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일상에서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 신발 끈을 매다 수학이 생각났다
클라라 그리마 지음, 배유선 옮김 / 하이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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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수학자입니다. 저자 클라라 그리마는 세비야대학교 수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블로그로 시작해서 다양한 상을 시상받고 여전히 수학의 재미을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재미가 있는 걸까요.

시작에 재미있는 말이 나옵니다.
수학이 재밌는 건 수학이 원래 재미있기 때문이다... 수학은 일종의 게임이다. 탄탄하고 경이로운 놀이이자 ‘원래부터 그래야만 하는 그 무엇‘이다.
10p
수학이 재미있다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걸까요. 아니면 스스로 믿음을 강화하려는 걸까요. 열이면 열 수학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제목들은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합니다.
페이스북을 믿지 마세요!
소파를 복도로 끌어내는 법
뻔한 조언을 무시해도 되는 이유
주식 투자를 하기 전에 주사위부터 던져보자.
선물 포장지 아끼는 방법.
바이러스는 왜 하필 이십면체일까?
얌체 같은 가짜 계정 귀신같이 알아내기
지하철 노선도마저 수학이라니
알고리즘 기원이 개미라니!
백악관을 농락한 그 남자
책전체, 소제목
느낌표와 물음표를 자주 사용하는 걸 보니 힘겨운 분야임에 틀림없습니다.

공식은 건너띄고 쭈욱 읽어보니 재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약간 에세이 느낌이 나면서 수학자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이렇구나 잠시 과학세계에 몸을 담근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책이 옆에 있는 순간만 그렇고 고개를 돌리면 다시 공상과 환상의 세계로 돌아옵니다.

˝페이스북을 믿지 마세요˝에서 SNS 이용자라면 세상 사람 모두가 나랑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수의 착각‘에 빠진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와 반대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여 당황하는데 그건 뭘까요)
다수의 착각은 ‘친구 관계의 역설‘, ‘평균치‘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수백, 수천명의 친구를 가진 마당발이나 세계 최고의 갑주를 평균에 넣으면 평균치가 상당히 상승합니다. 저처럼 친구 3명 가지고 있는 사람과 3천명의 친구를 가진 사람을 평균내면 1502명이 평균값이죠. (꺼이꺼이) 평균치가 무섭습니다.

˝뻔한 조언을 무시해도 되는 이유˝편에서는 남의 말을 안듣는 사람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한다고 합니다. 수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뻔한 소리를 하는 인간은 참 많지요. 도대체 이런 지루한 인간이 일을 방해하는 것을 어떻게 수학적으로 증명할까요. 1차 모집단을 정하고, 평가 함수로 기준을 잡고, 교차 연산자의 과정을 거쳐서 변이 연산자를 참고하면 됩니다. 하하. 재미있는 수학입니다.

˝얌체같은 가짜 계정 귀신같이 알아내기˝에서는 가짜, 스팸 계정을 알아낼 수 있을까를 궁금해합니다. 벤포드 법칙으로 가능합니다. 첫 자리 숫자 배열이 뜬금없는 양상을 보이면 조작이라고 합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2만1천개 사례를 연구하여 벤포드 법칙에서 벗어나는 것 170개를 확인하니 168개가 봇이라고 합니다.

임의의 두 값, 예를 들어 1과 25 사이에서 숫자를 몇 개 고른다.
이때 각각의 숫자가 뽑힐 확률은 같다.
첫 자릿수만 살펴보면 1로 시작할 때가 열한번, 2로 시작할 때가 일곱 번, 나머지 숫자들이 한 번씩이다.
238p. 사이먼 뉴컴. 1881년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50년 후에 물리학자 프랭크 벤포드가 여기서 벤포드 법칙을 발견해냅니다.

˝상자로 정확하게 계량하는 방법˝에는 6리터가 들어가는 정사각형 나무 상자로 1리터, 2리터, 3리터, 4리터, 5리터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나옵니다. 정육면체와 삼각뿔 부피 재는 공식으로 가능합니다. 이건 재미있습니다. 설명을 들으면 참으로 놀라운데 책을 덮으면 사라집니다. 수학은 신기루같습니다.

