는 젊을 때에만 쓸 수 있는 날것의 매력이 드러난다. 좋게 말하면 신선하고 조금 속되게 말하면 객기가 느껴지는 글들이다. 젊은 작가들에게 기꺼이 지면을 내어 주는 것 또한 권위 있는 문예지의 역할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이소호 시인의 캣콜링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시 부문의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글 한 줄 한 줄이 꽤나 반가웠다.

 

p.155 시의 효용에 대해 생각해본다는 말이 새삼 부끄러워지는 까닭은 시에 의무를 위임해놓고 삶을 안전한 세계에 보관해둔 채 종말에 가까워진 현실을 애써 새로운 미래로 치환하고자 하는 나(우리)의 태도에서 비롯하는 듯하다. (김웅기, 삶의 전시-불완전이라는 완전)


김웅기 평론가의 평론 삶의 전시는 진은영의 신작시 다섯 편에 대하여 쓰였지만, 해당 평론의 마지막 문단은 특정 시인의 특정 시에 국한되지만은 않는다고 느껴진다. 문학은 단지 수려한 문장의 나열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때로는 약자의 목소리를 싣는 역할을 하고 때로는 잊혀지지 않아야 할 사건을 지면에 남기는 일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과 삶을 분리하지 못한다. 그의 말대로 글에 의무를 위임해두고 삶은 안전한 곳에 남겨둘 것이 아니라 문학이 우리를 이끌어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우리도 따라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학계를 얘기할 때 작가와 독자는 쉽게 언급하지만 번역가는 놓치기 쉽다. 특집 좌담에서 이러한 번역가의 처우와 번역가 양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현실적 의견이 상세히 실려 있어, 평소 번역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극히 사견이지만, 해외 독자들이 페미니즘이나 장르 문학만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을 소비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큰 공감을 남기지는 못했다. 국가를 막론하고 문단이 갖는 고질적 문제는 오랫동안 교육과 문학을 남성의 전유물로 보며 남성 중심의 문학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이고, 이제야 그 틀을 깨고서 페미니즘적 목소리를 실은 글들이 세상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오히려 서양권에 비하면 한국은 많이 뒤처져 있는 편이라고 느껴진다. 소영현 평론가의 말처럼 그런 트렌디한 글들이 물살을 타고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모여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는 것이 좌담의 역할이기에 흥미롭게 읽었다.

 

새해가 밝았고, 또 새로운 글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올해도 글 바깥으로는 무탈하고 글 내에서는 소란스러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한국문학의 건승을 기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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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그렇게 바뀌었다
류쭝쿤 지음, 강초아 옮김 / 들녘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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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0 문제는 사회적으로 강력한 집단은 종종 상향 평등을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며, 취약계층이 그들이 누리던 특권을 빼앗는다고 생각해 변화를 거부한다는 데 있다. (중략) 법원의 판결이란 법률과 기존 판례에 얽매여 있어서 평등권이 판결에 반영되는 방식은 종종 매우 굴곡진 형태가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의 1항은 다음과 같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그것은 마치 당연한 말처럼 여겨지지만 우리는 살면서 종종 의문을 품게 된다. 정말로 모두가 평등한가? 그렇다면 차금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빈정거리듯 서평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모 주가조작 사건이 무죄로 판결났다는 속보를 보고 와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법은 시대적 맥락을 반영한다. 세상이 진화와 발전을 거치는 동안 법도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틈새를 들여다보면 현대의 시선으로는 이런 차별을 법이 보호했다고?’ 싶을 정도로 황당하게 읽히는 구석들이 많다.

 

법은 그렇게 바뀌었다150년간 쌓여 온 미국의 판례를 통해, 변호사 류쭝쿤이 그러한 법의 변화를 상세히 파헤쳐 기록한 책이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단순히 판례를 정리한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은 수없이 분노하고 수없이 울었고, 책을 다 덮은 후에는 반쯤 우스갯소리로 출판사를 걱정했다(이 책을 어떻게 파시려는 거예요...? 그렇지만 이런 책을 내 주는 들녘이 있어서 오늘도 세상이 살만합니다...). 책의 1장은 <스콧 사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연방대법원의 수석 판사는 노예는 노예 주인의 합법적 재산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노예제를 두고 미국의 남부와 북부가 부딪히면서 자유와 평등의 국가 미국은 반으로 나뉘게 된다. 150여년 전의 미국 법은 모든 인간이 아니라 백인만을 수호했던 것이다.

