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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평점 :
서문에 저자의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의 삶은 신뢰를 얻기 위한 도전이다. 뭐, 도전까지 갈 것은 아니지만 인생살면서 신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맞습니다. 신뢰 하나를 가지고 책 한권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읽다보면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하여 상당히 깊이 들어갑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서로를 신뢰하거나 불신하게 되고, 이런 결정의 바탕이 되는 신념은 왜 그렇게 틀릴 때가 많은가?
12p
이런 궁금한 점을 저자 피터 킴은 여러 사례로 연구, 분석하여 설명을 합니다. 비슷한 사례들을 들어 왜 이건 효과가 있었고, 저건 실패하게 되었는가... 가만히 읽어보면 상당히 배울 점이 많습니다.
1장은 ˝신뢰의 출발˝입니다. 신뢰는 실망시키지 않을 거란 믿음이고, 사람들은 일단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신뢰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이 초기 신뢰도에 신뢰가 표현되는 상황, 개인의 성격적 특성, 신뢰가 형성되는 방식이 영향을 끼칩니다.
의외로 인간은 타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하고 선뜻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하기는 저도 신문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일단 믿고 보니 그럴 것같습니다.
2장은 ˝신뢰는 언제, 어떻게 깨지는가˝입니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뢰는 쉽게 깨지지 않습니다. (아, 그래서 주식이 반토막이 나도 손절을 못하는군요) 신뢰가 깨지면 심리적 상처와 불안감이 오래 남게 되고, 불신으로 이어집니다.
3장은 ˝사과가 신뢰에 미치는 영향˝으로 본격적으로 사례들이 나옵니다. 타이레놀 사건과 IRA 폭탄 테러 사건 대응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사과의 여섯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1. 유감 표현 : 잘못에 대해 얼마나 미안한 마음인지 표현한다.
2. 해명 : 잘못이 일어난 이유를 설명한다.
3. 책임 인정 : 잘못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했음을 보여준다.
4. 회개 선언 :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5. 보상 제안 :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6. 사면 요청 :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106p, 로이 르위키, 베스 폴린, 로버트 라운트 주니어의 연구
멋지죠. 세상의 사과문을 내는 사람들이 보고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요소를 동원해도 사과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전부 나열하지 않아도 성공하기도 합니다.
1878년 백열등을 발명했다고 거짓말을 한 에디슨, 현실왜곡장을 주장한 잡스나 2003년 로켓의 성공을 위조한 머스크는 문제가 없는데, 테라노스의 홈스는 20년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4장은 ˝우리가 거짓말을 참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페어스타인의 고집에 대한 분노, 돌체앤가바나의 중국 퇴출, 페이스북의 부인결정 등 당사자와 대중의 관점이 다릅니다. 애초에 관점이 다르니까 그런 짓을 한거죠.
깊히 생각해볼만 대목이 나옵니다.
우리는 도덕성 기반의 위반을 저지른 사람이 사과하길 바라지만 실제로 혐의를 부인하지 않고 사과하면 그 사람을 덜 호의적으로 평가한다...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고 사과한 사람을 처벌하기를 원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범죄 사실을 부인하도록 부추긴다.
141p
잘못을 쉽게 사과하기 힘든 겁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절대 사과하지 않고 말을 돌리나 봅니다. (다들 이 구조를 알고 있는거죠)
5장은 ˝보여주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이 다를 때˝입니다. 클린턴과 슈어제네거는 비슷한 잘못을 했는데 리프에이밍이 달랐습니다.
6장은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입니다. 뉘우침과 속죄는 쉽지 않습니다. 범죄, 잘못에는 마땅한 사죄가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처벌의 적정선을 맞추는 것도 서툴다고 합니다.
7장은 리더의 신뢰입니다. 인간은 리더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갖고 있습니다. 이게 문제네요.
8장은 ˝다른 집단의 사람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보통 위부인을 괴물로 묘사하여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합니다. 그렇게 집단 획일화의 위험과 위선을 부르는 결속력을 경계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다만 집단을 관리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9장은 ˝신뢰 권장하는 사회˝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사과를 비교합니다. 일본인은 관여하지 않은 행동에도 사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국가나 조직의 소속감이 더 강한 것이겠지요.
신뢰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도덕 원칙이 있습니다. 돌봄 care, 공정 fairness, 충성 loyalty, 권위 authority, 신성 sanctity입니다. 이것이 동양-서양, 여성-남성, 진보-보수에 따라 우선순위는 바뀝니다.
10장은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법˝입니다. 충격에 정의가 실현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도 적정선을 잡는 것이 고민입니다. (아니, 왜 내가 고민하는거지. 저자가 충분히 고민하지만 이것이 정답이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11장은 드디어 ˝인생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묻는다면˝의 결말입니다. 인정, 사과, 처벌, 용서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신뢰를 가능하게 하는 네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1.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조차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2. 진실의 복합성. 무슨 일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판단해야 합니다.
3. 의도의 이면. 의도는 항상 좋은 뜻이지만, 행위는 다릅니다.
4. 문을 열고 나가야 할 필요성. 나가지 않으면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382-392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