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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보다
구보 미스미 지음, 김현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0월
평점 :
사실 책의 내용을 훑어보기도 전에 이 책을 읽겠다는 마음이 들 만큼 이 책의 커버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스텔 톤의 책 커버에서 한 여성이 자기 자신을 감싸 안아주고 있는 모습, 그리고 <가만히 손을 보다>라는 제목에서의 손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라는 생각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굉장히 섬세하고 감각있는 느낌의 글일 것임을 암묵적으로 암시해주고 있는듯 보였다. 작가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작가 구보 미스미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대상, 야마모토슈고로상, 야마다후타로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책 역시 나오키상 후보에 올라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프롤로그를 읽기 앞서 넘긴 첫 페이지에서 부터 다소 놀라운 수위의 성적 묘사가 나와 사실 제법 놀라웠었는데,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성애 묘사와 여성 특유의 시각으로 본 표현력 또한 작가가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라고 한다.
책은 요양보호사인 히나, 그녀의 연인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가이토, 도쿄에서만 살며 노인요양복지전문학교 팜플랫제작차 히나 앞에 나타난 광고회사 디렉션인 미야자와 그리고 나이는 많지만 가이토의 후배 요양보호사로 모성애가 다소 부족해 보이는 하타카나!! 이렇게 각자 다른 네 사람의 시각으로 자신이 가진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담담히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들 네사람과 그들과 얽힌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이야기와 다를게 없이 닮아 있었다. 새롭게 만나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도 색이 바래지고 결국은 함께여도 외롭고 더욱 고독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척 하며 매일의 삶을 계속 붙들고 현재의 삶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도 지금의 나를 돌아다 보게 하는 순간이었다.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각각의 "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히나가 가이토를 차 안에서 겹쳐져 잡아주는 따뜻한 연인의 손, 헤어질 때 언제나 차가운 손, 가이토가 유키를 위해 손수 연필을 깎아주는 따뜻한 손, 히나와의 추억을 덧칠하며 느끼는 주름진 손, 통통한 아이의 손, 죽은이에게 보는 하늘을 향해 있는 뻣뻣한 손, 그리고 요양보호를 다니며 보는 아버지와 닮아있는 노인들의 손에서 모두 각기 다른 인생이 그 속에 담겨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미야자와가 히나를 바다에 데리고 가서 바다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을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아무와도 마음을 깊이 통하고 싶지 않다. 타인에게 나 자신을 이해받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에 대해 쉽사리 잘 아는 척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 나는 누군가와 마음을 서로 통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나 혼자의 세상에서만 나는 살아갈 수 있다,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오직 나 밖에 없는 것이다."(p.235)
그리고 히나가 가이토에게 다시 돌아가 그에게 의지하기로 마음먹으며 "사람의 몸은 영원토록 우거지게 피는 초록이 아니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기에 나는 그것이 사랑스럽다"(p.351)라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 하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의 사랑을 대변해주는 말로 다가왔다.
이 책을 통해 현재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내 주변사람들과 관계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또 어떤 모습으로 사랑을 하고 있을까?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