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문체로 이어지는 글인데도 재미있게 술술 읽혔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바이브(!) 덕분이겠지만 많은 에세이들이 미래의 어느 시점, 주로 성적으로 귀결되는 현실에서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는 책이라 그런 것 같다. 어느덧 유아에서 어린이가 된 딸과 함께하며 그 삶의 많은 것이 서서히 진행된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 중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에서 조급함은 가장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임에도 빠른 속도에 익숙했던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이런 말과 글이 있기에 좌충우돌하면서도 방향을 잡으려 애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제자들을 향한 글쓴이의 애정어린 시선과 프로 정신에 울컥하며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나이를 먹으며 궂은 소식을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이리라. 그와 함께 오랜 시간 자신의 교육관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주변 환경과도 관련있겠다고 보았다. 교사 한 사람이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학생 수는 한계가 있고, 가치관을 관철하려면 동료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계속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인구가 과밀하고 땅값이 비싸 최소한의 공간이 제공되는 지역에서 이런 환경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학교에서 벌어지는 슬프고 아픈 일들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상처로 남고 있다. 그들의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문제는 개인과 사회가 함께 움직일 때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슴 따뜻한 선생님의 잔잔한 이야기에는 우리가 향할 방향이 새겨져 있다. 가는 길이 쉽진 않겠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곳을 향해. 책 마지막 장을 덮자 코끝이 찡했다. 그리고 어쩐지 마음을 다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