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그 길에서' & '작별' - SE 박스세트 (2Disc)
황윤 감독, 김영준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극장 안에 불이 들어온 뒤로도 한참을 더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혼자 보러 오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솔직히, 보는 내내 너무나 괴로웠다. 결국, 지리산을 둘러싼 도로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는 짐작 가능했던 사실이 현실로 밝혀졌을 때, 뒤늦게 그것도 영상으로 팔팔이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슬픔과 안타까움, 자책 등등 여러 감정이 터지듯 한번에 몰려와 손까지 덜덜 떨렸더랬다. 일 때문에 로드킬과 관련된 사진을 며칠 동안 찾고 있는데, 이건 정말 고문 아닌 고문이라 찾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다. 속이 울렁거리는 건 둘째 치고, 머리 속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느낌이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생명의 길을 빼앗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차가운 아스팔트에서 죽는 동물들은 그 위를 뒹굴다가 바람에 먼지처럼 사라져 간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 새 생명을 품게 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생명의 순환인 것을, 우리 인간은 지금 그 당연한 권리를 빼앗고 있다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가해자의 편에 서 있다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미약할 뿐이라는 것이 더욱 괴롭다. 로드킬이란 생소한 말이 그나마 널리 알려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려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그 관심이 모여 삶의 변화를 일으킬 때 가능하겠지. 부디 너무 늦지 않기를. 나 역시 힘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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