스페인 수학자의 책인테 원서가 프랑스어로 되어 있었나봅니다. 번역자 배유선님의 약력을 보니 주로 프랑스책을 번역했다고 되어 있던데 ,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스페인>프랑스로 번역되었던 걸까요. 다시 수학 안에서 재미를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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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이기는 불편한 심리학
다카시나 다카유키 지음, 신찬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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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특색있게 지었습니다. 화를 이기는 것까지는 이해되고 방법은 심리학을 사용하는 겁니다. 그런데 ‘불편한‘이 붙었습니다. 일본 원서의 제목은 Kogekisuruhito No Shinri Ga Wakaru Hon, 구글번역기를 돌려보니 회극하는 사람의 심리를 아는 책이라 합니다. 회극이라 더욱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책을 읽어보면 내용이 들어나겠지요.

모두 6장으로 구성되고, 1장은 가까운 사람을 공격하는 심리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스라이팅이나 인간적인 핍박은 항상 가까운 사이에서 시작하지요. (애초에 가깝지 않으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게 아닌가요) 범죄자같은 진짜 사이코패스는 명확하게 알 수가 있지만 느슨한 사이코패스가 있다고 합니다. 웬지 좋아보이는 단어지만 느긋한 것이 아니라 나사라 풀려 헐렁한 것처럼 유동적인 느슨함입니다. 더욱 무섭습니다.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분노스위치, 통제 여부, 파멸도에 따라 ‘얕은‘과 ‘깊은‘으로 나뉩니다. 평범한 사람이 느슨한 사이코패스로 돌변하는 계기는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이런 화를 일으키게 만드는 12가지 금지어가 있습니다.
1. 존재하지 마라. (너 때문에 이혼하지 못한다)
2. 너 자신을 부정하라. (너는 가치가 없다)
3. 친하게 지내지 마라. (저 아이와 놀면 멍청해진다)
4. 소속되지 마라. (다른 아이와 다르다)
5. 성장하지 마라. (너는 할수 없어)
6. 아이처럼 굴지 마라. (언니니까 할 수 있지?)
7. 건강하지 마라. (병이 생겼을 때 평소보다 잘해주면 무의식에 새겨진다)
8. 아무 것도 하지 마라. (위험해, 그런 건 하면 안돼)
9. 성공하지 마라. (이정도로 만족하지 마라)
10. 중요한 사람이 되지 마라. (지적질, 비교당하면 생김)
11. 생각하지 마라.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온 부모 밑에서 자란 경우)
12. 느끼지 마라. (울지 말란 말을 많이 들을 경우)
47-51p
12가지 중에 서너개 이상은 다들 들었지 않았을까요. 저런 것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느슨해지고 헐렁해져서 잠재적인 사이코패스로 가는걸까요. 하옅튼 이런 것들이 무의식 속 ‘분노의 근원‘이 된다고 합니다. 큰일이네요.

2장은 다섯 가지 불편한 마음을 세밀하게 들어갑니다.
섬세한 유형은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경향에서 시작합니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남을 기쁘게 하려고 헌신합니다. 그러다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착한 아이‘에서 무서운 공격자로 돌변합니다. 상대를 괴롭히면서도 걱정합니다. (진정 사이코패스입니다)
노력가 유형은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노력이 제일 중요하고, 뭐든지 자신이 결정을 내리고 싶어합니다. 더이상 노력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격한 본노를 일으킵니다.
성급한 유형은 빨리 해라, 꾸물대지 마라는 말을 노상 등으며 자란 사람입니다. 뭐든지 척척 해내야 하고 쫓기는 인생을 삽니다. 정체나 지연이 일어나면 사람이 거칠어집니다.
강한척 유형은 나약해서 인정받지 못한 어린 시절을 갖고 있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장인 중에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비난을 받으면 흉악함을 드러냅니다.
완벽한 유형은 똑바로 해라, 틀리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사람입니다. 편하면 오히려 불편해집니다.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말과 행동으로 주로 자녀를 공격합니다.

뒤에 사례 분석으로 여러가지 이야기와 함께 나쓰메 소세키의 소속감 부재와 다자이 오사무의 감정결핍이 나옵니다. 상당히 일리가 있어 끄덕이게 하는 분석입니다.

