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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도서제공
p.123 나이가 든다고 우리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여권을 바꾸고 다른 나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평생을 살아오며 품어온 자아 그대로를 지닌 채 나이가 든다. 해가 뜨는 게 놀랍지 않듯 나이 듦은 더 이상 놀라워할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된다면 그건 마침내 드러나는 우리 안의 노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늙는 것을 두려워한다. 외모가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서 멀어지는 것, 몸이 아프거나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일을 그만두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생산 가능 인구가 아니게 되는 것…. 모든 미디어와 광고가 ‘늙음은 두렵고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주름이 져서 큰일이라거나 이제 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는 그런 사회적 편견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늙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왜 사회는 노년의 신체를 흉측한 것으로, 또는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표현하며 조롱하는가? 저자는 여러 장에 걸쳐 그러한 편견을 꼬집으며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노년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나이듦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우스보트에서의 생활, 미디어와 창작물이 표현하는 노인, 저자보다 먼저 나이든 여성으로 살았던 매티 이모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 읽으며 늙는다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p.246 나는 다른 딸들에 관해 알고 싶었다. 그들은 잘 버티고 있을까? 간병인이 된다는 건 내 하루가 크게 바뀌는 일이었다.
사람은 당연하게도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나보다 앞서 나의 손윗형제가, 부모가, 내가 어릴 때 나를 이끌어줬던 어른들이 늙는다. 저자의 말대로 나이가 든다는 건 갑자기 사람이 부정적으로 바뀌거나 미디어 속의 괴팍하고 볼품없는 노파가 되는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나는 나고, 어머니는 어머니고, 이모는 이모다.
청소년기를 맞이하며, 스무 살을 맞이하며, 대학을 졸업하거나 취직을 하거나 결혼을 하면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기뻐하고 감탄한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서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퇴보했다고 느끼게 될까? 저자의 말처럼 나이 든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나이가 들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원서는 『There Was an Old Woma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이쪽이 더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웅진지식하우스의 번역본이 더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다. 늙기를 기다린다니,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서평단을 처음 신청할 때부터 어머니와 꼭 같이 읽고 싶었다. 이제는 흰머리가 잔뜩 생긴 어머니와 함께 책을 읽는 건 꽤 즐거운 경험이었고 이 책은 늙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속상해하던 어머니께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아직 노인혐오가 심하고 노년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은 한국에 꼭 필요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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