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아 신경 형성기 - 신경의 불완전한 말들을 형성한 사람들의 이야기, 신경의 불완전한 말들이 형성한 사람들의 이야기
곽계일 지음 / 다함(도서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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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의 불완전한 말들을 형성한 사람들의 이야기
신경의 불완전한 말들이 형성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책의 부제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게 만들었다.
‘신경’을 뜻하는 헬라어 ‘심볼론’은 본래 고대 그리스인들이 상거래를 마치면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에 대한 증표로써 나눠 갖는 물건을 의미한다고 한다.(220쪽 인용) 하나에서 여럿으로, 여럿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일치성과 다양성이 신경의 핵심이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사도 신경’에는 익숙하다(물론 교단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신경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은 채 타성적으로 외우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 대중적인 사도 신경이 그러할진대 ‘니케아 신경’은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나도 역사를 전공하기에 로마의 기독교 공인 과정과 연계되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다.

이 책은 니케아 신경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하여 자세히 파헤치는데, 그것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약간은 서사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니케아에서 시르미움을 거쳐 콘스탄티노플까지 이어지는 60여 년의 여정은 마치 가나안을 코앞에 두고 광야를 빙글빙글 도는 이스라엘 백성의 여정을 보는 듯 하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이후, 성령의 역사로 초대 교회가 세워지고, 숱한 박해를 이겨내고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공인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관계를 인간의 언어로 설명해내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과 갈등이 있었다. 삼위일체라는 표현은 성경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그리스도인은 성경을 읽으며 하나가 셋이 되고, 셋이 하나가 되는 신비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명이 완성된 적은 이제까지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다.

니케아 신경의 형성기는 바로 이 ‘하나님’을 설명하려는 시도이며, 그러한 시도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스도인은 말 그대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실제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어본 질문이기도 하다.

pp.215-216
「니케아 신경」은 성부-성자-성령을 계시한 성경에 대한 해석과 거기서 파생되는 신앙의 요약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는 성자 예수의 질문에 답한 고백이었으며, 동시에 다른 해석과 고백에 대한 교정이었다.

오리게네스, 아리오스, 아타나시우스, 에우세비오스 등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와 주장들을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분별해내기는 쉽지 않다. 또한 신경의 형성 과정은 단순히 신학적이지만은 않으며, 당대 로마 정치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복합적이다. 그러나 그런 점이 어쩌면 세상 권세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더욱 명확하게 보여주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나님은 모든 상황과 환경을 이용하셔서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드러내실 수 있는 분이기 때문이다.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이후에도 수많은 공의회와 선언들이 등장하였지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는 더 이상 새롭게 논의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신경의 역사적이고 신학적인 의미가 어떠함을 드러낸다.

니제이 굽타도 「기독교, 로마를 뒤흔든 낯선 종교」(IVP 역간)에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었다’고 했다. 삼위일체야말로 사람이 믿을 수 없는 것, 그러나 은혜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역동적이고도 완전하신 하나님의 ‘사랑’의 진수를 누릴 수 있다.

성경은 ‘새 노래로 여호와께 노래하라’(시96:1)고 명령한다. 신경이야말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노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독교의 정체성이 위협받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떠한 하나님을 믿는가?’에 대해 명확하게 선포할 수 있는 신경은 그 의미에 맞게 고백되어야 할 그리스도인의 신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주기도문에 기도가 빠지면 주문이 되듯, 신경에도 믿음이 빠지면 한낱 경전의 문장이 되어버릴 뿐이다.

기독교 역사에 관심이 있는 그리스도인들, 교리와 교리 교육 등에 관심이 있는 교회 교사들은 한번쯤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내용이 다소 어렵긴 하지만 장마다 저자의 친절한 요약과 함께 이해를 돕는 질문이 있어서 함께 독서모임을 하기에도 적절하다 생각된다. 물론 교회사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이 모임을 인도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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