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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
홍신자 외 지음 / 판미동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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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08 일상을 살아가는 중에 일어나는 모든 행위와 만남을 머리로 사고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가슴으로부터 연결해서 시작과 끝을 맺어야 한다.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은 현대무용가 홍신자, 그분의 배우자이자 독일 최초의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깊은숨,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으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혜나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사람이 인도 오로빌을 함께 걸으며 나눈 이야기를 엮은, 너무나도 다정하고 상냥한 에세이 속으로 독자는 금세 빠져든다.

 

김혜나 작가가 연인과 헤어진 이야기, 홍신자와 사세 부부가 말하는 결혼과 삶,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가치관을 나누는 대화 속으로 스며들어 오로빌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그들의 여정에 동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는 한국에서 내 책상에 앉아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뿐인데 마치 폰디체리 시내를 함께 산책하고, 와추 풀장의 물 속에 같이 들어가 있는 기분이 된다.

 

p.235 지금 당장의 현실에서는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의 현실만 보면 된다.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에는 세 사람의 삶의 철학,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과 지혜로운 연륜이 가득 들어 있다.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며 울기도 하고, 공감하거나 마구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때로는 너무 벅차올라서 페이지를 덮고 한참 명상을 하다가 도로 책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사람이 이렇게나 지혜롭고 아름답게 나이먹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지치고 길을 잃은 청춘들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고 살 수 있을지 다정하게 속삭여준다.

 

모두가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거나,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에서 홍신자 선생님은 그 두려움의 실체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로 두려워할 것은 육신의 죽음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마주볼 노력도 하지 않는 것, 즉 정신이 죽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왜 지금껏 과거나 미래만 붙잡고 살아왔을까? 가장 중요한 현재를 똑바로 볼 생각은 왜 하지 못했을까? 우리가 다른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에는 그런 삶의 지향점이 녹아 있다.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나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말해줬으면 싶을 때 몇 번을 읽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을 책이다.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가다른삶에서배울수있다면 #홍신자 #베르너사세 #김혜나 #판미동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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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퇴근길
ICBOOKS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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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324 그렇게 그는 한참 동안 자신을 위로해 주는 그 노래를 들으며 원 없이 새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원 없이 한숨을 토해 낸다.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고 대리는 아내에게 회사에서 잘렸다는 말을 할 수 없어 가짜 출근을 하게 된다. 전철을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기도 하고 도서관을 가기도 하며 수상한 퇴근길을 이어가다가, 무급휴직이라는 거짓말로 가짜 출근을 그만둔 후에는 친구에게 도배 일을 소개받아 나가기도 한다. 일당은 몇 만원밖에 안 되는 수준이지만 한 푼이 아쉬운 고 대리는 계속해서 도배일을 할 수밖에 없다.

 

여자의 시선에서, 솔직히 말해 고 대리라는 캐릭터는 정말 인간적으로 도저히 호감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고 대리의 아내, 분리수거남, 꽃집 주인 등 좋은 사람들과 대비되어 이야기가 흐르면 흐를수록 더 정이 떨어진다. 주인공 고 대리는 소위 말하는 하남자에 가깝다. 실직해서가 아니다. 그건 고 대리의 탓이 아니니까. 잘린 걸 아내에게 말하지 못해서도 아니다. 자존심을 떠나서 그런 얘기를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고 대리가 하남자처럼 그려지는 건 그의 행동과 말에서 끊임없이 자격지심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쪼잔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마음속으로 남을 쉽게 얕보고 헐뜯는데다 결국 진심이 아닌 막말로 아내에게 상처를 준다. 비유하자면 김첨지식 캐릭터에 가깝다. 휴대폰을 고치지 않은 건 본인이면서 병원에서 아내에게 심한 말을 쏟아낼 때는 정말 갑갑해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그러나 의외로 그런 점이 고 대리를 더 현실적인 인물로 만든다. 작가가 고 대리의 찌질함을 이리저리 포장하기보다 그대로 독자 앞에 날것으로 내던져 보임으로써, 고 대리는 미디어 속 완벽하기만 한 남자 주인공이 아닌 철없고 밉상스러우면서도 정이 가는 진짜 현실 남편이 된다. 호감은 가지 않더라도 연민이 가는 인물이다. 마치 우리 집에, 또는 옆집에, 또는 같은 동네 어딘가에 살아 숨쉴 것만 같은 어느 집 남편. 그게 고 대리이다.



