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 - 음모론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관계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법
정재철 지음 / 원더박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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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5 알고리즘이 사회적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와 함께 시민의 감시가 필요하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숨길 것인지, 이제는 기술자만이 아닌 시민 모두가 논의해야 할 시대라는 의미다.

 

당신이 오늘 접한 정보는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소위 말하는 믿어도 되는 정보라고 하면 대체로는 공신력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학계에서 권위 있는 전문가의 저서나 발언, 대형 출판사에서 검수를 거쳐 출간된 책 등을 떠올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유튜브와 sns가 급격한 성장을 보여 온 근 십 몇 년간, 사람들은 품을 들여 찾아봐야 하는 양질의 정보보다 앉은 자리에서 흘러들어오는 미디어를 더 열심히 믿게 되었다. 물론 4음모론의 역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음모론과 헛소문이라는 것 자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틱톡이 없던 시절에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있었으니까. 그러나 미디어를 통해 그런 음모론을 접하기가 더 쉬워지고 댓글과 커뮤니티 활동으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당위성을 부여하게 되면서, 음모론은 더 이상 질 나쁜 헛소문 수준에 그치지 못하고 민주주의와 사회도덕에 대한 실질적 위협으로 우리의 세계에 성큼 다가왔다.

 

30년 경력의 언론인 정재철 기자가 쓴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에서는 이러한 음모론이 어떤 구조로 자라나는지, 사람들이 왜 음모론에 쉽게 빠져들고 믿게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또한 그렇게 음모론에 빠지는 이들을 되돌리는 방법이나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의 프롤로그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2024123일 밤 1023, 대한민국이 멈췄다.’ 그로부터 일 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음모론이 얼마나 사람을 쉽게 파고드는지, 어떻게 세상을 망치는지 극우 집회와 서부지법 사태를 통해 분명히 목도했다. 나의 중년 부모님은 유튜브를 보고서 종종 중국 사람들이 몰래 선거에 가짜표를 넣는다더라같은 말을 하게 되었다. 음모론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홧병의 연속이다.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졌습니다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렇게 쌓이고 쌓인 홧병이 차분히 해소되는 기분이다. 쉽고 정돈된 언어로 음모론의 구조에 대해 알게 되면 속아 넘어간사람들보다도 그런 미디어 리터러시 취약 계층을 상대로 속여 넘기는집단에 대해 분노하게 된다.

 

p.30 음모론은 사회의 불평등, 신뢰의 붕괴, 고립과 소외를 비추는 거울에 비유되곤 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위안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노의 언어다. 때때로 그것은 정치적 무기로 변하기도 한다.

 

음모론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것이 팩트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상대가 반박하는 진짜 팩트는 언제나 외면해버린다. 저자는 이런 점을 꼬집어 음모론은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감성으로 인해 빠져들게 된다고 지적한다. 내면의 불신이나 불안에 대한 근거를 찾았다는 안도감, 나의 비도덕적 행동이나 패배는 내 탓이 아니라 조작된 사회 탓이라는 피해자성,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고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효용감이 그들을 확증편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음모론에 어떻게 맞설 수 있을까? 책에서는 다섯 가지 방법이 제시된다. 서평을 쓰며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붙여 둔다.

 

1. 프리벙킹 : 퍼지기 전에 막는 것

2. 스트리트 에피스테몰로지 : 논쟁 대신 질문으로 근거를 스스로 점검하게 만드는 대화법

3.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4. 알고리즘 규제와 허위 사실 유포 플랫폼의 법적 책임 부여

5. 심리적 개입 : 공감과 정체성 접근

 

지금도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이 음모론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포기하는 대신 그들을 공동체 속으로 다시 데리고 돌아와야만 한다. 이 책이 당신에게 길을 알려 줄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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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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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2 한 형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행인들이 하나같이 바쁜 걸음으로 어디론가 밀려가고 또 밀려오고 있었다. 저들 중 누구는 이 도시에 안착하겠지만 누구는 조용히 도시를 떠날 것이다. 끝내 막을 올리지 못한 대학로의 어느 연극처럼.