읽고 나서 보니 결국 불편하다는 판단은 보기에 불편하지만 얕은 분노가 잠재되어 있을 수 있으니 인식하라는 뜻이었습니다. 찐 사이코패스는 나면서부터 그런 종류이지만, 느슨한 사이코패스는 사실 주변이나 저 자신이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 조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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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이맑음 옮김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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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죽음을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밥한숟가락 들어가면 잊어먹고, 책한페이지 읽으면 까먹습니다. 조금 뭔가 하면, 1분이면 잊어먹습니다. 서양의 어딘가에 죽음을 체험한다는 물탱크에 들어가서 몇분 누워있으면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아직 국내에 안들어와서 못해봤습니다.

이 책은 바로 죽음을 체험하는 일로 시작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순간을 생각해봅니다.
묘사가 리얼합니다. 잠옷에, 병원 침대에, 창문밖에는 해가 지고 병실에 혼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곧 죽습니다. (죽을 때 아무도 없고 혼자 떠난다는 것이 더욱 실감납니다)
30초후, 20초후, 10초후 몸의 모든 기능이 멈춥니다.

뭔가 임사체험같은 소리네요. 하는 방법이 쉬워 침대에 누워 따라 해봤습니다. 죽는다는 것을 상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렇게 쉽게 되면 왜 다들 안하겠냐 중얼대며 해봤는데 오호 놀라운 체험입니다. 됩니다. 느끼는 감정이 후회와 슬픔이네요. 아이들에게 유산정리도 안해준 것에 대해 미안하고, (주식은 반토막이 나서 손절못하고 있는 것을 알려줄 수가 없죠. 죽을 때까지의 비밀이죠. 상장폐지된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비밀입니다)
주변정리를 다 못한 것에 역시 아쉬움이 남고, (다시 살아난다면 바로 정리를 해야겠다는 의욕도 생김니다.)
반면 매일 하겠다는 하루 책한권을 읽겠다는 각오나 25일 부가세 내야하는 것따위는 다 잊어버립니다. 평상시 내가 하는 일이 이리도 시시한 일이었네. 나없이도 세상은 돌아가는구나는 이치를 알게 됩니다.

이것참, 대단한 체험입니다. 매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할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죽음의 선행 체험으로 이 책은 끝장입니다. 대다수는 죽음을 생각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실감나게 죽음을 경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처음이 아닐까요. 뭐든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 대단한거죠.

1부에서는 죽음 앞에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일깨워줍니다. 죽음 앞에서 오히려 행복을 찾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2부는 자신의 묘비명과 부고기사를 미리 써봅니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현도 해봅니다.

3부에는 태어난지 1주일만에 죽어버린 딸이 꿈속에 나온 동요 시인 노구치 우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4부는 죽음을 생각하고 지금 이것이 마지막 행동이라면 어떨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매사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죽음을 마주하면 살아갈 용기와 이유를 떠올리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체험이 되겠습니다.

죽음을 직면하고 변화를 일으킨 사람들을 보니 죽음 체험으로 인생을 고쳐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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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법률콘서트 - 다양한 법률이슈를 예리하게 담아낸
이임성 지음 / 미래와사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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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3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시사 문제를 다루는 것 같고 법률을 이야기하는데, 콘서트는 도대체 뭘까요. 시사, 법률은 어려운 내용이라 조금 부담을 덜어주려고 콘서트라고 하는 건가 투덜거리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몇페이지 읽어보니 이야기들이 한편 한편 에세이 스타일로 쓰여 있어서 가수들의 콘서트같이 변호사로서 전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입니다.
사건을 가볍게 설명해주고 전문가의 시선으로 해설합니다. 아하 이래서 콘서트하는 제목이 붙었구나 하고 이해가 됩니다.

모두 5장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분류하고는 장별로 소제목을 붙이는데 없습니다. 다소 놀랬지만 읽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1, 2장은 시사적인 상황에 법률의 관점으로 이해합니다. 3장은 변호사란... 으로 시작하는 직업의 애환? 안타까움입니다. 4장은 법조계의 아쉬움, 단상들을 이야기하고, 5장은 세계의 법조현황입니다.

사건 내용이 일부나 단편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흐지부지 사라진 것같은 것들을 법률가의 눈으로 분석합니다. 아. 이 내용 궁금한데 생각하지만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내용만 부각하고 깊이가 없습니다. 그런 부분을 잡아줍니다.

