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삶을 위한 자신감 저축 -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한 작은 시작
아리카와 마유미 지음, 윤경희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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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삶을 위한 자신감 저축 검색
하고 싶은 일을 해내기 위한 작은 시작
아리카와 마유미, 윤경희 더페이지 2025-09

자신감은 뜬구름같은 정신세계가 아니었나요. 이걸 ‘저축‘할 수 있다니 흔히 보이는 자기계발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닙니다. 저축이라는 말처럼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 모으는 방법들을 안내합니다.

저축의 핵심원리 10가지, 자신감있는 사람들만 가지고 있는 비밀 10가지,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는 관리법 9가지, 인간관계에서 저축하는 법 10가지, 멋진 인생으로 가는 비밀 8가지입니다. 모두 45개의 엄청난 비밀입니다.

자신감이 바닥인지 조금 있는지 아무 상관없습니다. 일단 해보는 겁니다. 요리하기, 외출준비하기, 운전하기, 엑셀 표 만들기, 영어로 인사하기 등으로 작은 성취를 느껴보라고 합니다. 이렇게 습관을 들이면 바로 7가지 특징이 발현됩니다. (이 7개갸 핵심원리 10개 중의 7개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들어오는 정보가 8만개인데, 그중 95%는 잠재의식에서 처리됩니다. 5%인 4천개(이것도 많은데요)만이 의식에서 해결합니다. 우리는 자동기계였습니다.

포인트는 ‘하기만 하면‘ 무조건 1점씩 더해진다는 점입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같은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26p, 움직이기만 해도 저축이 된다.
일단 한다, 10분만 해본다는 마음으로 계속 하여 습관으로 만드는 겁니다. 쉬운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천재라면 한두번 반복하면 해결할 일을 평범한 사람은 너댓번 하면 해결합니다. 평범해도 횟수를 늘리면 됩니다. 이렇게 1장에서 자신감은 너무 쉽다, 시작만 하면 된다, 그러면 계속 하게 되어 더 자신감이 증폭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로 2장에서는 ‘자신감있는 사람‘의 비밀 10가지를 배웁니다. 그들은...
횟수가 중요하다,
작은 일도 끝까지 한다,
세상의 평가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한다,
내 선택을 따른다고 합니다.
(10가지 중에 와닿는 다섯개만 추렸습니다)
뭔가 만트라처럼 자신감, 자신감이 울려 퍼집니다.

좋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올해는 영어 공부해야지, 저녁에 30분 정도 걸어야지, 이제 건강을 챙겨야지 등의 마음이 작심삼일로 흐지부지된다고 하니다. (호오. 해결책이 있나보죠) 이렇게 되는 이유가 ‘지금의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인체의 호메오스타시스‘때문이랍니다. 의식은 변하고 싶다고 외치지만 무의식에서 ‘변하고 싶지 않아‘라며 반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해결책은 진입장벽을 극도로 낮춥니다. 책을 매일 읽으려고 한다면 하루 1페이지를 읽어도 한 것으로 치고 1점을 줍니다. 시작 단계에서는 점수가 아니라 실행에 중점을 둡니다. 하루 쉬어도 다시 시작합니다, 이런 습관들을 세트로 묶습니다,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이렇게 21일간만 하면 습관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저도 매일 108배를 해야겠다는 목표를 35년째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습관으로 못만들었습니다. 하루 1배라도 시작해봐야겠습니다. 언젠가는 되겠죠.

