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위스키봉봉
고민실 지음 / 비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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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 재미있게 읽던 소설을 불편한 표현 때문에 포기한 경험이 동규 씨에게는 없겠지. 흐린 눈을 하고 보다가 죄책감을 느낀 적도 없겠지. 소설 속 주인공들이 모두 자신과 다른 성별이라는 데에서 오는 괴리감 역시 알지 못하겠지.

 

젊은 작가들의 책을 읽을 때 으레 기대하게 되는 신선함이 있다. 그 시대의 청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소재, 말투, 스토리라인 같은 것들. 기성 작가들의 글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기가 지나면 그런 것들을 아무리 베껴 쓰려 해도 '오케이, 휘비고' 밈의 수준이 되어버리는 것이 슬픈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챗 위스키 봉봉은 완벽하게 신선하고 트렌디했다. AI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인물들은 검색엔진 대신 '챗 지피티'를 사용하는 게 더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의 마음에 더 가깝게 성큼 다가오며, BL 동인지 같은 특이하고 낯선 소재는 제목과 키워드만으로도 그 소재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여성 독자들의 호기심이 동하게 만든다. 책에는 표제작 챗 위스키 봉봉을 포함해 7개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고민실이 쓰는 이야기 속 인물들은 굉장히 평범하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책을 넘기는 내내 마치 함께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특히 시선을 끈 단편은 두 번째 단편 아빠는 비엘을 읽지 않는다.였다. 혹시 내가 잘못 읽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참신한 제목을 몇 번이고 다시 읽다가 도저히 내용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 상태로 본문을 펼쳤으나 의외로 흡입력은 물론이고 이혼 가정 속 단절된 부녀 관계를 묘사하는 리얼리티가 근사해 지금이 2026년이 아니라 2226년 정도였으면 이게 표제작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2026년의 서점에 꽂히기에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이기는 하다). 이 단편에서는 아버지의 수술로 인해 함께 살게 되어 물리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가까워졌으나 여전히 마음은 단절된 채 멀리 있었던 부녀의 관계가 웹 소설 계정 공유라는 사건으로 인해 점차 회복되는 모습이 보여지는데, 끊어진 관계가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다시 복구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동시에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상대를 향한 의견의 피력과 조율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도 함께 보여준다. 결혼 전까지(또는 결혼 후에도) 부모님과 사는 게 당연했던 기성세대에 비해 요즘 세대, 소위 말하는 '엠지세대'들은 대학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일찍 독립하는 일이 많아졌다. 가족 내의 정체성보다 또래 친구들 속 청년으로서의 정체성이 더 강해지며 부모와 가치관이 완전히 달라져 감정적으로 단절되어 있다고 느끼는 청년 세대에게 생각의 환기점이 되어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p.121 나는 기어이 어머니의 안락사에 동의하는 사인을 했다. (중략)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안락사와 자살과 살인의 차이를 계속 고민했다. 어차피 어머니는 되살아날 수 없는데. 자칫했으면 아버지처럼 고통스럽게 연명했을지도 모르는데.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비해 글이 전체적으로 담담하지만 그 안에 담긴 소재들은 사실 결코 평온하지만은 않다. 치매와 안락사, 자료 서치뿐만이 아니라 감정까지도 AI에게 맡기게 된 사람들, 단절된 가족 관계, 가정폭력 등은 조금 낯설고 불편하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번쯤은 꼭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를 제시한다. 마치 겉은 달고 속은 씁쓸한 위스키 봉봉처럼. 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대사회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다. 작가의 차기작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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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 새로 읽는 버지니아 울프 에세이와 두 편의 시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루카 옮김 / 아티초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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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1 결국 예술가는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고, 국제 예술가 협회 같은 단체를 스스로 조직해야 한다. 예술가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두 가지 가치가 벼랑 끝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예술가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창조하는 예술이 살아남는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를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댈러웨이 부인이나 자기만의 방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를 읽은 독자들은 아마도 이 책이 오히려 그에 대한 입문서로 더 적절하다고 느낄 것이다. 여기에 엮인 에세이들은 대체로 볼륨이 작고 간략하지만 울프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명확하고 또렷하다. 날카로운 통찰과 사유가 촘촘히 조직되어 있는 글 사이에서 종종 울프 특유의 신랄한 유머가 돋보이기도 한다. 마치 트렌드에 따라 그의 책을 펼쳐보았다가 의식의 흐름 기법에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페미니즘의 시대적 배경을 읽기 어려워서 울프를 멀리하게 되어버린 독자들을 위해 세상에 나온 책처럼 느껴진다.