 

날마다 경제가 좋지 못하다는 뉴스가 나온다. 지방 공단에서는 이미 많은 회사가 문을 닫고 있다. 단골 가게가 폐업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고, 월급이 밀려 사장과 직원 사이 다툼이 생기는 일도 많아졌다. 전염병의 여파가 어느 정도 지나갔는데도 너무 많은 고 대리들이 수상한 퇴근길을 방황하며 언젠가 올 좋은 날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연락처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진심으로 마음을 털어놓을 이도 없고, 나보다 못났던 사람들이 다 어느새 나보다 잘나가는 것만 같고, 그걸 인정하자니 자꾸만 내가 얕보이고 작아지는 것만 같아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처럼 자꾸만 남을 공격해서 스스로를 위로하게 되는 일. 너무나도 현실적인 리얼리즘이다.

 

마치 잘 만든 아침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수상한퇴근길 #한태현 #ic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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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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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95 장은 치밀어 오르는 연민과 억눌러 왔던 갈망 사이에서 말을 던져만 놓고 잇지 못했다. 마치 유언을 재촉해 받아내려는 사람처럼 떳떳하지 않게 느껴졌다.

 

함정임 작가의 글에는 어떤 여행이 녹아 있다. 인물들이 끊임없이 떠돌아다니며 또다른 인물이나 사건, 새로운 공간을 맞이한다. 그 장소에 대한 지나친 묘사나 대단한 소개가 없는데도, 세심한 문체로 빚어진 인물을 흥미롭게 따라가다 보면 독자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여행 속으로 휩쓸린다.

 

밤 인사에는 종횡무진 숨가쁘게 달리는 커다란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작품을 아는 만큼 보이는 인용과 언급, 어느새 사람을 골몰하게 만드는 스토리,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자꾸만 끌리는 인물들이 있다. 장과 미나, 윤중이라는 세 인물이 서로 같은 방향으로, 또는 다른 방향으로 걸으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마주쳤다가 멀어졌다가, 헤어졌다가 그리웠다가. 삶과 죽음, 만남과 헤어짐을 작가는 특유의 담담하고 유려한 문체로 풀어낸다.


 

p.159 희망이란 불가능과 가능 사이의 안개, 구름 같은 것이었다. 차라리 불가능에 가까웠다.

 

작중에는 여러 지명이 언급되는데, 개중 부산이 있다는 점이 조금 놀라웠다. 파리, 부르고뉴, 세트, 포르부, 그리고 부산과 간절곶. 어쩌면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막연한 유럽의 낭만과는 조금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는 지명이 등장하면서 독자는 이들이 과연 함께 한국의 바다를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에 빠지게 된다. 미나의 마음은 어디로 기울어져 있을지, 장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읽는 동안 개인적으로 장에게 마음을 많이 썼던지라 종래에는 탄식을 거듭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함정임 작가의 글을 읽을 때 가장 놀라운 점은, (실례되는 발언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경력이 긴 것에 비해 굉장히 트렌디하고 세련된 글을 쓰신다는 점이다. 밤 인사에서는 인물들의 SNS가 그들을 표현하고 연결하는 주축이 된다. 사랑하는 작품에서 발췌한 글을 SNS에 걸어두기도 하고, 그런 SNS를 훔쳐보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또는 추억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언급되기도 한다. 사실 20대로서, 오랫동안 사랑해온 작가들의 신작을 읽을 때 가장 두려운 것은 내가 사랑하는 작가가 더 이상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함정임 작가의 글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문체는 변함없이 섬세하고, 작품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 현실을 비추고 문학의 트렌드를 선도한다.

 

세 명의 인물이 기묘하게 얽히고설켜 흘러가며 건네는 밤 인사. 이 글에 끌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밤인사 #함정임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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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 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카를로 무쏘 지음, 이재협 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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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 512 여러분도 이 길을 걸어가십시오. 온유한 사랑과 용기로 이 싸움에 동참하십시오. 저는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입니다.

 

희년을 맞이해 공개된 교황님의 자서전 희망은 위와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보통 책을 소개할 때는 첫 문장이나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발췌하는데 희망의 서평은 꼭 이 문장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 전체 가톨릭교회의 최고 수장이자 바티칸의 국가원수인 분이 어떻게 본인을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 주님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문장이었다.

