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복궁 여행 - 조선 최고 전성기 경복궁을 거닐다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7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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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살면서 이사를 6번 했다. 50년도 안 살았으니 적으면 적고 많으면 많다. 태어나서 처음 살았던 아파트 주변을 어쩌다가 지날 때면, 옛 정취는 사라지고 많은 것이 바뀌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의 왕의 집인 궁궐은 어떨까? 500년이 넘는 조선 역사에서 현재 남아있는 궁궐만 5개이며, 각 궁궐의 건물 하나하나마다 조선 왕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으며, 지금 남아 있는 궁궐의 모습은 당연하게도 조선의 처음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차이가 있다면 내 어릴 적 집은 지금 내가 사는 집보다는 (다행히도?) 좁지만, 조선의 왕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는 것.

황윤 작가의 이번 여행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주 익숙한, 그러나 사실 알고 보면 모르는 것이 많은 경복궁의 '처음'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도 경복궁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경복궁이 조선 역사의 풍파를 그대로 맞은 곳이어서,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그 모습이 상당히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궐의 아기자기함이 가장 잘 남아 있는 창덕궁을 늘 최고로 손꼽았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창덕궁의 고즈넉함은 마치 조선이라는 흩어진 퍼즐과 손상된 부품들을 여기저기 끌어모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면, 경복궁의 웅장함 속에 공허함은 조선 역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 혼자 경복궁 여행>에서 떠나는 '조선 초기' 경복궁으로의 여행은 의미가 있다. 흔치 않은 조선 초기의 회화를 비롯한 여러 문헌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실마리로 경복궁의 처음 모습을 그려 나가는 모습은 마치 문화유산 발굴 현장에서 조심스럽게 붓질을 해가며 유물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과정과 같다. 잃어버렸던 퍼즐 한 조각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주 왕릉을 여행하며 왕릉을 바라보는 것보다 왕릉'에서'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뷰라는 것을 깨닫고 가르쳤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궁궐도 그렇게 보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껏 궁궐을 답사하면서는 시민, 신하, 백성의 시선으로 궁궐을 바라보았는데, 궁궐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는 왕의 시선으로 보는 안목이 갖춰지면 좋겠다.

이 책의 부제와 같이 '조선 최고 전성기 경복궁을 거닐다' 보면 우리가 아는 세종대왕이 더 위대해 보일 것이다. 세종은 정말이지 조선의 모든 것을 갖춰낸 왕임을, 조선의 후대 왕들은 세종의 유산으로 200년을 넘게 먹고 살았음을(아니 그 이후에도) 알게 된다.

복잡한 우리 몸의 여러 기관과 조직 중에서 필요 없는 곳이 없듯, 궁궐의 수많은 건물과 작은 공간 하나까지도 아무 이유 없이 있는 곳은 없다. 이 책을 따라 궁궐을 거닐다 보면 자연스럽게 궁궐의 하늘, 땅, 바람, 나무, 꽃 하나까지도 조선의 역사와 함께한 역사의 증인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올해 벌써 경복궁을 2번 다녀왔는데, 2주 뒤에 다시 답사가 예정되어 있다. 책과 함께 더 즐거운 답사가 될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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