 

책의 포문을 여는 에세이 제인 오스틴,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의 제목을 처음 마주하면 독자는 그 수식어가 다소 특이하다고 느끼게 된다. 부지깽이라고 하면 볼품없고 깡마른 사람이 생각나는데 어째서 모두가 두려워한다는 것일까? 의문은 쏜살같이 달리는 문장을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금세 해소된다. 이 글에서 울프는 어느 익명의 목소리를 실어 두었는데 그는 제인 오스틴에 대해 이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부지깽이예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 글로 인물 묘사를 날카롭게 하니까 어찌 두렵지 않겠어요?” 라고 묘사한다. 이 문장을 본 후 에세이의 제목과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읽으면 어쩐지 웃음이 나오면서도 많은 생각이 든다. 역자 서문이나 책 소개 어딘가에 적혀 있었던 것을 내가 놓쳤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올비의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를 차용한 일종의 패러디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이 희곡과 버지니아 울프는 거의 무관하지만 누가 환상 아닌 삶을 두려워하는가?-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를 말하는 희곡의 제목에 제인 오스틴을 빗대어 보면 역자의 서문에서 이 제목을 통해 오스틴에 대한 울프의 시선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대목도 충분히 공감을 이끌어낸다. 오스틴은 어느 환상 속 낭만적인 고전 작가가 아니라 차별의 시대에 살아 숨쉬었던 현실의 여성이었으며, 우리는 그를 넘을 수 없는 고전으로 눈감아둘 것이 아니라 하나의 레퍼런스이자 여성 문학의 역사로 똑바로 마주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p.71 작가란 책상 앞에 앉아 특정 대상에 시선을 단단히 고정한 채 그 본질이 보일 때까지 파고드는 사람이다. 이 비유를 잠시 생각해 보면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제인 오스틴에 대한 비평보다도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예술가는 정치와 무관하다는 이들에게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특히 울프의 아버지가 유명 작가였으며 울프 본인도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그리스어 등을 공부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추락하는 자에게는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에서 보여주는 계급에 대한 통찰과 평등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상당히 놀랍게 다가온다. 동시에 그가 말하는 대로 계급도 탑도 전쟁도 없는(현재로서는 전쟁이 없다고 말하기 애매해졌지만) 당대에서 과연 작가는 얼마나 더 다채로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는가를 독자 역시 고찰해보게 되며, 자유롭게 문학을 향해 무단 침입하자는 목소리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도 문학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마음껏 쓰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언제나 울프의 글이 그랬듯 재독을 거칠수록 깊은 사유를 안겨주는 책이다. 울프를 사랑한, 울프의 글이 궁금했던 모든 이에게 자신있게 권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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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 사랑과 돌봄에 관한 퀴어한 참조
캔디(윤다림) 지음 / 들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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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난 후, 수많은 퀴어가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긴 시간 동안 많은 퀴어 친구를 떠나보내며 저에게 애도는 친구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퀴어할 수 없는 그들의 장례를 아쉬워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온다. 퀴어들에게는 오히려 더 빨리, 더 젊은 나이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 죽음 앞에서 가족으로서, 배우자로서 당연히 갖는 위치를 갖지 못하는 퀴어 커플들의 목소리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울적해진다. 사실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산지니 출판사의 퀴어한 장례와 애도를 떠올렸다. 장례 방식에서 고인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존중하고자 하는 의견, 동성 파트너도 장례 과정에서 가족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나 생동법, 차금법에 대한 책과 칼럼을 꾸준히 읽어 왔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런 내용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애도의 목소리에 더 가까웠다. 굳이 따지자면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그리움의 정원에서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책에는 고인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떠나보내기까지의 과정과 심정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요양병원과 호스피스를 오가고 유언장 쓰기를 시도하거나 장례식장, 장지를 고민하는 과정들, 그리고 고인의 원가족인 어머니의 배려로 임종을 함께했다는 이야기를 읽는 매 순간 슬펐고, 대단했고, 또 동시에 괴로웠다. 고인은 커밍아웃을 거의 하지 않은 퀴어였기 때문에 이 많은 과정에서 저자 캔디는 자신이 고인의 친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원가족의 동의로 임종도 지키고 상복도 입을 수 있었으나 상주는 될 수 없었고, 활동가였던 저자의 지인들이 장례식장에 찾아왔을 때 그들이 누구인지 이리저리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간병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이야기지만 애도는 온전히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그 애도의 과정에서 자신이 고인과 얼마나 깊은 관계였는지 말할 수 없다는 건 어떤 심정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을 추억하며 스스로의 방법으로 충분히 애도한 뒤, 다시 새로운 인연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저자가 존경스러워진다.



