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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ㅣ 테익스칼란 제국 1
아케이디 마틴 지음, 김지원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평점 :

#도서제공
p.214 그것을 듣다가 마히트는 자신이 테익스칼란 궁중에서 테익스칼란 시 대회를 들으며, 손에 알코올 음료를 들고 테익스칼란인 친구와 함께 서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열다섯 살 때 원했던 모든 것이었다. 바로 여기가.
거대한 SF 세계관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하는 법이다. 특히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는 더더욱 그렇다. 인간이 달에 깃발을 꽂은 지 반 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우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막연한 미지의 영역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그 우주에서도 마치 지구처럼 전쟁이나 활극이 펼쳐진다니, 여기에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로는 《스타트렉》과 《스타워즈》시리즈가, 소설로는 『듄』과 『은하영웅전설』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수많은 스페이스 오페라 팬들을 키워냈다. <테익스칼란 제국 시리즈>가 그런 포문을 다시금 열어주기를 기대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을 펼쳤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 걸맞게 세계관은 방대하다. ‘제국’이라는 배경적 세계관은 이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세 가닥 해초, 열두 송이 진달래, 열아홉 개의 자귀 등 제국식 이름도 세계관을 더 탄탄하게 해 주는 요소다. 그런 점에서는 최근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통 SF 스페이스 오페라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동시에 문학, 특히 시詩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은 다른 SF들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특이점을 가진다.
p.222 그 마지막 행을 첫 번째 행으로 삼아 기본적인 15음절 정치시 형태에서 강약약격으로 운율을 바꾸어 (중략) 마지막 행을 받아서 자신만의 완벽하게 인정 가능한 4행시를 바로 떠올렸다. (중략) 중간 휴지 앞이나 뒤에서 똑같은 모음 소리 패턴을 반복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발췌 이외에도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에는 시가 세계관에 녹아 있는 부분들이 다수 등장한다. 시로 무언가를 암호화하고 해독하거나 시를 짓는 게임을 하고 황제가 주관하는 낭송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이렇게 디테일한 시 규칙과 언어체계의 등장, 각 장의 도입부에서 가상의 신문이나 방송, 도서의 일부를 발췌해 세계관을 알려 주는 마치 실제같은 텍스트의 존재가 독자를 <테익스칼란 제국 시리즈> 속으로 손쉽게 끌어들인다. 배경과 설정을 알지 못하면 입문이 어렵다는 장편 SF의 최대 단점을 작가가 언어와 텍스트를 작품 세계관의 일부로서 자유자재로 사용해 보기 좋게 극복해낸 것이다.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기믹을 갖고 있지만 단순히 거대하고 화려한 우주 전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더 심오하고, 더 철학적이며, 더 정치적이다. 주인공 마히트는 테익스칼란 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종종 ‘야만인’으로 칭해진다. 시티에서도 시위나 폭동, 테러가 일어나고 테익스칼란과 르셀 스테이션은 정치적으로 상하관계에 놓여 있다. 작가는 이 글을 통해 ‘우리’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우리’인지에 대하여, 내 머릿속에 다른 이의 기억과 자아가 있다면 나는 어디까지가 ‘나’이고 그는 어디까지가 ‘그’인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마히트를 통해 이스칸드르와 대화하기를 원하는, 제국에서 이스칸드르를 사랑했던 이들의 존재가 그 혼란을 부추긴다.
장편 데뷔작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계관이 탄탄하다. 인물들은 매력적이고 설정에는 구멍이 없다. 정치, 정체성, 암투, 언어문화, 심지어는 연대와 로맨스까지도 훌륭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그간 SF를 사랑해온 수많은 한국의 독자들이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도 사랑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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