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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특별한 선물 - 육필서명 필자, 강인섭 김광균 김광협 김구용 김동리 김문수 김민부 김승옥 김영태 김종길 김태규 김현 김현승 마광수 문덕수 문익환 박남수 박두진 박목월 박성룡 박종구 박화목 박희진 서정주 석용원 송상옥 송수남 신봉승 오규원 이경남 이상보 이승훈 이청준 이탄 이해인 임인수
박이도 지음 / 스타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육필서명본이라길래 지은이의 추억과 인생을 들어있으려나. 그래도 서간을 묶은 책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테니 실패는 없겠지 하고 편하니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왜들 이렇게 글씨가 예쁩니까. 48명의 서명본의 글씨들이 줄줄 나오는데 글자만 봐도 눈이 호강입니다. 이 시절에는 이렇게 한자로 썼구나. 이름을 안부르고 호로 호칭했구나. 그림도 그렸네.
서명본들을 모아놓으니 이런 눈의 즐거움을 주는구나 느꼈습니다.
김구용 시인은 열국지를 번역하신 그분? 한자가 그대로 그림이네.
마광수 선생은 왜이리 그림을 잘그려? 그림과 글씨가 그대로 작품이네.
역사드라마의 신봉승 선생?
무진기행의 김승옥선생님은 아직 살아계시는구나
박목월, 황순원, 서정주, 이청준... 이 분들 전부 교과서에 나오시는 분들 아닌가.
서명본이니 다들 책을 내신 분들이지요. 지금은 대부분 가신 분들인데 이름만 봐도 아. 하고 떠오르는 사람들입니다.
48편의 대목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귀한 문장들입니다. 박이도 선생이 스승으로 모셨던 분, 친구로 지낸 분, 선물로 보내온 서명본, 혹은 아들과 친해서 알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번도 못뵈었는데 서명본을 보내와서 간직한 사연도 있습니다.
내용들이 절절합니다. 평범한 이야기인데 대가들의 손애서 나온 글이라서 그럴까요. 스승의 자리에 계신 분이 왜 이리 겸손할까. 이 분은 글자 하나하나가 저깊고깊은 곳에서 올라오는구나. 재미있기도 하며 흥미진진합니다. 48편 다 읽고나면 뭔가 1960년부터 수십년간의 세월을 한번에 본듯한 기분이 듭니다.
대부분 돌아가신 분들이라 애뜻한 추모의 마음과 살짝 장례식의 엄숙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간 중간 살아있는 분의 편지도 사이글로 있고 뒷에 가면 아직 살아계신 분도 나옵니다. 어휴. 살아계시니 다행이구나. 이렇게 좋은 글로 더 많이 보여주시겠구나 혼자 안심하며 읽었습니다.
박이도 선생이 받은 서명본을 찾아서 친필 글씨를 보여주고 저자와의 인연, 작품도 한두편 실어놨습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전부 읽어보고, 저자들의 친필글씨들만 쭉 보고, 저자들의 싯구절만 읽어보는 세가지 방법으로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박이도 선생님은 1938년생이시네요. 대학교수님에 시인에 저서만 42권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신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