3부는 자신감이 사라지지 않는 멘탈 관리법 9가지입니다. 관리법이라서 어떻게든 끌어올리는 방법들입니다. 지금에 집중하기, 부정적인 감정 가라앉히기,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실패에서도 의미 찾기, 지속할 만한 자극 만들기... 습관을 들이는 것처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틈새를 찾아냅니다.
살면서 한두번, 서너번 실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잘못, 실수, 손해, 상처, 배신, 채무 등의 실패인데 그것으로 ‘생각날 때마다 자신을 탓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그 일의 의미를 단 한 가지라도 찾아내라‘고 합니다. 실패를 자신이나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탓하고 있는 동안 ‘마음이 정리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배울 점을 찾지 못한 채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 인간 탓에 완전히 무너졌어 하며 원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그 사람‘이 지금의 나를 덮쳐서 고통을 주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 때문이다‘라는 과거의 해석이 지금의 나를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니 어떤 일에서든 ‘그 일이 있었던 덕분에...‘라는 의미를 꼭 발견해 보세요.
138p, 받아들이기 힘든 실패에서도 의미 찾기
맞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간직하고만 있으면 트라우마가 될 뿐이죠. 우리의 해석과 감정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4부 인간관계에서는 다가가기 힘든 상태를 진단합니다. 두려움, 부담감, 나자신, 용서, 거절, 마음, 다른 사람, 변화... 관계에서 조금 더 들어가기 힘든 이유들입니다.

5부는 자신을 믿는 8가지 비법입니다.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판적으로 계획하고,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222p, 이나모리 가즈오
신중함과 대담함이 다른 부분을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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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인가요? - 정영진 인터뷰집
정영진.지승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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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인가요? - 정영진 인터뷰집
정영진, 지승호 인물과사상사 2025-08-22

인터뷰집입니다. 대화를 그대로 글을 풀었기에 쉽게 읽힙니다. 그런데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인터뷰라면 그 사람을 잘 알고 있어야 궁금했던 점을 풀어나가는 내용이 잘 이해가 되겠지요. 하지만 정영진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고, 삼프로 방송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읽어나가니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는 대목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잡았을까요) 그런 부분은 각주로 풀어 주었으면 좋았겠다 생각이 듭니다.

유튜버로 성공한 사람의 남은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어떻게 하면 유튜브 성공한다'까지는 말 못 해도 '그렇게 하면 실패한다'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사람들한테 어필할 수 있게 6개월이든 1년이든 해보고 거기서 문제 생기면 이렇게 이렇게 바꾸라고는 제가 조언을 해줄 수는 있는데요. 들어보면 대체로 처음 시작부터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얘기를 내가 지금 이 사람들한테 왜 해야 되는지, 그리고 사람들은 시간을 내서 도대체 자기 얘기를 왜 들어야 되는지 그거에 대해서 답을 하는 경우가 너무 적은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제가 많이 얘기를 해주죠.
26p, 의심하라, 끊임없이 자문하라.
대화를 풀어써서 어수선합니다. (읽는 내내 너무 대화체를 강조하기 위해 그대로 녹취한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주어가 반복되기도 하고, 비슷한 말이 다시 나오기도 합니다. 방송이라면 넘어가면 끝이지만 책은 읽는 매체인데 퇴고를 아꼈나 봅니다) 어쨌든 해보지도 않고 시작부터 성공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충고입니다.

주식 투자나 자영업 창업을 너무 가볍게 진입하는 것에 대해 진지한 만류도 좋습니다. (아, 그런 내용들이 삼프로TV인가봅니다) 확실히 이 분야가 내가 하면 잘할 수 있다는 경향이 심하지요. 창업하기 전에 꼭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2부에서 계엄령을 소통 부족으로 보는 것도 탁월합니다. 저도 그 상황에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일까 생각을 했는데 '그 세계에선 이런 계엄이라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 중에 하나였던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아마 그 양반 생각에는 계엄 아니고는 상황을 타개할 다른 방도가 없었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기에 '상식적인 방법으로 끊임없이 소통한다는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소통만 헀어도 될일인데 참 안타까웠던 장면입니다.

3부는 지난 세월의 자랑을 인터뷰어가 잘 끄집어냅니다. 미리 짜놓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퀴즈대회 1등도 했었네요.

