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진스키 영혼의 절규
바슬라프 니진스키 지음, 이덕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중력을 거부하는 듯한 몸놀림과 섬세한 감정표현..발레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한번도 현장에서 발레공연을 본 적이 없다) 얼마전 니진스키의 '목신의오후' 라는 짧은 유투브 동영상을 보며 그렇게 느꼈었다. 이 책 역자 해설에도 "그가 공중에 날아오르는 방법은 너무나 불가사의해서 언어로는 도지히 설명이 불가능했다. 니진스키의 유명한 '엘레바시옹(날아오름)'에 대해 그것은 전혀 비현실적이고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사자는 자신의 비상한 묘기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고 그와 춤을 춘 파트너의 증언을 소개하고 있다. 한마디로 '발레의 신'이다.

 

이 책은 영역본을 텍스트로 불역판을 참조했으며, 특별한 경우엔 러시아어 원본을 참조했다고  역자인 이덕희씨(이 분도 참 특이한 이력이 있다. 법학 전공자에 기자출신인데 니진스키를 만나서 이제는 대학에서 발레사를 강의하는 삶의 전환이 있었다)가 미리 밝혔는데, 중역에서 오는 오역의 의심을 전혀 느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가 정신이 붕괴시점(블로일러,프로이트, 융 등 쟁쟁한 정신의학자들 모두 치료에 실패함)에서 쓴 일기와 편지를 모아 1부 삶과 2부 죽음으로 구성해 놓은 것인데, 광인의 일기 답게 문법이나 논리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바슬라프 니진스키는 1889년 폴란드태생의 춤꾼 부모에게서 우크라이나에서  천부적 재능(역시나 피는 환경이나 노력보다 중요한 걸까?)을 타고 태어나 자라면서 당시 최고 수준의 상트페테르 부르크 황실 발레학교에서 발레수업을 받았다. 이어 류보프왕자와 디아길레프라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파리를 정복한 후 남미순회 공연중 헝가리 백작의 딸 로몰라와 결혼한다.여기까지는 천재 예술가의 평범한 성공기에 불과하지만 이후부터 비극이 시작 된다. 미국순회공연후 1917년 9월 30일 28세때 제2차 남미 순회공연에[페트루슈카]로 출연하는 것이 마지막 대중공연이 된다. 정신질환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그의 전기작가인 리처드 버클은 니진스키의 생애를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추고, 그리고 나머지30년은 암묵속에 가려진 60평생"으로 요약했는데 그의 삶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다고 생각한다.기나긴 정신요양원 생활을 전전한 끝에 1950년 영국에서 사망한 니진스키의 유해는 1953년 파리의 몽마르트로 이장되었는데 묘비앞에 페트루슈카의 분장을 한 니진스키의 좌상이 있다. (477쪽.)개인적으로는 이 책 249쪽에 있는 페트루슈카로 분한 니진스키(런던.1913)의 사진이 인상깊다. 슬픈 듯 광기어린 눈..

 

 

고흐나 니체처럼 천재 예술가나 사상가들에게는  정신병이 왜 생기고, 삶이 왜 비극적으로 끝나는 것일까? 당대의 권위있는 정신의학자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병의 원인을 어떻게 알수 있을 것인가.다만,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적 삶이 그들에게 고통의 족쇄를 채우기 때문이리라.(형의 이른 죽음,부모의 결별, 급우들의 시기와 질투에 따른 부상, 전쟁체험 등이 니진스키의 정신병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가 미쳐서, 스스로 신이라고 생각하며 쓴 일기의 시를 보자. "우리는 똥싸는 중이고 그대는 내가 눈 똥 속에 있다.~ (314쪽). 그러면서, 외로운 그는 사랑을 갈구하고, 또 사랑을 전하며 절규한다.

 

나는 당신에게 말하고 싶어 당신을 사랑 사랑한다는 것을~(322쪽).

 

이 책의 말미, 그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에는 " 사랑하는 어머니, 저는 언제나 어머니를 사랑합니다."로 시작해서 "어머니께 키스를 보냅니다. 저를 사랑하는 모든이에게 제 키스를 전해주세요. 어머니의 아들 바샤." 로 끝난다. 휴우~ 긴 한숨... 나의 뺨에 그의 고통스러운 숨결이 와 닿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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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30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알라딘 중고책 서점에서 이 책을 샀어요. 로쟈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한 권이에요. 니진스키와 니체를 비교해보고 싶어요. ^^

sprenown 2017-11-3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이 책에도 나오지만 니진스키도 니체를 좋아합니다. 정신병의 양태도 비슷하고요 다만 니체는 생각(사상)때문이지만 니진스키는 예민한 감정이 원인일거예요.공통적으로 기질적인 문제가 있고요. 어린 날의 형의 죽음과 왕따로 인한 상처, 그리고 1,2차 대전 전쟁경험이 니진스키에게는 치유될 수없는 영혼의 고통이었던것 같습니다.

얄라알라 2017-12-06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아...이책 수년전 국제도서전 푸른숲 부스에서 보고 사진찍어 온 책인지라 더욱 반갑네요 실제 읽지는 못했는데 로쟈님도 추천하셨었나요?^^ 알라딘 서재 탐색다니며 정말 많이 배웁니다.

sprenown 2017-12-0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로쟈님의 인생책 중 한 권인가 봅니다. 이 책의 번역자인 이덕희님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꾼 책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