 

p.177 함께 산다는 것은, 집 안에 든든한 나무를 한 그루 들이는 일이었나 보다. 물을 주고 햇빛도 쬐게 해주고 보살피는 공이 솔찬히 들지만, 그 나무가 자기 뿌리로 우리 집을 갈수록 든든하게 감싸안아 준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도 많은 퀴어들이 법의 테두리 바깥에 서 있다. 이들은 파트너의 간병과 장례 과정에서 법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따라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은 물론이고 장례 절차에서조차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그 슬픔을 조금이라도 없애 보고자 활동가들이 항상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지금은 레퍼런스이지만 어느 미래에는 단순한 회고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동성혼이 당연해지고 동성 배우자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비슷한 사례들을 어렵게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그저 슬픔과 애도의 목소리로만 이 책을 다시 대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다소 낙관적인 결론임에도 어쩐지 그렇게 믿고 싶어지는 씩씩한 글이다.

 

오랫동안 내 북스타그램을 보아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체로 이런 서평의 말미에는 차금법과 동성혼 법제화를 촉구하며 <투쟁.>을 붙인다. 그러나 저자의 다정한 목소리와 또 다른 인연, 이 글을 함께 읽은 많은 퀴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서평은 더 평온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사적인 애도를 세상에 내보여 준 저자에게 감사드리며, 오늘도 모든 소수자가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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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소녀 사이드미러 3
소향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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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 영리는 사람이 숨을 쉬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이렇게 많다는 걸 몰랐다. (중략) 그런 사람들은 아프거나 해고당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되는 순간 안전장치 없는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한국의 입시제도는 수학능력시험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물론 수능 점수의 위력이 다소 덜한 전형들도 있고 모든 학생들이 학업 성적을 토대로 진로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 하루, 그 시험 하나에 인생이 걸려 있다는 인식은 매우 강하다. 소설 모방소녀는 그런 수능시험 당일 세상이 바뀌어버린 소녀 영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내신 점수 1.0, 국내 최고 명문대에 합격해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줄 미래를 꿈꾸던 영리는 교통사고로 인해 수능에 응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중태에 빠진 아버지의 엄청난 병원비와 맞닥트리고 만다. 이런 영리에게 아버지가 기사로 근무하던 회사의 CEO ‘송 회장은 위험한 거래를 제시한다. 자신의 딸 초롬을 대신해 1년간 학교를 다니고 수능에 응시할 것. 길에 커피 한 잔을 버리고 가는 것도 납득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던 영리는 아버지를 위해 결국 그 부당한 거래에 뛰어들게 된다.

 

책은 한편으로는 클리셰적이고,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나 영화 명왕성, 소설 풀꽃도 꽃이다등 한국의 과열된 입시나 사교육 의존성을 꼬집는 작품은 이미 존재하지만 모방소녀는 그러한 입시 카르텔을 꼬집는 동시에 송 회장이나 김겸의 서슴없는 부도덕을 조명하며 부유한 자들의 갑질에도 함께 주목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인물들은 대체로, 선과 악으로 극명하게 나뉘어지지는 않는다. 송 회장은 악역인 동시에 가정폭력과 학벌주의의 피해자성을 가진다. 공 비서 역시 송 회장의 수족으로서 불법적인 일들에 어느정도 동조하지만 그가 초롬과 송 회장에게 가지는 인간적인 마음만큼은 이 소설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p.324 응할 영, 이치 리. 옯른 이치에 응답하며 자신을 지킨다는 의미야. 힘든 일이 있어도 정의를 따라 바른길로 가면 그 길이 너를 지켜줄 거야.

