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디자인
사와다 도모히로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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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자주 심하게 병치레를 했던 아이가 제법 자라 마음이 느슨해져 있었기 때문일까. 어느 때보다 급격한 온도차이로 밤잠을 설치는 아이를 돌보느라 남편도 나도 제대로 자지 못해 반쯤 퓨즈가 나간 상태였고, 먹고 씻고 싸는 것으로도 벅찬 일상이 이어졌다. 아플만큼 아픈 건지 때가 되었는지 열흘 만에 처음으로 셋이 깨지 않고 잔 다음 날 이 책을 들어 단숨에 읽었다. 보기에 따라 어렵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유머러스하고 경쾌한 글이라 술술 넘어가고 무엇보다 생동감 있다. 뻔하지 않은 개념을 풀어내기 위해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깊이 고민했을까 생각하니 가슴 뭉클하기도 했다. 알고 보면 우리 안에는 소수자와 다수자가 공존한다는 말은 간단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다. 그 마이너리티는 세상의 다양성으로 향한다는 말은 충격적일만큼 새로웠다. 톨스토이의 유명한 작품의 한 구절은 자주 보았지만 어떤 것도 지은이의 해석만큼 새롭지는 않았다. 익숙한 말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힘은 세상에서도 당연히 적용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세상에는 여전히 그런 가능성이 존재한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느껴는데 이 책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았던 민폐라는 말을 깨부술 말을 찾게 해 주어 감사하다. 그 덕분에 진심을 다할 수 있었다는 말로 이어지는 마지막 페이지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힘든 시기에 진심을 다해준 이들에게 감사해하며,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덕분에 진심을 다할 수 있었다며 감사해하리라. 엄마가 손에서 떼지 못하고 읽는 책에 관심을 보이며 어른이 되면 자기한테 달라는 딸과 훗날 꼭 나눠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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