 

서울은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고향인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섞일 수 없는 이질적인 공간이다. 서울이라는 고유명사는 언젠가부터 세련되고 트렌디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고, 서울에만 가면 큰돈도 벌 수 있고 잘살게 되어 고향에 있는 가족도 건사할 수 있다고. 그러나 그렇게 고향을 두고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젊은이들이 점점 모이고 모여 2025, 서울을 차씹도라고 부르는 작금에 이른다. 차가운 OOO들의 도시. 이 두 가지 이미지의 갭을 아는 독자는 레트로풍의 빳빳한 표지를 넘기기 전부터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에서 네 작가가 그려내는 서울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지 궁금해진다.

 

사라진 소년」 「선량은 왜?」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네 개의 미스터리 단편으로 이루어진 앤솔로지는 표지부터 시선을 끈다. 한문 혼용, 장음 하이픈을 표기한 고채도의 레트로 표지가 독자를 순식간에 과거의 서울로 끌어들인다. 뒷표지에서 서울 지도 위에 장소 아이콘으로 표시된 곳들이 각 단편의 작중 배경이 되고 있는 곳이라는 점도 좋았다. 이런 디테일이 서울에 살아 보지 않은 독자들도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에 호기심을 느끼게 한다.



 

p.119 선량의 마음은 어느덧 황폐해져 갔다. 가까운 이웃들은 이사했고 두부 트럭마저 출입을 금지당했다. 집 안에 있어도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생각에 불편했고 그렇다고 마당으로 나가자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다.

 

내게 서울이란 비즈니스, 그리고 뮤지컬 관람이라는 취미생활을 위한 공간이었으므로 지역적 무드가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랐거나 거주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지명이 더더욱 깊게 다가올 듯하다. 그런 면에서 개중에서 좀 더 익숙한 대학로 배경인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는 다른 단편들보다도 더 즐겁게 읽었다. 사라진 소년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에는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청소년 탐정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도 꽤 흥미로웠다.

 

네 개의 단편이 모두 재미있었지만 책을 덮고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인물은 아무래도 선량이지 않을까 싶다. 선량은 옆집 할머니의 병뚜껑을 열어 주고 아픈 강아지의 임보를 흔쾌히 받아들일 만큼 도덕적인 사람이다. 그때의 선량을 알던 사람들이 선량이 일으킨 사건을 접하면 분명 그렇게 물을 것이다. “선량이 대체 왜?” 그 질문은 작품 바깥의 독자들에게도 단편의 제목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선량은 왜, 왜 그랬어야만 했을까. 무엇이 선량을 선량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물론 템플 스테이에서 선량에게 반박한 이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 자본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서 자본을 쫓는다고 해서 비도덕적이라 비난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본이 인간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자본도 피 위에 세워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나 스스로가 번화가의 아파트보다 외곽의 주택을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선량에게 더 깊이 이입했는지도 모르겠다. 결말부에서 선량의 집도 결국은 재개발 빌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현실적인, 통찰력 높은 미스터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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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미쳐 돌아가는 거겠죠."
"그렇게 따지면 서울이 무슨 죄가 있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문제지."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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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 2025 제8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8
공희경 지음 / 허블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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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9 우리는 때로 지켜야 할 것이 많아 살아남는 것보다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잊어버리고 마는데, 결국 그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길을 가고 마니…….

 

이 거대한 서사의 첫 페이지에서는 그 어떤 특별한 인간도 아닌 상어 바나가 등장한다. 500살이 거의 다 된 바나는 기묘하게 달라진 지구의 자기장을 느낀다. 곧이어 사람을 증발시키는 비가 내리고, 인간은 그 비를 이라고 부르게 된다. 여기까지는 무난하게 흥미로운 아포칼립스 SF처럼 시작된 소설은 챕터를 구르고 구르며 점점 방대해져서, 정신을 차려 보면 상어 바나에게서 출발한 독자는 어느새 신인류 루시의 이야기에까지 다다른다. 이야기의 배경은 더 먼 미래가 되었는데도 루시와 사가르가 다른 계층으로 나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몇백 년간 피로 성장해 온 인권이란 얼마나 부질없는지, 하고 조금 허탈해지기도 한다.

