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은이) 나비클럽 2024-08-02

제목을 참 잘 잡았습니다. 미스터리가 재미있는 분야인데 그걸 유해하다고 표현하다니,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특별히 유해하다는 증거는 별로 없습니다. ‘미스터리는 범죄를 매개로 하여 세계, 사회, 개인에게서 촉발되는 다양한 유해함의 상상력을 다루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겠나는 추측입니다.

1부는 미스터리의 흐름을 이야기합니다.
먼저 미스터리 불변의 법칙이 나옵니다.
관습 : 변하지 않는 원칙 ; 탐정은 범인이 아니다, 녹스10계, 반다인20칙.
도상 : 시각적으로 압축한 구성요소 ; 광선검, 시그니처 대사와 몸짓, 담배 파이프, 트렌치코트.
공식 : 반복하여 활용되는 패턴 ; 공포물에서 주인공 일행은 반드시 흩어지고 습격당한다.
27-30p
사실 이 부분이 아주 유용하여 더 깊이 들어갔으면 했는데 맛만 보여주고 끝맺습니다.

2부에서 오컬트를 미스터리의 장르로 슬쩍 가져옵니다. 아니, 어디 미스터리 협회의 후원을 받은건가. 오컬트는 공포물의 전개 방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공포물의 하위 장르가 되면서 미스터리의 인접 장르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거기에 역사 미스터리로 영화 흑뢰성, SF 미스터리로 스타워즈, 블레이드러너, 카우보이 비밥, 미스터리 게임으로 원숭이 섬의 비밀, 카아미타치의 밤, 역전재판, 단간론파, 괭이갈매기 울 적에 등을 설명해줍니다. 하. 따라가기 벅찹니다.
이런 구성은 위에 이야기한 영화, 소설, 게임들을 해본 사람들만 따라갈 수 있을 것같습니다. 역전재판이 어느 플랫폼에서 돌아가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혁신적인 구성이니 역동적인 갱신이라고 해봐야 그림의 떡이지요.
(보통 책을 추천하거나 소개하면 그 책을 시중에서 구할 수가 있는데, 옛날 게임, 영화 등은 알 수가 없네요)

3부는 마무리로 한국 미스터리입니다. 한국작품인데 외국인의 눈으로 파악합니다.

범인들은 복잡한 대도시를 정글과 밀림처럼 이용해 다양한 흔적들 사이로 몸을 숨긴다. 도시는 결과적으로 그 모든 흔적의 저장고와 같다. 카를로 긴즈부르그가 《실과 흔적》에서 제안한 것처럼 우리는 때때로 진실이 아니라 허구나 거짓으로 구성된 논리를 통해서 자신의 가설을 현실화한다. 사냥꾼은 사냥감이 남긴 수많은 흔적을 참고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가설을 통해서 그 단서의 의미를 파악한다. 긴즈부르그의 언급을 참고하면서, 피터 브룩스는 이러한 상상력이 미스터리가 제안하는 추리 과정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175p
조용필의 꿈인가요. 화려한 도시를 찾아왔는데,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하는 느낌입니다. 미장센을 살리는 구성을 책 곳곳에 장치해놨습니다. 책을 읽던 중에 혹시 영화감독 출신인건가 하고 저자 소개를 보니 평론가에 교수님으로 일하고 계시네요.

사례로 영화를 마구 가져오는데 안본 영화들이라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간단한 설명 정도 붙이면 친절했을텐데 이런 영화는 이미 보고 와야지 하는 분위기가 깔려있어서 조금 안타깝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책고래숲 9
강태운 지음 / 책고래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강태운 (지은이) 책고래 2024-06-14

화삼독畵三讀을 주장합니다. 그림은 적어도 3번은 봐야한다 겠지요. 혹시 아침, 점심, 저녁 3번의 다른 빛으로 본다일까요. 그것도 새롭겠네요. 혹은 5시, 15시, 20시 정도로 나눌까요. 더 심하게는 봄, 여름, 가을 3번을 보는 걸까요. 모두 틀렸습니다. 본다가 아니라 읽는다였습니다. ˝그림을 읽고, 작가와 그 시대를 읽고, 마지막으로 나를 읽는다˝(16p)고 합니다.

천경자 그림의 뱀을 설명합니다. ˝여인의 분신이자 지키는 울타리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화가는 그저 뱀을 그렸을 뿐인데 이게 무슨 말일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삶에 치일 때면, 광주역 앞 뱀집에 앉아 뱀을 스케치했다. 두 살배기 딸과 첫돌이 안된 아들을 남기고 남편은 요절했고, 6.25 전란 통에 여동생마저 폐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천경자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뱀을 그렸다.
27p
무시무시한 세계를 잠깐 엿본 듯한 기분이 들면서 한편으로 알 수 없는 예술가의 세계입니다.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그림을 열심히 설명합니다. 지나갈 과過와 밤 야夜를 붙여서 콰야라고 한답니다. 콰라고 발음하니 중국사람일까요. (마지막에 도판과 작가를 설명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설명이 없습니다)

콰야는 앞으로 살아갈 날을 다짐하기 위해 이 순간을 그리움으로 짓는다. 그리움을 짓느라 밤을 지새운다.
37p
뭔가 성냥불빛 하나로 순간의 그리움을 느끼나 봅니다. 그린다가 아니라 짓는다는 표현이 고심 끝에 나왔을 것같습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그림들은 상당히 좋습니다. 어머니의 초상화, 코뿔소, 어린 코끼. 특히 어머니의 초상은 1490년, 1514년 두 점이 있습니다. 효자입니다. 이렇게 그려났으니 알 수가 있는 거죠.