 

질투와 동경을 동시에 보이며 적이 되거나 조력자가 되는 학교 친구들, 입시 카르텔에 동조하거나 또는 벗어나는 교사들, 겉으로는 번듯한 듯 보이지만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가정, 특이한 일타 강사 캐릭터 현건우 등, 모방소녀를 구성하는 인물들은 하나하나가 현실에 살아 숨쉬듯 입체적이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다. 사실 학생인 영리가 사회 고위층의 어른들을 쥐락펴락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결말은 다소 유치하다고 느껴지면서도 내심 통쾌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쨌거나 영리와 초롬은 살아남았고, 앞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이 두 소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초롬이 굉장히 안쓰러웠다. 모든 걸 가진 초롬은 밖에서는 안하무인의 부잣집 딸이었지만 사실은 이 소설을 통틀어 누구보다 많이 상처받은, 가장 불안하고 나약한 존재였다고 생각된다.

 

속도감 있는 전개, 현실의 몇몇 인물이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미묘한 요소들이 맞물려 순식간에 시간을 훔쳐가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소설로도 재미있었지만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더 돋보이는 근사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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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나고 찢긴, - 여성 바디호러 앤솔러지
조이스 캐롤 오츠 외 지음, 신윤경 엮음 / 문학수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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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0 물론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생명은 너무너무 중요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임기 여성 전체를 잠재적 살인자 취급하면 되겠어요?


문학을 포함한 많은 예술에서 오랫동안 여성의 신체는 둘 중 하나로만 여겨져왔다. 성스럽고 숭고한 모체이거나, 조각조각 나뉘어 품평당하는 정욕의 대상이거나. 바디 호러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 속에서 더더욱 생소한 여성의 몸을 주제로 하는 열다섯 개의 단편이 담긴 조각나고 찢긴은 강렬한 핫핑크색 표지로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다소 적나라하고 약간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표지의 그림은 나사나 관절 따위를 통해 인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인형의 긴 머리나 속눈썹, 색이 짙은 입술, 유방의 모양 따위를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인형을 여성으로 패싱하게 된다. 조각나고 찢긴여자의 몸은 이래야지’, ‘여성이라면 자고로 이렇게 생겨야지’, ‘여학생이니까 당연히 아름다워야지등 가부장제의 관념과 속박 속에서 부위별로 조각나고 찢겨 품평받으며 오로지 욕구나 폭력의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여성의 신체를 가부장적 시선에 저항하는 작가들의 글로서 다시 재조립하는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이 갖는 특징은 여성의 신체를 대부분 신체 그대로주목한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성적 묘사나 미형적인 묘사에 집착하지 않고 신체를 단지 기능하는 신체로만 바라본다. 특히나 책의 포문을 여는 단편 프랭크 존스에서 에이미가 프랭크를 만드는 재료는 무려 쥐젖이다. 개인적으로 일부 남성 독자들(이 책을 읽는 남성 독자가 있다는 가정 하에)은 젊은 여성에게도 쥐젖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페이지를 넘기며 조금 웃을 수밖에 없었다.




 

p.286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여성의 정신병도 도덕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새 시대가 된 것이다. (중략) 내가 내 아름다움에 해를 끼친 것도 사실이다. 아름다움은 남편의 소유이기에 내 마음대로 파괴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난 배워야 했다.


흑인이었던 탓에 발레리나가 되지 못했던 할머니의 저주에라도 걸린 듯 몸이 부서져가며 춤을 추게 되는 손녀를 그려낸 댄스, 권총이 자아를 가지고 몸에 기생하게 된 은닉 휴대등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단편들은 바디 호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비일상적이고 다소 기괴하다. 때로는 불쾌하거나 기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도 얼마든지 이러한 호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롭게 꼬집는다는 부분에서, 다소 고전틱하고 클리셰를 따르는 작품마저도 기발하다는 기분이 든다. 많은 여성들을 놀라게 했던 영화 서브스턴스에 이어서 다시금 가부장제가 얼마나 여성의 신체를 마치 본인들이 소유한 것처럼 대해왔는지 깊게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각 단편의 볼륨이 크지 않고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있어 수시로 읽기 좋았다. 서문에 각 단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나 평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단편들을 모두 읽고 서문을 다시 한 번 읽거나, 단편부터 읽은 후 서문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신체를 품평하던 시대에서 모든 여성의 신체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시대가 오기까지 수 세기가 흘렀다. 이제는 아름답지 않은신체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조각나고 찢긴신체들의 회복을 바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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