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남설희 지음 / 아무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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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 지망생의 농촌 생활 일기 !!!


나는 구직 단념자다. 엄마는 농담 삼아 누가 나에게

직업을 물어보면 농사를 짓는다고 말하라 한다.

따지고 보면 농담은 아니다.


자격증과 비슷하다. 

2020년 서울문화재단 '첫 책 발간 사업'에 지원했다.

신춘문예 당선자도 아니고 문예지 당선자도 아니다.

백일장으로 등단했고 작품 활동도 별로 없는데 

과연 될까. 되면 좋은 거지만. 가볍게 생각했는데

정말 됐다.


수필을 쓰기 전까지 밭에 있을 때마다 패배자가 된 것

같았다. 작가 지망생이지만 나는 영원히 글을 쓰지 

못할 것 같았고 빛나는 것들에 열등감을 느꼈다.

일기는 글을 쓰지 못하는 방편의 글쓰기였다.


소소한 개인의 삶과 글쓰기 그리고 농촌생활이

재미있게 어우러져 친근하게 다가오는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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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빛이 낳은 사생아다. 그늘에 앉아 맞은편

고목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는 뚜렷한 직업도 없고 인간관계도

좁다. 그렇다고 불행하다거나 괴롭지도 않다.

게다가 어딜 나가는 것도 귀찮아 집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완벽한 상태가 필요했다.

완벽한 준비, 완벽한 마음, 완벽한 문장에서 출발하고

싶었다. 문제는 그 순간은 좀처러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완벽이 아니라 지금 시작하는 것이다.

첫 문장을 쓴다.


산이는 생후 9개월 된 조카다.

아이는 자신의 아픔보다 상대의 표정을 보고 더 놀랄 때가

있다. 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산이를 본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가장 쉬운 것부터 하라고 조언한다.


바위는 처음부터 쉽게 부서지진 않았을 것이다.

아주 길고 긴 시간의 힘이 바위를 흙으로 만들었다.

나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버섯은 신기하다. 썩어버린 나무에서 자리를 잡고 자란다.

부패되고 썩은 것을 양분 삼아 자신을 피운다.


나에게도 책장 파먹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이야기라도 내 안에 스미지 않으면 페지에

불과하다.


지금을 해결할 수 없으면 미래는 없다.

누군가에게 조안하는 것보다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식량 위기 대처법일 것이다.


농사일 중 가장 힘든 일이 호미 농사다.

손으로 하는 농사가 제일 힘들어서 나온 말이다.


배우지 않고 글을 쓸 때는 글 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쉬웠는데 배우고 나니 나의 글은 글이 아니라

낙서였다.


나의 결심은 내게 늘 실망을 주지만 예전만큼 우울하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살다보니 정작 내가 이루어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그 자책감이 싫어 더 편한 삶으로 도망쳤다.

글쓰기도 그랬다.


그냥 자라는 줄 알았다. 아이가 저절로 큰다고 믿는 것처럼

밤의 중요성을 몰랐다. 사람도 밤에 자야 잘 크는 것처럼

식물도 밤에 자야 한다고 한다.


무거운 짐을 쉽게 들수 있는 근육처럼 글도 그래야 한다.

근육을 길러야지. 운동처럼 매일 조금씩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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