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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리아 제국의 역사 - 국내 최초 출간! 페르시아와 로마보다 먼저 세계 제국의 시스템을 설계한 최초의 제국 ㅣ 더숲히스토리
야마다 시게오 지음, 박재영 옮김, 이희철 감수 / 더숲 / 2026년 4월
평점 :
[도서협찬]
‘제국’이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흔히 로마 제국, 몽골 제국, 이슬람 제국, 대영 제국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열 손가락으로 다 세어 보아도 ‘아시리아 제국’은 나올 확률이 적겠다. 세계사 교육이 많이 확장된 지금에도 아시리아 제국은 두 문장으로 요약되는 것이 전부다.
“기원전 7세기에 아시리아 제국이 메소포타미아 대부분을 정복하고 이집트까지 위협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정복지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과도한 세금을 걷는 강압적 통치 때문에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 멸망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역사 1 교과서 중에서>
이 시기의 역사를 가르치는 부분에서 중심축은 아시리아가 아닌 페르시아다. 아시리아의 무자비한 정복 정책과 페르시아의 관용 정책을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다. 넓고 방대한 세계사를 한꺼번에 다루자면 어쩔 수 없는 축약이지만 때로는 축약이 비약이 되곤 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각 문명, 제국, 나라와 민족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책은 그래서 반갑다.
역사는 기록의 학문이다. 따라서 기록에 입각한 역사 서술이 중요하다. 구약성서에도 아시리아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기록 자체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아시리아의 시점에서 기록된 기록물은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량의 점토판과 거기에 새겨진 쐐기 문자는 아시리아에 대한 풍부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고, 이 책은 방대한 기록에 의거 도시 국가 아수르의 탄생부터 제국의 흥망성쇠를 차근차근 풀어간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원래 방대한 쐐기 문자로 유명한데, 유독 아시리아에 대한 이미지는 포악하고 잔인한 정복 정책으로 일관되어 있다. 단적인 이미지가 제국 전체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되어버린 셈인데, 정복 전쟁에 대한 평가를 아시리아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아시리아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는 평가라고 본다.
같은 역사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입체적인 역사 이해에 도움을 준다. 오래 유지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제국의 지배 방식이라는 포맷을 형성한 것은 분명 아시리아 제국의 공적이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원리일 뿐.
‘아시리아 제국의 광역 지배는 뒤를 이은 대영역 국가인 신바빌로니아나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의 여러 제도에 영향을 주었다.’ (174쪽 중에서)
초기 아수르 상인들의 아나톨리아 무역에 대한 기록이나 아수르와 바빌로니아 지역에 대한 균형 있는 통치 방식을 고민한 부분, 왕명표와 연대기, 림무표 등의 편년 기록, 아슈르바니팔의 도서관 등을 통해 아시리아가 가진 정치, 경제, 문화적인 응집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여전히 역사가 신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고대의 특징을 뚜렷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록은 ‘대역 왕’ 의식에 대한 부분이었다. 일식과 월식 때 행해진 이 의식은 왕을 대신해 흉조가 암시하는 불운을 떠안고 희생되는 ‘대역 왕’을 세우는 것이었는데, 거친 자연 환경과 수많은 외적의 침입이 끊이지 않아 염세주의적인 면모를 띄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종교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된다. 요즘 여러 책을 읽으며, ‘기록은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남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명제를 생각하고 있는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남고자 했던 아시리아인들의 영광스러우면서도 처절한 기록의 역사는 이를 잘 뒷받침해주는 것 같다.
아시리아의 제국의 한계점은 책에서도 언급하듯 ‘늘 확장되는 국가였던 아시리아의 국가 경영이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이었다. 전쟁을 통한 영역의 확대가 한계점에 다다를 때, 제국은 통치의 엔진이 멈추기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어떠한 제국도 이 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떤가? 근현대의 제국들과 현재 세계를 주름잡는 나라들의 성장 원리들도 같은 맥락이다.
성서 속 ‘잔혹한 정복자’라는 오명은 아시리아를 오랫동안 설명한 주홍글씨와 같다. 사실 나는 이것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분명 아시리아의 모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모든 제국에게 그런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제국의 단면을 아시리아를 통해 보편적인 것이었음을 밝히고 그렇게 문명이라는 것이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분열과 갈등, 혐오와 차별, 폭력이 여전히 가득한 이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가 왜 세계는 이런 힘의 논리 가운데 움직이는지 이해할 수 있고, 그 안에서 밝게 빛나는 문명의 빛을 향해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이런 책은 더없이 반갑다.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 낱낱이 가르칠 수는 없다 하여도, 적어도 편견 속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나라는 없어져도 기록은 없어지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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