필립 허모진스 캘더른의 ‘깨진 맹세(1856)‘ 그림을 설명합니다. (155p) 그림의 전체적인 인상과 왼쪽 가슴맡을 받힌 손에서 아픔의 깊이를 느낍니다. 독자도 같이 그 감정을 느끼려고 하는데, 미야모토 테루의 ‘밤 벚꽃‘에 주인공 아이코의 아들을 잃은 아픔 후에 신혼부부의 속삭임을 엿듣는 회상을 이야기합니다. 한쪽은 젊은 여자, 다른 쪽은 오십의 여성인데 같은 감정을 느끼나 봅니다.

기본 28점의 그림에 추가로 두세점이 더 들어있습니다. 그림을 읽고, 시대를 설명하고, 다시 자신의 감상을 덧붙이는 삼화독의 책입니다. 사실 저에게 전혀 없는 개념들을 마구 설명하여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림도 어렵고, 설명도 어렵습니다.

서문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내가 영국행 비행기표를 건네주는데, 책에서 의외로 한국인 작가의 그림을 많이 설명합니다. 굳이 영국에 안가도 되는 것이 아닐까 궁금합니다. (28편 중에 꼭 영국이어야만 하는 글이 있었으면 좋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 평범한 하루가 과학으로 빛나는 순간
구보 유키 지음, 곽범신 옮김 / 반니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평범한 하루가 과학으로 빛나는 순간
구보 유키 (지은이), 곽범신 (옮긴이)
반니 2024-08-05

제목이 멋지지 않나요. ˝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엄청난 철학자가 방안에 앉아 과거, 현재, 미래를 쥐었다 놨다 할 것같습니다.
혹은 은거한 과학자가 수금지화목토천해, 명왕성까지 내다 보고 태양계를 넘어 은하계, 저멀리 북두칠성까지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되지요.
이 사람이 앉아 있는 원룸은 공간적인 개념이겠죠. 거기서 무한에 달하는 우주를 조망하는 인간은 얼마나 멋진 생각을 할까 하는 엄청난 기대를 했습니다.

모두 17편의 에세이가 들어있습니다. 원룸에 사는 과학자 구보 유키씨의 이야기입니다. (소설가 구보씨가 떠올라 웬지 글이 좋을 것같다는 선입견이 생깁니다) 1994년생이라니 불과 30살입니다. 동경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오고 공학박사도 취득합니다. JAXA연구원으로 비행체의 궤도와 자세제어를 연구합니다.

우주의 중심인 원룸에 앉아 우주 비행체를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날리는 궤도 제어에서 운동과 입력을 수학적으로 방정식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트북 하나로 오픈소스 프로그래밍으로 시뮬레이션을 만듭니다.

생각건대 문자는 광자光子다. 문자가 화면이나 지면 위에 못 박혀 움직이지 않는 문자 미디어에서 우리는 그 한 글자한 글자의 존재를 더욱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움직이지 않고, 떠내려가지 않고,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존재하는 문자들. 그 문자 하나하나가 읽는 이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문장은 이윽고 사람의 마음을 강렬하게 흔든다. 문장은 빛이다. 열심히 일하는 글자 하나하나를 그 자리에 머물게 하고 그들에게 자연스레 애착을 느끼게 하는 건, 문장이라는 미디어의 커다란 가치다.
31-32p
무언가 아름다운 공식이나 문장을 절실하게 수집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그런 문장을 트위터에서 찾습니다. 너무 가벼워보여 우스운 것같지만 또 이런 모습이 현실이기도 하죠.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이 나옵니다. 9개 정도 되는 숫자의 조합입니다. 텐서, 상수, 리치, 계량이 나옵니다. 저자는 리치는 부자인가 우스대소리를 하는데 저는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리치인줄 알았습니다. 너무도 엄청난 공식이 나오면 순간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은 일반인이나 공학박사나 비슷합니다. 리치, 텐서를 전부 써내려가면 700개의 항(700여 줄이라는거겠죠)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천재군요. 혀내밀기(저자는 메롱이라고 합니다)와 바이올린을 잘 켜는 특허청 직원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계속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했는데 뒷부분은 뭐랄까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하는 느낌입니다. 번역하시는 분이 고생했겠습니다.
월식을 보다가 이걸 왜 보지 투덜거리다가 느닷없이 복싱 체육관으로 갑니다. 그런데 장면묘사가 특이합니다. 이건 순간 생각나는 의식의 흐름일까?