4부는 젊은이에게 하는 충고입니다. (느닷없이?) 하지만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힘들고 우울할까에 대한 걱정과 기존 팬층도 있는 것같으니 할만하겠습니다.
'적정 성공'을 제안합니다. 성공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우리 사회는 너무 획일적이죠. 본인의 방송은 투자로 시작했지만, 종교, 문화, 예술, 철학, 교양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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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 방랑작가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
박인식 지음 / 생각정거장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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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미치도록 걷다
방랑작가 박인식의 부처의 길 순례
박인식 (지은이) 생각정거장 2025-09

불교의 기원지 인도를 걷는 멋진 산책같은 여행기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닙니다. 아름다운 낭만 여행의 길이 아니라, 인생의 길이고, 등산가, 작가, 방랑인, 술꾼의 길입니다. (술이 무섭습니다. 공업용 알콜이 섞인 가짜 술을 마시면 죽는답니다. 친한 척하며 나눠주는데 안마실 수도 없고 난감합니다) 일단 구성은 룸비니동산에서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백일간 1,500km를 도보로 순례합니다.

‘불효자는 웁니다’에서 떠나야하는 이유를 찾습니다. 타고난거죠. 역마살로 이미 40대에 실크로드도 두번이나 다녀옵니다.
‘박수를 치다’에서 죽기 직전의 비행기를 탑니다. 영화의 모험가입니다.
‘안개’에 룸비니를 찾아갑니다. 갑자기 전생의 인연인듯한 오스트리아 여인을 만납니다. 은근 여인들을 많이 만납니다. (일부러 찾는듯합니다)
‘집을 나서다’에서 카필라바스투로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제부터 도보 여행입니다. 카필라성의 4대문의 흔적만 남아있습니다. 불교답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는 거지요.

도보로 걸으니 들르는 마을마다 사람들을 만나고 (차량으로 이동하면 겪을 수 없는 부분이죠) 매번 안개 속에서 전생과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사랑을 만나고, 죽음을 만나고, 코뿔소, 코끼리도 만납니다. 왜 마을마다 사연을 들어주는 걸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걸어가니 인간의 속도인거죠. 마을마다 들르다가 받아주는 곳이 없으면 들판에 텐트를 치고 잡니다. (나이 60에 대단합니다)

아. 부처님은 케사리아에서 알라라칼라마를 첫 스승으로 만나 무소유처정(無所有處定)을 배웁니다. 다음 마을 바이샬리에서 웃타카 라마푸타라를 만나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경지'를 배웁니다. 바이샬리는 유마거사가 있던 곳입니다. 부처님도 말년에 바이샬리의 가뭄을 해결해주고 석달후 열반에 들어간다는 것을 선언하는 장소입니다. (근교의 차팔라 언덕) 후대에 제2결집이 있은 곳입니다. 따로 존재하던 불경들이 이렇게 장소와 결합되면서 삼차원으로 현현됩니다. 저는 걷지도 않는데 실감나게 표현하여 같이 걸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생각도 아니고 생각 아닌 것도 아닌 경지에는 '나'라는 존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어서 아직은 분별심이
있다는 말이고 분별심이 있다는 것은 여태 번뇌에 물들었고 매달림이 있다는 말이니 이 경지로는 해탈에 이룰 수 없다.
149-150p, 부처님 말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부처님의 수행 이야기는 중아함경 권56, 204경 라마경(羅摩經)에 나오고,
데바닷타의 배신은 중일아함경에 나온다고 GPT가 이야기했지만 아닙니다. (괜히 한시간 헛짓을 했습니다) 십여개의 경전에 나오는데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에 특히 자세합니다.

도보길은 룸비니(부처 탄생지), 보드가야(깨달음의 땅), 사르나트(최초 설법을 한 곳), 쿠시나가르(열반처)를 잇는 불교 사대성지와, 바이샬리(유마힐대사의 집), 날란다(불교대학), 라즈기르(영취산 설법지)을 모두 둘러갑니다. 마지막에 부처의 길의 끝, 카필라바스투로 돌아가며 ‘모든 것은 변한다. 다만 끝없이 정진하라.’는 부처님 말씀으로 끝맺습니다.