 

짧고 간결한 문장에 더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문체가 조금 낯설지도 모르지만, 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에는 어딘가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다. 길게 늘어진 문장들은 조금은 고전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조금 가깝게 보자면 드래곤 라자가 유행하던 시절의 문장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더 멀리 거슬러가면 단어 수로 원고료가 책정되던 시대의 만연체가 주는 고유한 느낌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도 신기할 정도로 세련되었다. 숏폼처럼 치고 빠지는 단편들에 지친 독자들에게는 단비 같은(이 소설의 서평에서 비 같다는 표현을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존재가 되어주리라는 확신이 든다. 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의 거대한 세계관은 독자 앞에 뚝 떨어져 전시되지 않는다. 대신 쉼없이 독자를 그 세계 속으로 빨아들인다.

 

p.214 서서히 번지는 소녀의 핏자국처럼 젖어드는 눈송이처럼 점점 불어나는 눈발처럼 시린 기억이 하나둘 쌓여갔다. 시린 기억들로 가슴이 아팠다. 그저 예쁨받는 게 세상 가장 큰 기쁨이었던 나는, 그날 이후 완전히 다른 눈을 갖게 되었다.

 

계층, , 신과 재난, 절망과 사랑…… 독자는 글 안에 떨어뜨려 놓고서 글 바깥에서 인간을 관망하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몸으로 덮인 세계를 본 적 있는가는 미래의 이야기인 동시에 현재의 이야기인 글이다. 재난은 멀리 있지 않다. 차별도 계층도 착취도 모두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고랑지의 죽음이 단지 픽션일 뿐 현실에는 정말로 없다고 확언할 수 있는가? 고랑지가 버스를 타지 못하는 사건은 과연 소설 속 가상의 것인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라면 이 책은 그쯤에서 덮는 게 좋을 것이다. 그것들을 픽션이고 나와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수 세기를 가로지르는 인류 단위의 사건들에 정신없이 휩싸이는 동시에 카와 아난의 사랑이 굳건히 남는다. 어떤 재난에서도 사랑은 그렇다.

 

장면들은 강렬한데 문장들은 시처럼 유려하다. 세대를 건너 마지막 대이동까지 다다른 독자는 숨을 참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생각해보면 라는 것은 언제나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지 않았는가. 노아의 방주만을 세상에 남기고 모든 것을 휩쓴 창세기의 대홍수를 포함해 많은 신화에서 홍수가 신의 벌로 등장한다. 비가 멈추지 않거나 강이 범람해 땅 위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죄 없는 새로운 생물들만 살아가게 하는 일종의 종말과 탄생의 순환, 마지막 장은 독자에게 그런 이미지를 남긴다. 3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인데도 지루하다고 여겨지는 구간이 없었다. 오히려 더 길게, 몇 부로 나뉘어지는 초장편이어도 좋겠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찬바람이 부는 연말, 깊게 몇 번이나 읽기에 손색없는 근사한 SF였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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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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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 그러나 상실과 몰락이 반드시 종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즈코가 그랬던 것처럼 영감을 통해 자기 삶의 진정한 방향을 찾고, 고통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면 어떨까요. 중요한 것은 절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좋아한다. 특히 사양사랑이라고 썼더니 더는 쓸 수 없어졌다.” 라는 문장을 굉장히 좋아해 오직 이 문장 때문에 사양을 여러 번 읽었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여러모로 감탄이 나온다. 때로는 인간 내면을 꿰뚫어 보는듯한 통찰이 심금을 울리다가, 때로는 다소 역겹고 추악한 인간성까지도 적나라하게 마주해버려 심란하게 페이지를 넘겨야 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인 인간실격은 어느 독자에게는 인생책으로 손꼽히지만 또 어떤 독자들은 불쾌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의 책에 불호평을 남기는 독자들도 한 가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을 테다. 다자이 오사무는 문장을 잘 쓴다. 독자가 인간실격에 공감하든 그렇지 못하든, 요조를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다자이 오사무가 문장을 잘 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다가 소름이 돋고 불쾌해질 때 우리는, 외면하고 있던 인간 내면을 너무 고스란히 마주한 나머지 불쾌해지는 게 아닌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은 그런 그의 작품들에 수록된 문장을 담은 책이다. 네 개의 파트로 나뉘어진 책은 각 파트 내에서 다시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인 인간 실격』 『사양』 『달려라 메로스부터 국내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사랑과 미에 대하여』 『여학생』 『늙은 하이델베르크등의 단편들까지도 다루고 있어 다자이 오사무 팬들에게는 크게 환영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읽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지만 작품을 읽기 전에 전반적인 시놉시스를 접하는 일을 크게 개의치 않는 독자라면, 오히려 그의 작품세계를 더 깊게 이해하고 입문할 수 있는 일종의 길잡이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p.52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게 드러내지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조차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내면의 영역을 품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내면의 고독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합니다