 

p.397 평등과 공정을 추구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법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의 인종과 민족, 계층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률의 영향력이 미치는 경계선은 분명히 존재하며, 시대마다 그 한계가 있다.

 

열두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쉼없이 달린다. 다른 인종 간의 결혼 금지법과 관련된 러빙 대 버지니아 사건, 미등록 이민자 아동의 교육권과 관련된 파일러 사건을 거쳐 말미에는 미국 명문대 입시가 성적이나 평등한 기회보다는 기부금과 인맥, 재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블럼의 소송들을 제시한다. 눈물과 피로 쓰인 수많은 판례를 보면서 우리는 법이 결코 스스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속에는 언제나 투쟁이 있고 사람이 있다. 류쭝쿤이 책에서 평등과 공정을 추구하는 일은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썼듯이, 우리는 법이 우리를 위협하는 대신 우리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되도록 지켜보고 매질하고 가꾸고 고쳐나가야만 한다.

 

사실 책을 펴 보고 조금 놀랐다. 위아래 여백이 20mm도 안 되어 보이는데 끝없는 주석을 빼고도 400페이지가 넘는, 그야말로 글자로 꽉 찬 책이다. 빽빽한 텍스트 속 수많은 판례와 그 속에 살아 숨쉬었던 인물들이 책 바깥의 독자에게 묻는다. 정말로 법은 평등한가? 우리가 1857년의 노예제 판결을 보며 차별적이라고 혀를 차듯이 22세기, 23세기, 더 미래의 사람들이 2026년의 판결을 보며 비난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전혀 확신이 없다. 이 책에 고스란히 담긴 투쟁과 법의 역사를 보라. 법은 언제나 투쟁 위에 쓰여왔다. 언젠가 당신이 당신 자신을, 당신의 가족을,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을 차별하는 법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이 책이 다시금 떠오를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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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쟁이 보디가드
곽선조 지음 / 대영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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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64 경호는 형식이 아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단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말한다. 경호는 폼이 아니라, 계속 주변을 살피고 생각하고 평안을 유지시키는 것이다.

 

보디가드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많은 사람들이 강인하고, 굳건하고, 두려움이라고는 없는 모습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표지는 사뭇 다르다. 나는 겁쟁이 보디가드라는 아이러니한 제목과 함께 한 보디가드의 얼굴이 보인다. 얼굴의 오른쪽 반을 손으로 덮고 보면 그는 영락없이 멋진 경호원이다. 동요하지 않는 얼굴 위로 멋들어지게 씌워진 선글라스, 지시를 받고 내리느라 바쁠 인이어와 직업에 걸맞는 단정한 차림새. 그러나 반대로 왼쪽 절반을 손으로 덮고 보면 그는 상당히 놀란 것처럼 보인다. 당황하거나 겁을 먹은 것처럼 한껏 올라간 눈썹과 동그래진 눈이 다소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든다. 아마 우리가 보아 온 보디가드는 항상 왼쪽의 얼굴이었겠지만, 그 속에 숨겨진 모습은 오른쪽 얼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전체적으로 짧고 가벼운 볼륨의 책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재미있는 팟캐스트나 술자리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기도 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저자의 말재간 속으로 금세 빠져들어 저자의 유튜브를 찾아보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주된 내용은 경호를 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엮은 것이었지만 글 사이사이 저자의 직업정신과 가치관이 드러나는 점이 좋았다. 보디가드를 보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차갑고 피도 눈물도 없는, 매서운 느낌의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느껴졌다. 화장실이 급해서 애를 먹기도 하고 부당한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응하는 대신 차선의 해결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며 경호가 단지 누군가를 폭력이나 힘으로 제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31 경호는 사실 싸움이 아니라 예방과 통제다. 가장 이상적인 경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거다. 돌발 상황이 터지고 나서 몸을 던져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상황 자체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

