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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12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은이) 슬로우리드 2025-12-29
야구 좀 좋아하는 소설가의 한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책소개글에 몇명이 모여 작당을 하는 듯해서 사기도박인가 기대했는데 전혀 아닙니다. 정작 책내용은 역시 소설가! 선생. 곳곳에 긴박함과 유머가 넘쳐납니다. 실감나게 현실적이어서 놀랬습니다.
너는 타고나길 왼손잡이여서 다행이다
일번 주인공입니다. 정영우의 야구 인생과 유년 시절이 나옵니다. 14년간 프로선수로 뛰었는데 우승은 커녕 하위권입니다. '왼손잡이' 선수가 재능이었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에도 왼손잡이가 있어 밥먹으러 갈 때 자리를 신경써야 했는데 그것이 재능이었습니다) 14살 어린 동생 정승우는 날 때부터 왼손잡이였습니다.
담배 피러 나가는 아들에게 '은퇴하면 담배 끊으라'는 엄마의 말이 웃깁니다.
아빠는 야구단 단장이 인필드 플라이도 몰라?
단장 하현승의 취임입니다. 빌런의 등장일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평범한 소시민 월급쟁이입니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 마속은 목이 날아갔지만, 하현승은 살아 있지 않은가? 살아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현승은 야구를 잘 모른다. 하지만 다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55p,
그래서 미국 휴스톤 애스트로스에서 일했던 서나리를 스카웃합니다. 그런데 단장이 사무실에서 담배를 안피고 건물앞 벤치로 나갑니다. (금연건물인가? 퇴근길에 흡연부스에 들릅니다) 담배피면서 같은 집에 사는 딸 하유미를 만납니다. 몇달간 같은 회사를 출근했다고 합니다.
하현승은 완전히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하유미는 어쨌든 위기를 잠시나마 회피한 것에 성공했다는 것이 기쁘다. 하유미는 축 처져 걷는 중년의 임원 뒤를 명랑하게 따라간다. 그러다가 하현승이 고개를 돌리고 말한다.
"그건 그렇고, 너 또 담배 피우다 걸리면, 알지?"
이제는 중년과 청년 모두 축 처진 채로 걷는다.
71p,
아. 이런 묘사 재미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죄다 담배를 피우니 즐겁습니다.
아빠와 딸의 말다툼 중에서 분석전문가 서나리가 취업이 됩니다.
왼손 파이어볼러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감독과 분석가의 갈등이 살짝 있었지만 둘다 억지스럽지 않아 적당히 넘어갑니다. 주인공 정영우는 은퇴를 결심합니다. (이런 복선인가) 서나리와 하유미는 사무실 복사기 앞에서 만나 스크린 야구장에 놀러갑니다. 등장인물들이 적어 다행입니다. 은퇴하려는 주인공을 감독이 만류하는데 상당히 합리적인 권유를 합니다. 선수도, 감독도, 분석가도 인간적입니다. (그런데 14년 프로선수로 활동하면서 한번도 홈런을 못친 것이 말이 되는건가요?)
재미를 찾는 게 나빠?
응원 팀을 바꾸다니 그건 말이 안 되죠
지옥 리그
게임의 목적
잠깐 내용을 볼까 했다가 정신없이 다 읽었습니다. 일단 재미가 있고 억지가 없으니 술술 읽힙니다. 기막힌 반전도 있습니다. 헬기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일입니다.
SF작가로만 생각했던 심너울 작가가 예리한 시선으로 야구라는 현실 공간을 바라봅니다. 단순한 승부의 기록이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는 사람들, 구단측, 선수측, 가족, 응원단들의 면면을 보여줍니다. 승리하는 영웅이 아니라 패배가 예정된 미래에서도 경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현실로 보입니다.
14년차 프로선수인데, 구단의 간판 선수인데 승리를 못합니다. 거기에서 제목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가 와닿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패배가 인생의 실패는 아닌거지요. 매번 성공만 하고 일등만 하면 인생이 아닌거죠. (웹소설이죠. 사실 끝없는 성공만 거듭하는 것도 좀 피곤합니다)
야구라는 환경을 빌려왔지만, 일어나는 갈등은 직장 생활, 꿈과 현실의 괴리, 조직 내의 생존 등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보편적인 고민들입니다. "패배의 밤에도 내일은 온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사는 인간들의 멋진 이야기입니다.
야구 인생 마지막인데, 한번 하고 싶은 대로 해봐.
242p, 유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