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은 맞는 말일까? - 청소년을 위한 미국 역사 바로 보기
록샌 던바-오티즈 지음, 권상철 옮김, 진 멘도사 외 편저 / 공명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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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어떤 학문이든 개념 정의가 중요하다. 역사에서도 어떠한 집단이나 사건을 어떻게 이름짓냐에 따라 인식의 자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용어를 둘러싼 논의는 하나의 '세계관 전쟁터'가 된다. 이른바 '낯설게 보기'의 시작점이 개념 재정의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책도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역사에 대한 낯설게 보기이며, 일종의 뒤틀기다. 최근 한 작가가 '나는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봤는데, 그렇게 보니 비로소 세상이 바로 보이더라'는 말을 했다. 기존의 역사 인식을 뒤틀어서 바로잡아지는 부분이 있다면, 처음의 인식이 뭔가 뒤틀려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가 록샌 던바 오티즈가 소외된 사람들의 관점에서 미국 역사를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는 여섯 권의 <재해석>(ReVisioning) 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인 <미국 원주민의 역사>(An Indigenous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를 진 멘도사와 데비 리즈가 청소년 버전으로 각색한 <청소년을 위한 미국 원주민의 역사>(An Indigenous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for Young People)를 미국 건국 250주년에 맞춰 한국어판으로 출간한 것이다.

나는 원주민으로 번역된 '인디저너스'(Indigenous)라는 용어를 캐럴라인 도즈 페넉의 <야만의 해변에서>(On Savage Shores, 까치 역간)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Naming is Framing'이라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으나, 이번 책을 통해서는 소위 '미국사'라는 것이 얼마나 기득권을 위한 이데올로기로 가득한지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은 미국의 역사서술이 '정착민 식민지주의'에 의해 기록되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고발한다.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백인-앵글로색슨족-개신교인)로 대표되는 집단이 '발견', '최초', '개척'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 이전에 대륙에서 살고 있었던 수많은 Nation을 억누르고 쫓아내고 죽였는지를 밝힌다. 미국 정부는 연방 정부와 그 아래 속한 시민의 정체성을 다양한 민족과 문화의 공존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Salad Bowl'이라 말하지만, 소외된 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성을 하나의 미국이라는 틀에 녹여내는 'Melting Pot' 즉, 용광로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바라보는 미국 역사의 정의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미국의 역사는 주권을 가진 원주민 부족들이 정착 식민주의 세력에 맞서 끊임없이 저항해 온 이야기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는 여러모로 전무후무하다. 분명히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탄생과 그 성장 과정에서는 미국에서만 찾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또한 오늘날의 다원주의적인 시각에서 미국 개척의 역사를 오롯이 평가하는 것도 마냥 옳다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다양성이 올바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단의 옳음을 가지고 다른 집단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일을 올바르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 원주민 역사가의 이야기를 인용하는데, 이는 식민주의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곱씹어볼 만하다.

"한 원주민 역사가는 '살아있는 사람은 조상이 한 일에 책임이 없지만, 과거의 산물인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1492년 10월 12일, 항해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현재 바하마 제도에 있는 산살바도르 섬에 도착하며 아메리카 대륙에 첫발을 내딛었다. 미국과 중앙 아메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이 날을 콜럼버스의 날로 정하고 기념해 왔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원주민 학살, 노예화, 문명 파괴 등의 인식이 확산되면서부터는 이 날을 '발견의 시작'이 아닌 '침략의 시작'으로 보고,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로 대체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미국 행정부의 주인이 바뀜에 따라 정책적으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는 원주민에 대한 이슈가 뜨거운 감자라는 말이다.

다양성에 대한 여러 입장을 뒤로 하고서라도, 역사의 주체가 다양해지고 그들의 목소리가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이 있다면 공감하고,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이 그러한 자세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원주민이 당한 폭력에 대한 서술은 다소 수위가 높다. 그만큼 그들이 겪은 역사가 처절했다고 이해하면 좋겠다.

요즘 AKMU의 앨범이 화제다. 컨트리 장르를 중심으로 화해와 환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픔의 역사를 넘어 개척자와 원주민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그야말로 '소문의 낙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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