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할머니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7
이규희 지음, 윤정주 그림 / 보림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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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희 글 / 윤정주 그림 / 보림

텅빈 집,, 열린 부엌 안에서 누군가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조왕 할멈이라 하는 이는 조왕 보시기 안에 살면서 부엌을 지키고 불을 다시리는 부엌 할머니라 합니다.
그리고 엊그제 꽃상여 타고 떠난 봄이 할멈이 이 집에 시집오기 전부터 살았다며 이 집의 봄이 할머니와 부엌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봄이 할머니는 시집온 지 사흘만에 문지방을 넘어와 그날부터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며 많은 식구들을 챙깁니다.
졸다가 불씨라도 꺼뜨리면 밥을 태우게 불을 일으키고 부엌이 더러워지면 배탈이 나게 하게 하며 조왕할멈은 심술을 부렸다 하지요.
하지만 정월대보름에 조왕할멈을 위해 큰 잔치를 벌여 주고 정월 열나흗날 밤에 복토를 훔쳐다 발라주면 기분이 좋았다 합니다.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명절이나 제삿날 의젓이 살림을 도맡아 하는 모습 그리고 조왕 보시기에 물을 떠놓고 자손을 위해 비는 지극 정성에 조왕할멈도 대견해 했지요.
그리고 손녀딸 봄이가 오면 아궁이 앞에서 이것저것 구워 먹이며 대견해 했던 모습을 생각하며 즐거워 합니다.
봄이 할머니가 세상을 뜨기 전 밥상을 차려 놓고 조왕할멈에게 이야기 건네던 것들을 들려주며 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봄이네 식구들이 모여 다시 집 안에 토닥토닥 도마질 소리, 부글부글 된장 끓는 소리, 구수한 밥 냄새가 나니.. 이제 조왕할멈은 어디로 가야할지 알거 같다 합니다.


온 가족이 건강하게 맛있게 먹을 음식을 장만하고.. 집 안에서 가장 온기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부엌이지요.
예로부터 부엌은 안주인이 가장 많이 머물면서 또 가장 정성껏, 늘 깨끗이 하였던 곳입니다.  
그래 부엌의 모습은 많이 바뀌어가도 예나 지금이나 안주인의 마음은 그대로이지 싶은데요,,
[부엌 할머니]는 봄이 할머니가 갓 시집온 새새시 시절부터 돌아가신 직후까지 부엌에서 지낸 이야기와 가족의 안녕을 바라는 봄이 할머니의 마음을 조왕할멈이 들려주는 이야기 책으로, 우리 전통의 부엌 새간과 우리 고유의 민간신앙 조왕신 그리고 조왕단지 모시기와 복토훔치기, 섣달 그믐날 엿 붙이기 등 우리나라 부엌문화와 풍속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종종걸음으로 살림을 시작해 의젓이 살림을 도맡아 하고  할머니가 되어선 장성해 떠난 자식들과 손주의 안녕을 바라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은 조왕신을 모시는 모습에서 잘 느껴집니다.
그리고 부엌 할머니가 들려주는 지난 이야기들에는 조왕할멈 당신의 시기와 즐거움이 솔직하게 드러나 신이기 이전 가족같은 정감이 드는 존재로 여겨지네요.

어릴 적에 보았던 아궁이며 가마솥, 부지깽이, 사발과 체를 보자니 구수한 밥냄새도 나는 듯 하고 군불내도 나는 듯 했어요.
낯익은 세간살이들을 보자니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저도 봄이처럼 아궁이 앞에 쪼그려앉아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누룽지도 긁어보았더랬는데...
아이들에겐 이 예전의 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알려주는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글을 읽으며 그림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추억해 그 아쉬움을 달래도 좋을 듯 하네요.

옛 부엌이니 만큼 아이들이 처음 보는 부엌 살림살이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책에  그려진 세간과 제가 생각나는 것들을 그려서 책으로 만들어보자 했어요.
(컴퓨터에서 자료 사진을 찾아 출력해 붙이면 더 좋았을텐데 저희집 프린터기가 요즘 그림의 떡이라..^^)
그림은 제가 그려 오렸고.. 이름을 알려주면 규현이가 국어사전(보리 국어사전) 에서 찾아 적었어요.


묵직한 가마솥이 첫 시작,, 다행히 가마솥은 외갓집에서 봐서 알고 있다 합니다.
그런데 다음 소반부터 살강, 옹배기, 조리, 체, 보시기, 종지, 함지박은 다 모르는 옛날 물건들..
그중에 '보시기'는 '거시기?', '뭐시기?' 해가며 장난을 쳤어요.

중간중간 제가 대신 국어사전을 찾아 주었는데도 글씨가 너무 많아 어렵다고 또 글을 많이 써서 손가락이 아프다고 핑계를 대며 뺀질거리는 통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모두 마치고 표지에 책 제목을 적어넣자 할 적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규현이는 '옛날에 쓰던 부엌의 물건들'로 하자 하고 저는 '물건' 이란 말 대신 '살림'이 좋다 하며 결국 가위바위보로.. 제목이 정해졌어요.ㅋㅋ


표지는 한지 모양의 벽지로, 속은 도화지를 접어 실로 꿰매 주었어요.
다 만들고 나니 책에 나온 '삼태기'를 빠뜨린 것이 생각났고 늦게 '키'와 '채반', '밥주걱'도 생각났어요.
시골에선 아직 키와 채반을 쓰시는데... 외갓집에 가면 직접 눈으로 보여 주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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