다시 읽어보니 마무리글과 서두에서 마음 속에 꼬깃꼬깃 뭉쳐두었던 말들을 하나씩 펼쳐 보았다고 합니다. 자신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을 영상으로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작업이 영상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뭔가의 천재계열인 것같습니다. 어수선하고 산만한 글들이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그래서 급하게 이야기했구나 이해가 됩니다. 마치 우리가 꿈을 꾸듯이 보는 화면의 면면을 글로 급히 적었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세이스트(death-essayist)의 오늘 나의 죽음 이야기 - 삶을 위해 죽음을 쓰는 데세이(death-essay) 안내서
김혜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4년 7월
평점 :
절판


데세이스트의 오늘 나의 죽음 이야기
삶을 위해 죽음을 쓰는 데세이(death-essay) 안내서
김혜경 (지은이) 하움출판사 2024-07-26

온갖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천상병, 파가니니, 전두환, 아놀드 파머, 선성일, 페트릭 스웨이지. 어빙 빌런, 이외수... 미처 그 분이 죽었나, 왜 몰랐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잊혀진 사람들입니다.
저자 김혜경 선생은 오직 죽음에 관한 글만 써나갑니다. 직업으로 만들고 싶은지 데세이스트를 계속 강조합니다. 직업이 되려면 벌이가 있어야할텐데, 에세이를 써서 충족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괜한 걱정입니다)

11월 23일 토요일에 죽어요
9월 14일 월요일에 죽어요
9월 22일 금요일에 자다가 죽었습니다.
12월 10일 금요일에 죽어요...
한 20여 편 읽어나가다 보면 도대체 죽음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과거의 죽는 날짜를 기록하는 컨셉인건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죽은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고 감상을 덧붙이는 방식입니다. 더 스케일을 키워서 위인들의 죽음들을 모두 (수백, 수천명의 기록을) 모으면 죽음백과가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들의 죽음을 내가 기억하고 있어요. 모두 잊고 모른 체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책같습니다.

5장에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나 죽음을 궁금해하는걸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 일색이라 읽는 동안 내가 죽으면 누가 기억할까, 죽은 것조차 모르게 죽는걸까, 반성하고 걱정하다가 체념하게 되는 독서였습니다.

데세이스트, 홀로홀릭, 싸나톨로지스트, 국제죽음교육전문가...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중간중간 알 수 없는 유머와 분노, 주책에 당황스런 내용들이 있기는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은이) 나무옆의자 2024-08-06

만화? 동화? 어쩌면 웹소설인가 생각되는 표지입니다. 게다가 제목은 호랑이아가씨. 가볍게 읽을 수 있겠네 하면서 펼쳤는데 정말 순식간에 읽게 됩니다. 대충 분위기만 봐야지 생각했는데 책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긴장감과 속도에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책을 넘깁니다.

호랑이의 영혼이 들어와 인간이 그대로 산신이 됩니다. (여기서 영과 대화를 하면 웹소설이겠죠) 무언가 능력이 있는데 슬슬 풀어나갑니다. 작가 허태연 선생의 문장 전개력이 대단합니다. 별거 아닌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도 하고, 큰그림으로 실종된 아이들을 찾아냅니다.

선배 박수무당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데 자기 구역이니 적당히 업만 갚으시고 폐업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나와바리 존중)
산신 호랑이님이 점집을 차렸는데 카드단말기도 설치하고 음료수도 판매합니다. (메뉴판도 마련합니다)
사건을 해결하면서 신세진 태권도장을 소개하여 인생극장의 감동을 재현합니다. (이런 작은 기쁨이 좋습니다)

두 달쯤 영업하며, 나는 사람들이 현실적이고 논리적인 조언 따위를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 하긴 그런 얘기를 원할 것 같으면 뭐 하러 점집에 오겠는가. 실의에 빠진 손님과 불운을 나누며, 나는 비로소 내 동료들을 무당, 역술가, 타로술사 등ㅡ존중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갈림길에 놓인 유약하고 예민하면서 겁 많은 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126p
이건 참, 이 바닥을 상당히 경험해 본 듯한 문장입니다. 살짝 다시 저자의 사진을 보면서 신기가 있는건가 생각도 듭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보니 표지의 배경에 거대한 산이 보입니다. 왼손은 호랑이팔입니다, 경찰서 건물앞 액운타파 사주112 사무실이 연결되면서 어울립니다. 두번째 읽을 때 보니 사는 동네가 산왕산 아래 산군동입니다. 이런 세심히 장치가 있습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백명을 해결하지는 않은 것같습니다. 어쩌면 2편을 기획중인게 아닐까요. 세상의 어려운 문제들을 호랑이신령의 힘으로 해결하는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