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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제공
p. 153 저거. 저것. 완벽한 타인. 보이지 않는 무언가. 혹은 자신의 그림자. 나는 두렵고 불편하고 불쾌한 것. 그 모든 감정의 숙주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가 살았던 모든 집 한편에는 어딘가 새까만 감정이 고여 있었고 그것들의 주인으로 항상 내가 지목됐다.
하우스 호러 장르가 주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어딘가 수상한 집, 그 집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집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는 주인공. 다소 일련의 전개가 클리셰처럼 굳어진 장르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그 장르가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컨저링》 등의 기존 하우스호러 창작물에서 볼 수 있듯이, 하우스 호러의 주된 무대는 서양권이다. 동양으로 넘어와도 일본 정도까지가 흔하다. 한국은 호러 팬덤 규모가 소박할 뿐만 아니라 전월세 제도가 익숙하고 아파트 위주의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어 ‘동떨어진 수상한 고택’이라는 배경을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국인들은 이상하다, 저런 이상한 집을 보자마자 도망가는 게 아니라 오, 집이 너무 예뻐요! 하고 들어가서 산다고?!” 라고 황당해하는 유머가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메말라가던 한국의 하우스 호러 팬덤 앞에 『호스트 : 환영의 집』이 나타났다. 기존의 하우스 호러 도식을 갖던 창작물인 전건우 작가의 『고시원 기담』이나 홍원찬 감독의 《오피스》는 고시원과 회사라는, ‘집이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집처럼 오랫동안 머무르는’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면, 『호스트 : 환영의 집』은 정통 하우스 호러의 도식을 따른다. 아름답지만 다소 낡은 저택의 증여, 그 저택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 그것에 대해 무언가 아는 듯한 남편, 아픈 아이들과 놀아주는 정체불명의 존재, 그리고 저택에 얽힌 사연… …. 그야말로 ‘제대로 된’ 하우스 호러라고 부를 만하다. 소설은 1945년의 나오, 1995년의 규호, 2025년의 수현, 총 세 명의 시점을 넘나들며 진행된다. 두세 챕터만 지나가고 나면 시점이 바뀌는 것도 어색하거나 헷갈리지 않다. 적산가옥을 두고서 나오에게, 50년 후의 규호에게, 또 30년 후의 수현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굉장히 흥미롭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후루룩 읽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p.146 온기가 있었다. 무엇이든 했어야 했다. 품에 두었던 생명조차 어쩌지 못한다면 내가 배우고 행하는 의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생각했다. 고타로의 편지 속 죽음과 생명을 넘나들던 그 문장을 떠올렸다. 죽음과 삶 사이, 우리가 보았던 환영들.
『호스트 : 환영의 집』은 단순한 호러로 끝나지 않는다. 느닷없이 사연도 없는 악마가 튀어나오거나 불쾌한 고어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기묘하고 무서운 분위기 속에서 이 집을 선택하는, 집을 가지는 사람들은 언제나 타인을 구하고자 하는 여성들이다. 1945년 명숙을 살리고자 했던 나오에게서 2025년 실비를 살리려는 수현에게로 집이 이어진다. 언젠가 먼 미래에, 또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이가 이 집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명숙과 느티나무 그네와 응접실의 책상을 데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적산가옥이 더 이상 두렵지 않다. 이곳에 깃든 건 원한이 아니다. 세대를 넘어 온 모성애거나, 자신의 일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여성들의 연대거나, 누군가를 살리고자 했던 선함이다. 80년을 건너 온 적산가옥이 『호스트:환영의 집』을 통해 이제 당신에게로 다가간다. 적산가옥의 ‘호스트’가 될 준비가 된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읽고 나면 고요한 집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더더욱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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