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 일러스트와 헤세의 그림이 수록된 호화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비즈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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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과 더불어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독일의 대표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는 아이도 아이지만, 성장기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라면 반드시 다시 한번 읽어보야할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미 수많은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책이지만, 이번 <아이템비즈>에서 새롭게 번역된 출판된 이 책은 특별했다. 책 표지도 하드커버로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평소 그림그리기에 재능이 있었던 헤르만헤세의 그림작품이 매 장 마다 수록하였고, 그와 더불어 중간중간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그림을 삽입해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 해주었다.

사실 한스와 헤르만 헤세가 살았던 1900년대 초의 독일의 학교제도와 교육체계는 100년도 훨씬 지난 2019년을 살고 있는 우리의 교육제도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고, 명문학교 마울브론 신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시험은 수능을, 합격 후 방학에도 좋아하는 낚시와 수영을 하며 마음껏 놀지 못하고 수학에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공부를 하고 있는 주인공 한스는 지금도 학원에 다니며 선행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의 우리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를 재현한 듯해 보여 착찹한 심정이었다. 물론 어른이 되어 읽는 이 책의 느낌은 10대에 읽었던 그 때의 느낌과는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제목에서의 "수레바퀴 아래서"의 의미는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면 안되니 열심히 공부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기성세대의 권위적인 뉘앙스를 주는 터라 제목이 주는 느낌이 참 아팠다.

친구 사귀기나 여타 다른 부분에 관심을 갖는 것 자체에 마음이 괴로워하며 오로지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스는 오로지 공부와 지식쌓는 것을 삶의 목표로 묵묵히 자신의 본분이라 여기는 공부에 매진해 나아간다. 하지만 같은 방 친구인 문예 애호가이며 시 쓰기를 좋아하는 하일너를 통해 한스는 자신의 내부의 잠재되어 있는 욕망을 일깨워지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달라지게 되었다.

"강한 누군가가 끌었다면 그는 기꺼이 따라 갔을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끌어들여서 강제로라도 행복을 맛보게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p. 99)고 한스가 말한 것 처럼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그는 변화를 꿈꿨었다.

하일너와의 우정을 이렇게 추억한다.

"우정은 지금까지 놓쳤던 모든 것을 보상해주는 보물과다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 보물은 의무에만 충실했던 예전의 무미건조한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보다 따뜻한 하나의 고양된 삶이었다. 그는 마치 사랑에 빠진 젊은이와도 같았다."(p. 142)

 

결국 한스는 헤르만헤세가 앓은 것으로 알려진 과대망상증, 신경쇠약증으로 학교를 자퇴를 하고, 구둣방 아저씨 플라이크의 조카인 에마를 만나 달콤한 사랑을 하게 되지만 결국 그녀도 말한마디 없이 그를 떠나버린다. 에마와의 사랑을 '정원'으로 묘사한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만일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비밀을 밝혀내리라. 그리고 닫힌 문을 열고 그녀와 함께 마법과도 같은 사랑의 정원에 들어가리라. 그의 모든 상상은 습하고 위험한 절망의 덤불숲을 헤매고 다녔다. 그는 스스로를 괴롭히며 그 좁은 마법의 정원 바깥에 커다랗고 아름다운 세계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p.228)

그의 죽음에 대한 답이 실족인지 자살인지를 구체적으로 밟혀지지는 않았지만, 기성세대인 우리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부친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성공이라는 무기로 공부만을 강요한 게 아닌지, 스스로를 보잘것 없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삶이라는 거대한 무대에 주인공임을 강조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어른들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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