 

으레 자서전이라고 하면 단순히 칭송받는 업적을 나열해 놓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희망에는 교황님이 살아오신 삶이 시대적 배경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너무나도 소박하고 아름다운 소년 시절의 이야기부터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 아르헨티나 군사 독재의 비참함, 예수회 수련 시기와 비로소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던 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콘클라베가 생각나기도 했고, 초등학교 동급생에게 러브레터를 썼던 일이나 이모부와 논쟁 중에 탄산수를 뿌려 버린 이야기를 읽을 때는 숨이 넘어가게 웃기도 했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21세기와는 동떨어진 얘기로만 느껴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서는 온갖 잉여 생산물이 지구를 더럽히는데 또 어느 한쪽에서는 당장 마실 물이 없어서 병들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세상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주님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 희망에서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가십시오. 밖으로 나가십시오. 거리로 나가서 상처 입고 더러워진 교회라 할지라도, 그것이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고 폐쇄적으로 병들어가는 교회보다 낫습니다.” (p.311)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에게 해주셨다는 이 말씀이 우리가 희망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만히 성전 안에 앉아서 나쁜 일이 내게 닥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나 하나의 안위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고통받는 이웃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 교회의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면 언젠가 희망에 닿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희망은 두꺼운 책이지만 어렵지 않다. 권위를 높이는 대신 소탈하고 다정한 교황님의 문체를 그대로 살려 번역해, 마치 아주 친절한 어른이 곁에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기분으로 쉽게 읽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가톨릭 용어나 신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한번쯤 읽어보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종교적인 얘기를 넘어서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교황님이 살아오신 발자취를 따라 읽으며 독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스스로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희망의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병상에 계시던 교황님께서 5주만에 퇴원해 바티칸에 복귀하셨다는 기사를 보았다. 세계에 희망을 주시는 교황님의 쾌유를 기도드리며, 남은 희년을 어떻게 더 거룩하고 더 뜻깊게 보낼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희망 #프란치스코교황 #가톨릭출판사 #교황님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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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
안드레아 칼라일 지음, 양소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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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p.123 나이가 든다고 우리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여권을 바꾸고 다른 나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평생을 살아오며 품어온 자아 그대로를 지닌 채 나이가 든다. 해가 뜨는 게 놀랍지 않듯 나이 듦은 더 이상 놀라워할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된다면 그건 마침내 드러나는 우리 안의 노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늙는 것을 두려워한다. 외모가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서 멀어지는 것, 몸이 아프거나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 일을 그만두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생산 가능 인구가 아니게 되는 것. 모든 미디어와 광고가 늙음은 두렵고 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주름이 져서 큰일이라거나 이제 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는 그런 사회적 편견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늙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왜 사회는 노년의 신체를 흉측한 것으로, 또는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표현하며 조롱하는가? 저자는 여러 장에 걸쳐 그러한 편견을 꼬집으며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노년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나이듦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하우스보트에서의 생활, 미디어와 창작물이 표현하는 노인, 저자보다 먼저 나이든 여성으로 살았던 매티 이모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 읽으며 늙는다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p.246 나는 다른 딸들에 관해 알고 싶었다. 그들은 잘 버티고 있을까? 간병인이 된다는 건 내 하루가 크게 바뀌는 일이었다.

 

사람은 당연하게도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나보다 앞서 나의 손윗형제가, 부모가, 내가 어릴 때 나를 이끌어줬던 어른들이 늙는다. 저자의 말대로 나이가 든다는 건 갑자기 사람이 부정적으로 바뀌거나 미디어 속의 괴팍하고 볼품없는 노파가 되는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도 나는 나고, 어머니는 어머니고, 이모는 이모다.

 

청소년기를 맞이하며, 스무 살을 맞이하며, 대학을 졸업하거나 취직을 하거나 결혼을 하면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기뻐하고 감탄한다. 그런데 왜 나이가 들면서는 성장하는 게 아니라 퇴보했다고 느끼게 될까? 저자의 말처럼 나이 든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나이가 들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나는 언제나 늙기를 기다려왔다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 원서는 There Was an Old Woma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이쪽이 더 직관적이기는 하지만 웅진지식하우스의 번역본이 더 마음을 울리는 부분이 있다. 늙기를 기다린다니,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서평단을 처음 신청할 때부터 어머니와 꼭 같이 읽고 싶었다. 이제는 흰머리가 잔뜩 생긴 어머니와 함께 책을 읽는 건 꽤 즐거운 경험이었고 이 책은 늙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속상해하던 어머니께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아직 노인혐오가 심하고 노년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은 한국에 꼭 필요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는언제나늙기를기다려왔다 #안드레아칼라일 #웅진지식하우스 #공삼_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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