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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 평범한 하루가 과학으로 빛나는 순간
구보 유키 지음, 곽범신 옮김 / 반니 / 2024년 8월
평점 :
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평범한 하루가 과학으로 빛나는 순간
구보 유키 (지은이), 곽범신 (옮긴이)
반니 2024-08-05
제목이 멋지지 않나요. ˝원룸에서 우주를 보다˝
엄청난 철학자가 방안에 앉아 과거, 현재, 미래를 쥐었다 놨다 할 것같습니다.
혹은 은거한 과학자가 수금지화목토천해, 명왕성까지 내다 보고 태양계를 넘어 은하계, 저멀리 북두칠성까지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기대되지요.
이 사람이 앉아 있는 원룸은 공간적인 개념이겠죠. 거기서 무한에 달하는 우주를 조망하는 인간은 얼마나 멋진 생각을 할까 하는 엄청난 기대를 했습니다.
모두 17편의 에세이가 들어있습니다. 원룸에 사는 과학자 구보 유키씨의 이야기입니다. (소설가 구보씨가 떠올라 웬지 글이 좋을 것같다는 선입견이 생깁니다) 1994년생이라니 불과 30살입니다. 동경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오고 공학박사도 취득합니다. JAXA연구원으로 비행체의 궤도와 자세제어를 연구합니다.
우주의 중심인 원룸에 앉아 우주 비행체를 목적지까지 정확하게 날리는 궤도 제어에서 운동과 입력을 수학적으로 방정식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트북 하나로 오픈소스 프로그래밍으로 시뮬레이션을 만듭니다.
생각건대 문자는 광자光子다. 문자가 화면이나 지면 위에 못 박혀 움직이지 않는 문자 미디어에서 우리는 그 한 글자한 글자의 존재를 더욱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다. 움직이지 않고, 떠내려가지 않고,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존재하는 문자들. 그 문자 하나하나가 읽는 이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문장은 이윽고 사람의 마음을 강렬하게 흔든다. 문장은 빛이다. 열심히 일하는 글자 하나하나를 그 자리에 머물게 하고 그들에게 자연스레 애착을 느끼게 하는 건, 문장이라는 미디어의 커다란 가치다.
31-32p
무언가 아름다운 공식이나 문장을 절실하게 수집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그런 문장을 트위터에서 찾습니다. 너무 가벼워보여 우스운 것같지만 또 이런 모습이 현실이기도 하죠.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이 나옵니다. 9개 정도 되는 숫자의 조합입니다. 텐서, 상수, 리치, 계량이 나옵니다. 저자는 리치는 부자인가 우스대소리를 하는데 저는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리치인줄 알았습니다. 너무도 엄청난 공식이 나오면 순간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은 일반인이나 공학박사나 비슷합니다. 리치, 텐서를 전부 써내려가면 700개의 항(700여 줄이라는거겠죠)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천재군요. 혀내밀기(저자는 메롱이라고 합니다)와 바이올린을 잘 켜는 특허청 직원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계속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했는데 뒷부분은 뭐랄까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하는 느낌입니다. 번역하시는 분이 고생했겠습니다.
월식을 보다가 이걸 왜 보지 투덜거리다가 느닷없이 복싱 체육관으로 갑니다. 그런데 장면묘사가 특이합니다. 이건 순간 생각나는 의식의 흐름일까?
다시 읽어보니 마무리글과 서두에서 마음 속에 꼬깃꼬깃 뭉쳐두었던 말들을 하나씩 펼쳐 보았다고 합니다. 자신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을 영상으로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작업이 영상을 문장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표현하는데 뭔가의 천재계열인 것같습니다. 어수선하고 산만한 글들이 영상이라고 생각하면 그래서 급하게 이야기했구나 이해가 됩니다. 마치 우리가 꿈을 꾸듯이 보는 화면의 면면을 글로 급히 적었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