상속을 안받겠다고 사전 포기를 하면 정말 안받는걸까?
20년간 연락두절이었다가 자식의 사망후에 유산을 가져가려는 엄마를 막으려는 구하라법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문신업은 합법화가 될 수 있을까.
내용증명은 어느 정도 효력이 있는걸까.
형사합의를 하면 해결이 되는걸까.
폭탄주를 마시다가 사망하면 누가 책임을 지는걸까.
비키니라이딩은 무슨 죄가 되는가.
골프장 부킹을 해준 것이 죄가 될까.
축구를 하다가 크게 다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사리원은 황해도의 지명인데 누가 상표를 가지고 있을까.
반려동물이 사람을 물면 누가 어떻게 처벌받을까.
관상으로 범죄인을 판단할 수 있을까.
묻지마 범죄를 미리 방지할 수 있을까.
개인 대화방의 일대일 대화도 명예훼손이 될수 있나.
몰래 녹음한 정보는 불법인가, 증거인가.

도대체 왜 저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 궁금하지만 알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의 이면과 표면을 설명합니다.
가짜뉴스, 딥페이크를 막는 일은 가능한가.
길거리에 자주 보이는 정치현수막의 실상.
끝도 없이 보내는 선거문자의 내막.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고소 사건 비중이 40배 높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나라군요.

˝대마도의 고려불상 반환˝은 음지의 도굴꾼들의 상황을 이야기하다가 멕시코-프랑스, 그리스-영국간의 문화재 반환 문제로 확장됩니다. 해외 소재 문화재가 20만점이 넘는다고 합니다. (20만4,593점, 누가 이걸 세었을까요) 이 칼럼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좀더 내용을 보강해서 문화재 관련 소송들을 정리하면 멋진 내용이 나올 것같습니다. 저자도 해례본이나 문화재의 글을 쓴 걸 보니 혹시 다음 저서에 나오지 않을까요.

˝사기꾼의 나라, 사기공화국˝ 편도 흥미가득입니다. 사기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내기골프에 약물을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티반이었습니다. 연간 200만 건의 범죄 중에 사기만 30만 건이랍니다. 보이스피싱, 대포폰, 바지사장 등 어마어마한 사건들을 접한 것같은데 ‘사기건‘만 또 책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알고 있는 사실은 많이 있지만 전부 공개하자니 또다른 범죄에 악용될 것같아 적당한 선으로 멈춘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책을 기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미란다 고지, 미란다 카드의 기원(유래?)이 나옵니다. 1963년 사건입니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선임권을 알려주지 않아 무죄가 된 사건입니다. 아하. 비록 무장강도, 강간의 강력범죄자여도 아름다운 원칙이 만들어졌구나 생각했지만, 그후 다른 범행이 밝혀져서 징역 45년을 받고 1975년 가석방되었다가 노름판에서 칼을 맞고 사망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담당 수사관한테 전화로 상세한 상황 설명을 하면서 서면 경위서를 제출했다. 경찰관은 정중했지만 요령부득이었고, 재자 소환통지서를 보내왔다. 다시 소환되고 나서 문득 형사절차를 담당하는 변호사라면 엉터리 고소장 때문에 진행되는 수사절차에 굴복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 전문변호사가 달랑 한 장짜리 고소장에 근거한 소환 통보를 받았다고 경찰조사에 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변호사마저 임의소환장을 형집행장처럼 응한다면 일반 시민들은 기댈 언덕이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수사절차가 부당하거나 불필요하면 거부할 땐 거부해야 한다.
209-210p
아. 이 대목 멋집니다. 일반인이라면 소환장이 날라오면 무조건 가야되는구나, 날짜를 조정할 수 있을까 정도 생각하는데, 변호사라는 직업으로서 물러나지 않는 각오가 느껴집니다. 저렇게 버티다가 긴급체포영장이라도 나오면 집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잡혀가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해피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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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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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 저자의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의 삶은 신뢰를 얻기 위한 도전이다. 뭐, 도전까지 갈 것은 아니지만 인생살면서 신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맞습니다. 신뢰 하나를 가지고 책 한권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읽다보면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여 상당히 깊이 들어갑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서로를 신뢰하거나 불신하게 되고, 이런 결정의 바탕이 되는 신념은 왜 그렇게 틀릴 때가 많은가?
12p
이런 궁금한 점을 저자 피터 킴은 여러 사례로 연구, 분석하여 설명을 합니다. 비슷한 사례들을 들어 왜 이건 효과가 있었고, 저건 실패하게 되었는가... 가만히 읽어보면 상당히 배울 점이 많습니다.

