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많은 집에 막둥이 출생 전 한여름 동안 친척 집에 맡겨진 소녀의 이야기다.

없는 집에서 키우던 소를 게임으로 잃었지만 친척 아주머니에게는 건초가 쌓여 있다는 허풍을 떠는 아버지, 딸을 일면식도 없는 친척 집에 맡기고 돌아가는 길에 따뜻한 말은커녕 갈아입을 옷이 든 가방조차 내려놓지 않고 돌아가는 아버지, 양육해야 하는 많은 아이와 산더미 같은 일에 파묻혀 자녀에게 애정 어린 눈길조차 주기 어려운 어머니 밑에서 많은 것을 삼키고 감내하며 살던 아이는 자신의 집과는 많이 다른 친척 집에서 여름 몇 달을 보내며 친척 아주머니와 아저씨에게서 따뜻한 애정과 배려를 경험한다.

클레이 키건의 소설은 많은 설명을 해주지 않지만 절제 된 문장 속에서 아이가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알 수 있었다. 애정 어린 아주머니의 배려를 경험하면서 그리고 저급한 호기심과 무례한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사람들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과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 많은 것을 잃는 사람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 P17

"발가락이 길고 멋지구나." 아주머니가 말한다. "멋진 발가락이야."

나중에 아주머니가 잠들기 전 나를 침대에 눕히고 머리핀으로 내 귀지를 파준다.
- P43

킨셀라 아저씨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고마워요, 밀러드. 얘를 맡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말한다. "참 조용하네요, 얘는."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죠. 이런 애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요." 아저씨가 말한다. "집에 갈 준비 됐니, 아가?"

내가 일어나자 아저씨가 의례적으로 분위기를 맞추려고 몇 마디 더 한다.
- P67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 P70

"넌 아무 말도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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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 자전적 이야기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백수린 옮김 / 한겨레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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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신착 도서를 검색하다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곤 집어 들고 그 자리에서 읽었버릴만큼  분량은 아주 얇은데다  재미까지 있다.


자의가 아닌 남편으로 인해 태어 난지 4개월 된 갓난아기를 데리고 국경을 넘어야 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서전적 에세이? 다.

한 팔에는 아기를 안고 다른 팔엔 기저귀와 아기 용품이 들어있는 가방과 함께 다른 가방엔 사전을 넣고 국경을 넘었다고 했고, 모국이 아닌 타국에 정착하기까지 말은 하지만 읽고 쓸 수는 없는 문맹자로 살아야 했다고 했다. 어떤 마음이면 생사가 오가는 국경을 넘으며 사전을 가져갈 생각을 할까?  
문맹으로 5년을 살던 그녀가 이제는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는 유명한 작가로 성장했으나  여전히 글을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고백한다.  자발적으로 모국어가 아닌 외국 언어로 소설을 쓰는 줌파 라히리와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무엇을 하든 자발적 의지냐 아니냐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잘 보여주는 예 이리라.

문맹을 읽고 그녀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한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도 구매해서 읽고 있다. 

와우... 아주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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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를 조형물로 전시해 놓은 카페 겸 미술관을 우연히 보게 되어 주말을 맞아 가게 되었다.

사진으로 봤을 때 압도적인 구조물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여름에 보는 빙하(물론 실물은 아니지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무더위를 뚫고 방문하게 되었다.

카페만 이용할 수도 있지만 첫 방문이니 미술관부터 보고 자연스레 작품들을 보고 따라가게 되면 카페가 나온다.

전시명 : 1.5℃ - Trouvaille

운영시간 : 2025. 9. 15. / 6시 마감

입장료 : 성인 12,000원 /원주시민 2천 원 할인 / 우리는 원주시민이 아니므로 둘이 24,000원

주제 : 예술로 마주한 임계점 그리고 발견의 순간’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동시대의 기후 위기를 예술적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발견의 장을 마련


빛을 이용한 작품, 몇 개의 조형물, 캔버스에 그려진 몇 개의 방하 형상화 한 작품, 방문객이 꾸며놓은 거대한 방문 기록? 작품 수가 많질 않아 돌아 보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들지 않고 작품을 전시할 벽 공간이 중간중간 비어 있는데 여백의 미를 살린다고 하기엔 너무 자주라 입장료가 다소 비싸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주한 카페 벽면 유리창에 비친 빙하 조형물 밑에 고여있는 물도 깨끗하고 여름이라 그런 건지 빙하를 따라 계속 조금씩 물이 흐른다. 겨울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재질 그래도의 모습일지 아니면 물을 뿌려 거대한 빙벽을 만들어 놓은 건지....


2시 쯤 되니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그리 넓지 않은 카페안이 사람들로 가득차 소란스러워 서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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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의 눈
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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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신청해서 받은 겉으로는 소설이나 인문교양 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력을 잃어가는 손녀를 위해 차가운 병원 대신 마음속에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담아 

그 힘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손녀를 향한 사랑,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명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알 수 있어 소장하고 싶은 책 


현재 초기 80페이지 쯤 읽었는데 감동이다. 소장해야지, 두고두고 봐야할 책이다.


읽는 내내 영화 <베스트 오퍼>가 떠오른다. 물론 이 영화와 결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영화속에 나오는 명화들을 잊을수가 없다. 그런 영화로도 만들어 주면 좋겠다.


아직 다 읽지 못했고, 읽어 나가는 중이지만 아낌없이 별을 5개 주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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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숍 스토리 - 취향의 시대, 당신이 찾는 마법 같은 공간에 관한 이야기
젠 캠벨 지음, 조동섭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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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명 마법 같은 공간인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꽤 두꺼운 책이나 표지를 제외한 처음부터 끝 페이지까지 사진이나 그림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이 빽빽한 글만 있는 책이지만 마법 속을 여행하는듯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는 책이다.

머리도 식힐 겸 사무실 근처 도서관에 들렀다가 발견한 책으로 재밌게 읽고 있던 나폴리4부직을 잠시 미뤄두고 부럽다를 연발하며 읽어나간 책.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인구 천 명의 작은 도시에 수많은 서점이 있는 변방의 도시들과 전세계 많은 서점을 소개하지만 한국서점은 한 곳도 나오지 않는다는 거,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의 서점까지 소개하지만 정작 국내 책방은 빠져있다는 것, 한국에도 흥미로운 서점들이 제법 있을텐데 종로서적이 없어진 것도 아쉽고, 동대문 근처 그 많던 중고서점도 없어진것 또한 아쉽고, 그래도 요즘 독특한 독립서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서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했던 사람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밧나갔지만 끝까지 잘 살아남길 빌어 본다. 

세계 곳곳 서점여행을 하다보면 배에 꾸며진 서점(일명 떠다니는 서점)이라든지, 강경한 작가들에게 내려진 형벌(16세기에는 작가의 귀나 코를 베었고, 17세기에는 자신의 책을 먹으라는 형벌을 내렸다는데 만일 먹지않으면 참수형이 내려져 결국 자신의 책을 반죽으로 만들어 마실 수 밖에 없었다고, ㅎㄷㄷ)이라든지 어떤 모험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해 지루할 틈이 없다.
퇴직 후 나만의 서점을 가질 수 있으면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그곳에 책과 함께 커피와 케잌도 팔고 책도 만드는 공방도 열고 그리 크지 않아도 앞에 바다가 보이거나 조용한 숲속이어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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