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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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은이) 성안당 2022-08-05

사람의 마지막 말은 감동을 줍니다. 그런데 마지막 이야기가 말 잘 하는 사람일 경우에 인상이 깊어집니다. 글 잘 쓰는 사람일 경우에는 감동이 짙어집니다. 이어령선생은 두 가지 경우에 다 해당되어 뭔가 증폭되고 배가됩니다.

내가 없는 세상에도 역시 이렇게 저녁에 별이 뜨고 아침에 해가 뜨고 늘 보는 뉴스가 전해지겠지만 그것은 어제의 그것과는 아주 다를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지나가던 길목에서 보던 놀이터에서도 여전히 그네를 타고 아이들이 웃음 짓는 소리가 들릴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제의 웃음소리가 아닙니다. 내가 없는 세상에 전해지는 그 뉴스가 어제의 뉴스가 아니듯, 그 별이 어제의 것이 아니듯, 새로운 세상이 올 겁니다.그렇게 생각하면 참 허망하죠.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겁니다. 그러나 절망하기에는 이릅니다.
6p.
내가 없는 세상은 바뀌는게 없는데 왜 나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인가의 멋진 시작입니다.

전체 내용은 쉽습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이 몇줄을 책 한권으로 해설합니다. 역시 대단한 문장력과 필력입니다.

일반인들도 단어 하나가 떠오르면 연상으로 다른 생각이 들고 상상에 공상이 이어지는데 선생은 그 확대하는 스케일이 남다르네요.
원숭이에서 세종실록의 진상품이 나오고, 놀림감의 원숭이, 서유기의 손오공, 소동파의 혐한론, 개화기의 서양인으로 이어지더니 개화기 백년을 꿰뚫는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마케터이면서 탁월한 인문학자의 안목입니다.

다음은 사과입니다. 1901년에 대한민국에 처음 들어왔습니다. (아니. 제사상의 홍동백서. 빨간과일은 동쪽은 최근 이야기인가? 해서 찾아보니 홍동은 감이나 능금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사과는 1901년에 시작한게 맞네요)
하여튼 사과, 대구 사과, 아담, 파리스, 그리스 문화, 뉴턴, 윌리엄 텔, 튜링, 복숭아, 김삿갓, 밀턴의 실낙원, 조니 애플시드, 미국 문화로 이어집니다.

어렸을 때 이어령선생의 문장대백과사전을 읽으면서 세상의 모든 지식을 여기에 담았구나 감탄하며 본 기억이 납니다. 이 분은 이렇게 툭하면 탁하고 이야기가 나오고 이어지는구나 하며 감탄하며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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