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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만난 하나님 - 혼돈의 시대를 건너온 한 신학자의 비망록
김기현 지음 / 복있는사람 / 2026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가운데 거기에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 우리가 이방 땅에서 어찌 여호와의 노래를 부를까 (시137:1,4)
신명기의 약속과 예수님의 성육신하심 사이에는 아주 크고 넓은 계곡이 존재한다. 바로 포로 시대, 유배지에서의 삶이다. 그때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왕조도, 영광도, 하나님의 임재도 사라지고 없는 시기였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벨론 강가에 앉아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눈물짓는다.
유배 신학이란 거시적으로는 탈기독교화(Post-Christendom)되는 사회 속에서 기독교적 정체성과 사명의 자리로 재해석하는 신학적 관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 개인에게 주어진 역경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또 부르짖고, 방황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 나가는 미시적 유배 신학이다.
우리는 성경을 읽을 때 대표성을 띤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포로기를 전후해서는 이사야, 예레미야, 에스겔, 다니엘, 느헤미야, 에스라 등이 대표적이다. 그들의 삶은 역동적이며 전환적이다. 놀랍고 감사한 이야기들이지만 사실 나와는 좀 동떨어져 보인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 이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 책의 저자인 김기현 교수님도 마찬가지다. 그의 삶, 그의 독서, 그의 생각 모두 내 수준을 한참 넘어선다. 이렇게 쓰임받기 위해 이토록 지난한 삶을 살아왔나 싶다. 나는 그만큼 예수에 미치지도, 책에 미치지도, 글쓰기에 미치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이 의미있는 이유는 포로기를 살아온 이스라엘 백성이 있기 때문이다. 포로기의 삶이 선지자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예언적 말씀과 선포, 민족을 영도하는 이끔 아래 함께 따라나선 이름 없는 백성 한 사람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유배지가 있다. 그곳이 얼마나 험난하고 열악한지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유배지는 여행지가 아니기에, 우리가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 곳이 어디냐보다, 그 곳에서 어떠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갈까일 것이다.
나의 유배지, 나의 바벨론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도시, 경주다.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예루살렘은 부산이다. 그리고 매 주말마다 두 도시를 오가는 고속도로 또한 나의 유배지다. 유배지는 마냥 살기 어려운 곳만이 아니다. 종국에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유배지다. 나에게는 지금의 삶이 예레미야 29:5-6의 말씀인 것만 같다.
그러나 유배지에서의 삶의 가치는 내 삶의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소망에 앞서, 이 모든 순간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만나고 의지하는 과정이다. 광야에서의 삶은 하나님 이외에 의지할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되기에 의미가 있다. 유배지에서의 삶은 이 삶이 나의 선택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며 언제 끝날지도 알지 못하기에, 역설적으로 삶의 의미와 방향을 끊임없이 점검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혼돈의 시대를 건너온 한 신학자의 비망록은 단순히 개인적인 삶의 성찰이 아니다. 모두가 그와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그와 같은 방향을 바라볼 필요는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불평하다가 불뱀에 물리고 난 뒤, 그들에게 주어진 처방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물린 곳은 다를 수 있다. 그들이 몸져 누운 곳이 돌무더기일수도, 계곡일 수도, 바위 틈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처방은 같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막대기에 달린 놋뱀을 보았을 때 그들은 치유받았다. 우리의 유배지가 각자 다르더라도 바라볼 곳은 같다. 십자가의 은혜다.
먼저 그 곳을 바라본 자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삶에서 주어진 은혜를 발견하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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