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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히스이 고타로 지음, 이맑음 옮김 / 책들의정원 / 2024년 6월
평점 :
항상 죽음을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밥한숟가락 들어가면 잊어먹고, 책한페이지 읽으면 까먹습니다. 조금 뭔가 하면, 1분이면 잊어먹습니다. 서양의 어딘가에 죽음을 체험한다는 물탱크에 들어가서 몇분 누워있으면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아직 국내에 안들어와서 못해봤습니다.
이 책은 바로 죽음을 체험하는 일로 시작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는 순간을 생각해봅니다.
묘사가 리얼합니다. 잠옷에, 병원 침대에, 창문밖에는 해가 지고 병실에 혼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 곧 죽습니다. (죽을 때 아무도 없고 혼자 떠난다는 것이 더욱 실감납니다)
30초후, 20초후, 10초후 몸의 모든 기능이 멈춥니다.
뭔가 임사체험같은 소리네요. 하는 방법이 쉬워 침대에 누워 따라 해봤습니다. 죽는다는 것을 상상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 그렇게 쉽게 되면 왜 다들 안하겠냐 중얼대며 해봤는데 오호 놀라운 체험입니다. 됩니다. 느끼는 감정이 후회와 슬픔이네요. 아이들에게 유산정리도 안해준 것에 대해 미안하고, (주식은 반토막이 나서 손절못하고 있는 것을 알려줄 수가 없죠. 죽을 때까지의 비밀이죠. 상장폐지된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비밀입니다)
주변정리를 다 못한 것에 역시 아쉬움이 남고, (다시 살아난다면 바로 정리를 해야겠다는 의욕도 생김니다.)
반면 매일 하겠다는 하루 책한권을 읽겠다는 각오나 25일 부가세 내야하는 것따위는 다 잊어버립니다. 평상시 내가 하는 일이 이리도 시시한 일이었네. 나없이도 세상은 돌아가는구나는 이치를 알게 됩니다.
이것참, 대단한 체험입니다. 매일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같습니다. 지금 당장 해야할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죽음의 선행 체험으로 이 책은 끝장입니다. 대다수는 죽음을 생각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실감나게 죽음을 경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처음이 아닐까요. 뭐든 처음 시도하는 사람이 대단한거죠.
1부에서는 죽음 앞에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일깨워줍니다. 죽음 앞에서 오히려 행복을 찾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2부는 자신의 묘비명과 부고기사를 미리 써봅니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실현도 해봅니다.
3부에는 태어난지 1주일만에 죽어버린 딸이 꿈속에 나온 동요 시인 노구치 우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4부는 죽음을 생각하고 지금 이것이 마지막 행동이라면 어떨 것인가를 이야기합니다.
매사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죽음을 마주하면 살아갈 용기와 이유를 떠올리게 되니 그것만으로도 놀라운 체험이 되겠습니다.
죽음을 직면하고 변화를 일으킨 사람들을 보니 죽음 체험으로 인생을 고쳐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