 

책은 단순히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나열하거나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는지,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도 간략하게 설명한다. 또한 그러한 인간 내면의 고찰과 작품 내에 드러나는 가치관, 정서가 현대에는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제시함으로써 그의 애독자들이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마음에 오랫동안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있다.

 

평소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한 독자들에게, 또는 입문하고 싶은데 시대적 배경이나 주변의 불호평이 마음에 걸려 한번쯤 그의 작품세계를 훑어보고 싶었던 예비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쌀쌀한 겨울의 독서 시간, 요절한 천재가 써낸 고독을 고스란히 필사해보고 싶을 때 꼭 펴보게 될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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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베무스 파팜 - 새 시대의 교황, 레오 14세
크리스토프 에닝 지음, 김상우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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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7 상냥한 지성인처럼 보이는 레오 14세 교황에게서는 확고함과 온유함이 함께 깃든 열정과 헌신이 느껴진다. 폭풍우 한가운데를 헤치고 걸어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몇 달이 지났지만, 시스티나 굴뚝에서 흰 연기가 나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를 포함한 모든 신자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유난히 일이 많은 것만 같은 2025년의 끝에서 하베무스 파팜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주님의 곁으로 떠나보내고 새 교황님을 맞이한 신자들에게 앞으로 가톨릭 교회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우리가 맞이한 새 교황 레오 14세는 어떤 분인지 자세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미디어로만 보아 왔던 콘클라베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 꽤 흥미롭게 읽었다. 한국의 언론매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주요 교황 후보들에 대한 내용이 4여전히 중요한 일곱 추기경에 상세히 쓰여 있어서, 앞으로 레오 14세를 도와 교황청을 이끌어 갈 주역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6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에서는 역대 교황들이 콘클라베에서 몇 표를 받았는지, 당시의 콘클라베는 어떤 분위기였는지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비교적 고령이었던 역사 속의 교황들에 비해 이번의 젊은 교황님이 기대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p.21 잘 준비된 연설문은 복음서에 근거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특히 평화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했는데, 이는 수도자이자 선교사인 새 교황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매 장을 넘어가는 사이에 레오 14세의 강론이나 인터뷰가 짤막하게 실려 있는 점도 특히 좋았다. 강론을 읽으며 새 교황님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교회가 해결해 나가야 할 기후 위기, 성소수자 배려, 이민자 문제 등의 이슈들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새 교황님께서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지, 또 나는 그런 주제들에 대해 가톨릭 신자이자 진보주의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깊게 고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레오 14세가 강조하는 평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기다. 수시로 발생하는 혐오 범죄와 팔-이 전쟁, -우 전쟁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주님께서 이 땅에 평화를 보내주시기를 간절히 바랐다. 가톨릭이라는 종교 자체가 갖는 보수성과 교황이라는 자리의 무게로 발생하는 한계가 분명히 있겠지만, 그래도 새 교황님께서 현명한 발걸음을 보여주시리라 굳게 믿는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파격적인 타이틀에 걸맞게 새로운 교회의 모습으로 힘차게 나아가시기를 기도드린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하시길. 아멘.

 

 

*캐스리더스 활동으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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