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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 107세 철학자와 함께하는 특별한 인문학 여정
김형석 지음 / 위더북 / 2026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서평_AI시대에 인문학은 무엇인가 (김형석 지음, 위더북 펴냄)
나와 비슷한 세대라면, '맥스'나 '심심이'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기억할 것이다. 컴퓨터와 대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적당히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지만 수준이 조금만 높아지면 컴퓨터는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물론 그것이 이 프로그램을 하는 맛(?)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AI는 나보다 더욱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나의 개떡같은(!) 질문에도 찰떡같이(!!) 대답해 주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엊그제 동안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더욱 누적되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에 사람들은 다시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07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하여 인문학이야말로 삶의 가치와 의미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사회과학은 현실적 타당성을, 자연과학은 사실을 논한다. 사회과학이 줄기라면 자연과학은 열매다. AI는 이 열매 중에도 현재까지 가장 개량된 맛있는 열매일 것이다. 그렇다면 뿌리는? 바로 인문학이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문명을 지속적으로 발달시켜왔다. 그러나 기술적인 진보와 급속한 변화 속에서 항상 뒤를 돌아보곤 했다. 서양사를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로마제국의 멸망, 십자군 전쟁과 흑사병, 세계 대전의 발발 등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인류는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되물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다움의 기반인 진실, 양심, 자유를 찾아가는' 질문을 한 것이고, 이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다.
시대의 화두답게 AI에 대한 책은 넘쳐난다. 이 책은 AI에 대한 실제적 지침서도 아니고, 시대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책도 아니다. 다만 도시의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도 여전히 이 세상에는 잔잔한 호수와 고즈넉한 숲길,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바다가 존재함을, 그리고 그들이 우리 곁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안내서와 같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누군가는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할 지 모르겠다. 마땅한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가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길 권한다. 시대적 요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107세 철학자가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이야기할 필요는 무엇일까? 나는 이것이야말로 인문학의 진정한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의 말을 잠시 빌리는 것이 좋겠다.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은 '우리'의 범위를 넘어 '모두'를 생각한다."
뿌리와 줄기와 열매는 서로 대척점에 있지 않다. 오히려 연결되어 있다. AI는 도구다. 도구를 어떻게 쓰냐에 따라 삶의 방향과 질이 달라짐은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보고, 아래를 내려다볼 줄 알아야 한다. 당장에 쓰임새가 없어 보인다고 문학, 철학, 역사와 같은 학문을 등한시하면 뿌리가 없는 나무가 되고 말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로부터 인류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기술의 진보에 대해 늘 우려해왔다. 이것이 날아오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뿌리를 잘라내어버리는 것인지 고민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우리의 희망이다. 고민한다는 것은, 이것이 옳은 것인가를 분별하려고 한다는 것은, 여전히 인문학이 우리에게 유효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기에. 그리고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에 인간은 성실함을 넘어 경건함을 추구하기에.
"철학자라고 해서, 지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건한 마음은 누군가 나에게 가르쳐 주기를, 내가 깨닫지 못한 빈 마음을 채워 주기를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AI가 답을 줄 수 없는, 정답을 주더라도 함께 갈 수 없는, 그 곳이 우리에게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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