1장은 ˝신뢰의 출발˝입니다. 신뢰는 실망시키지 않을 거란 믿음이고, 사람들은 일단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신뢰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이 초기 신뢰도에 신뢰가 표현되는 상황, 개인의 성격적 특성, 신뢰가 형성되는 방식이 영향을 끼칩니다.
의외로 인간은 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고 선뜻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하기는 저도 신문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일단 믿고 보니 그럴 것같습니다.

2장은 ˝신뢰는 언제, 어떻게 깨지는가˝입니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뢰는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아, 그래서 주식이 반토막이 나도 손절을 못하는군요) 신뢰가 깨지면 심리적 상처와 불안감이 오래 남게 되고,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3장은 ˝사과가 신뢰에 미치는 영향˝으로 본격적으로 사례들이 나옵니다. 타이레놀 사건과 IRA 폭탄 테러 사건 대응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사과의 여섯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1. 유감 표현 : 잘못에 대해 얼마나 미안한 마음인지 표현한다.
2. 해명 : 잘못이 일어난 이유를 설명한다.
3. 책임 인정 : 잘못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4. 회개 선언 :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5. 보상 제안 :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6. 사면 요청 :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106p, 로이 르위키, 베스 폴린, 로버트 라운트 주니어의 연구
멋지죠. 세상의 사과문을 내는 사람들이 보고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요소를 동원해도 사과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전부 나열하지 않아도 성공하기도 합니다.

1878년 백열등을 발명했다고 거짓말을 한 에디슨, 현실왜곡장을 주장한 잡스나 2003년 로켓의 성공을 위조한 머스크는 문제가 없는데, 테라노스의 홈스는 20년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4장은 ˝우리가 거짓말을 참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페어스타인의 고집에 대한 분노, 돌체앤가바나의 중국 퇴출, 페이스북의 부인결정 등 당사자와 대중의 관점이 다릅니다. 애초에 관점이 다르니까 그런 짓을 한거죠.

깊히 생각해볼만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는 도덕성 기반의 위반을 저지른 사람이 사과하길 바라지만 실제로 혐의를 부인하지 않고 사과하면 그 사람을 덜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한 사람을 처벌하기를 원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범죄 사실을 부인하도록 부추긴다.
141p
잘못을 쉽게 사과하기 힘든 겁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절대 사과하지 않고 말을 돌리나 봅니다. (다들 이 구조를 알고 있는거죠)

5장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이 다를 때˝입니다. 클린턴과 슈어제네거는 비슷한 잘못을 했는데 리프에이밍이 달랐습니다.

6장은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입니다. 뉘우침과 속죄는 쉽지 않습니다. 범죄, 잘못에는 마땅한 사죄가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처벌의 적정선을 맞추는 것도 서툴다고 합니다.

7장은 리더의 신뢰입니다. 인간은 리더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이게 문제네요.

8장은 ˝다른 집단의 사람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보통 위부인을 괴물로 묘사하여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합니다. 그렇게 집단 획일화의 위험과 위선을 부르는 결속력을 경계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다만 집단을 관리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9장은 ˝신뢰 권장하는 사회˝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사과를 비교합니다. 일본인은 관여하지 않은 행동에도 사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국가나 조직의 소속감이 더 강한 것이겠지요.
신뢰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도덕 원칙이 있습니다. 돌봄 care, 공정 fairness, 충성 loyalty, 권위 authority, 신성 sanctity입니다. 이것이 동양-서양, 여성-남성, 진보-보수에 따라 우선순위는 바뀝니다.

10장은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법˝입니다. 충격에 정의가 실현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도 적정선을 잡는 것이 고민입니다. (아니, 왜 내가 고민하는거지. 저자가 충분히 고민하지만 이것이 정답이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11장은 드디어 ˝인생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다면˝의 결말입니다. 인정, 사과, 처벌, 용서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네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1.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조차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2. 진실의 복합성.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판단해야 합니다.
3. 의도의 이면. 의도는 항상 좋은 뜻이지만, 행위는 다릅니다.
4. 문을 열고 나가야 할 필요성. 나가지 않으면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382-3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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