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 돈 없이도 행복한 유기농 만화
권경희 지음, 임동순 그림 / 미디어일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쭉 그곳에서 살았다. 어릴 때 소원 중 하나는 이사 한 번 가 보는 거였고, 명절 연휴에는 동생들과 동네 저 멀리 큰 도로에 죽 서 있는 차들을 보면서 나도 명절에 차 타고 친척 집 가고 싶다 생각하는 시골 아이였다. 내 소원을 얘기하면 엄마는 아빠한테 물어보라고 했고, 아빠는 논 짊어지고 갈 수 있으면 이사가자는 말로 나를 분노하게 했다ㅋㅋㅋ 나는 여전히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방학 때만이라도. 그렇다고 시골이 유토피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한창 귀농 열풍이 불었을 때는 걱정되기도 하고 살짝 뒤틀린 생각도 했더랬다. 시골 사는 게 그리 만만해 보이니? 하면서. 시골 인심이 좋을 때도 있지만 그 고집이 박할 때도 많다. 쉽게 융화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별 다른 이동 없이 몇 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가는 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융화되었데도 그 좁은 커뮤니티 안에서 누구 집에 무슨 일 있는지 모두가 공유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물론 이런 건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워낙 규모가 작다 보니 도시의 삶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게다가 시골의 경제는 그 기반이 너덜너덜하고, 농사를 짓는 인구가 노령화되다 보니 예전 같지 않은 게 더 많다. 우리 집만 해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가지는 식구끼리 때로는 이웃분들 몇이 도와서 모내기를 했는데(그때 이건 연중 행사여서, 거의 일을 시키지 않던 부모님도 이날만은 당연히 우리가 함께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모심는 기계를 빌려서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뭣이냐. 사람 사는 데는 거의 같다는 거~ 

그렇지만 분명 다른 점은 있다. 귀농해서 잘 사는 분들은 그 다른 점에 꽂히거나 잘 적응한 경우라 생각한다. 일단 사람이 적으니 북적이지 않는다. 여백의 미가 살아 있는 게 시골이다. 돈이 없으면 어디 앉아 있기도 힘든 도시와는 다른다. 그리고 파괴되었다지만 자연이 살아 있다. 고향에 가면 집앞에 펼쳐지는 논들이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그 길을 자전거로 달리면 시멘트로 덮힌 수로가 눈에 걸리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논에는 모들이 자라고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날벌레가 날아다닌다. 동네를 둘러싼 산에는 사시사철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가꾸기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부모님의 경우 밭에 거의 농약을 치지 않아 풀들이 숲을 이루는데 때때로 교회 아이들이 일도 돕고 놀러 오고 있다.  작은 시내에서도 그런 곳에 발 디딜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나이들어가는 이웃들이 있다. 때로 갑갑하고 때로 화도 나고 하지만 오랜 시간을 공유한 그 공동체에서 부모님은 노년을 꾸려간다. 사람인지라 악한 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물론 예외는 늘 존재한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건 이 책의 에피소드들이 내 삶과 경험, 그에 따른 생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르게 살았고 나이도 다르지만, 비슷한 공간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공감이 되고 걱정도 되면서 응원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언젠가는 귀향 혹은 귀농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그때쯤이면 나도 어중된 시골사람이 될 테니까 그때 다시 읽어 봐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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