 

사실 나같은 일반인이 경호원을 가까이서 접할 일은 많지 않다. 아이돌을 쫓아다니던 시절이었다면 또 모를까(요즘은 시큐라고 부른다면서요? 라떼는 강친이라고 불렀는데...). 평소에는 쉽게 듣지 못할 이야기들을 적절한 선에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필력이 상당히 유쾌하다. ‘겁쟁이보디가드라는 단어만 보면 우스꽝스럽고 나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저자는 겁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상황을 대비하고 더 많이 준비해 남들보다 한 발짝 앞에 설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책이 경호원을 꿈꾸는 많은 학생들에게도, 또 경호원이라는 직업의 딱딱한 대중적 이미지를 바꾸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서평은 모도 @knittingbooks79 서평단 자격으로 대영문화사 @daeyeongmunhwasa 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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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
안형선 지음, 조원지 그림 / 크래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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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78 주거침입 범죄가 늘어가고 낯선 타인에 대한 불안이 큰데 나의 공간에 들어와 평균 30, 한 시간 이상을 함께 있는 게 얼마나 불편할까? 타인을 의심하게 되는 죄책감 역시 여성의 몫이겠지.


집수리 기사입니다.” 이 말을 보고 당신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어떤 모습인가? 많은 사람들이 남성을 떠올릴 것이다. 몸을 쓰고 기계, 설비를 다루는 직종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힘이 센 남성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많은 1인 가구 여성들이 집수리 기사를 부르기를 꺼려한다. 단순히 모르는 남성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여자 방이라 깨끗하네.” “여자 방이 이게 뭐예요.” 같은 소리를 심심찮게 듣게 되는 탓이다.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는 이런 차별 속에서 여성 집수리 기사로 일하고 있는 안형선 대표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 에세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참 많이도 웃었다. 에세이 속에는 안형선 대표가 현장에서 마주친 차별도 담겨 있지만 따뜻하게 친절을 베푼 고객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여러 번 재방문을 거쳐서야 수리가 완료되고 식사를 권한 고객도 있고, 워크숍에서 꽃을 선물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작은 친절과 연대가 모여 저자가 남초 직업군에서 여성 기사로 살아가는 일이 조금은 덜 힘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워크숍에 와서까지 맨스플레인을 해대는 사람이나 여자가 무슨 집수리 일을 하냐고 한마디씩 얹는 말들을 볼 때는 황당하고 짜증스러웠지만 그런 목소리를 이겨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저자가 존경스러웠다.

 

p.175 워크숍에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맘껏 경험하고 충분히 실패해도 괜찮아요.” 실패든 성공이든 해봤다는 사실만으로 누군가의 삶은 분명 바뀔 거라 믿는다. 


소제목 <왜 하면 안 돼요?>에서는 공구를 가지고 노는 저자에게 어른들이 왜 여자애가 공구를 가지고 노냐고 말하는 장면이나, 남아들에게는 흔히 권해지던 조립 완구를 가지고 놀 기회가 없어 오빠 몰래 조립해 보다가 싸우게 된 친구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많은 여성 독자들이 이 장면들에 깊이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자라서, 또는 남자라서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성별 고정관념이 많이 옅어진 추세이지만 여전히 특정 직업군은 여초, 남초의 모양을 하고서 그 속의 소수자들을 차별한다.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가 그런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많은 학생들, 취준생들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는 다소 무거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 부분을 귀여운 그림으로 유쾌하게 풀어내는 센스가 탁월하다. 여성 수리기사 창업을 꿈꾸게 된 이야기부터 따스한 고객들의 사연, 도로에서 화장실이 급할 때나 졸음이 몰려올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 현직 종사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작가의 꿈처럼 여성 기술자만 모여 건물 하나 뚝딱하는 날이 오기를, 그게 누구의 눈에도 이상할 게 없는 사회가 오기를함께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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