백일간 천오백킬로미터를 걸으니 체중이 13kg이 빠졌답니다. 죽음을 곁에 두는 도보여행은 하나도 안부러운데 살빠진 이야기는 솔깃합니다. 그저 걸으며, 만나는 사람마다 계속 전생의 삶을 느껴보는 엄청난 여행기입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술마시고 여자만나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데, (죽음의 위험도...) 읽고 나면 뭔가 엄청난 세계를 대신 본듯이 머리가 맑아집니다. 책을 읽는 이 곳이 안전해서 그럴까요. 어쩌면 그냥 여자만나 히히덕거리며 노는 것이 아니라 모두 미처 끝맺지 않은 전생의 미련을 마무리짓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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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공감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돌봄 에세이
코가지 사라 지음, 김진아 옮김 / 윌스타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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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공감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돌봄 에세이
코가지 사라, 김진아 윌스타일 2025-07

돌봄 에세이입니다. ‘돌보다‘는 단어가 참으로 와닿는 대단한 책입니다. 너무 공감이 되고 재미있어서 마구 읽다가 몰입되면 갑자기 화가 납니다. 돌봄 체험을 하다가 홧병이 생길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글이 술술 넘어가서 읽고 또 읽게 됩니다. 공감도가 높은 부분에 책갈피를 끼우다가 포기했습니다. 매편 하나 이상의 공감 백퍼센트의 문장이 나옵니다.

58년생 저자 코가지 사라 선생은 92세 아버지, 90세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에 89세 이모 부부를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지요) 본인도 68세입니다. 그 나이도 만만치 않은데 합산 360년 어르신들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1번 아버지 ; 신경질적이고 성미가 급해 집착하면 해소될 때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게다가 술꾼.
2번 어머니 ; 허세가 심하고 낭비벽이 있다. 매일 뭔가 사다 나른다. 무슨 말을 하면 눈을 치켜뜨고 독설을 퍼붇는다.
3번 이모부 ; 치매, 실금, 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4번 이모 ; 수다쟁이에 외출을 좋아하지만 사회생활의 절차를 모르고 모두 남에게 맡기기만 한다.

1장은 고집센 노인은 골치아프다라고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골치아픈 정도가 아닙니다.
부모니까 하는 생각에 고향에 갔더니 ‘예상을 초월할 정도의 강력한 현실‘이 다가옵니다.
온마을이 정전이 되었는데, 아버지는 스모를 봐야한다고 전파사에 전화하라 독촉합니다. 옆에서 어머니는 나가는 김에 요구르트를 사오라고 합니다.
슈퍼 계산대에서 2시간을 기다려 요구르트를 사왔건만 맛이 없다고 타박합니다.

‘감히‘라는 단어를 벌컥 입에 올리는 걸 보니, 어머니는 딸인 나를 자기 부속품쯤으로 여기고 시키는 건 뭐든 다 따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34)
아버지의 ‘난 아프니까‘ 스위치가 켜진 건가. 결국 아침부터 밤까지 평소보다 더 불평하고 요구하기를 반복했다. (47)
어머니는 ‘난 정신 말짱하니까 한 번 들은 건 절대로 안 잊어‘라고 주장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잊고 있다는 자체를 잊고 있을 뿐이다. (64)
평소에는 온갖 참견을 다 하며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어머니는 꼭 이럴 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는 자세로 일관하며 거실에서 텔레비젼만 볼 뿐이다. (69)
왜 내가 너한테 일일이 다 보고해야 하는데? (85)
얹혀사는 주제에 말이 많네 (87)

노부모를 도대체 어째야 할까요. 내다버릴 수도 없고, 감정의 골을 깊어만 갑니다. 건강의 악화, 실금, 치매, 골절, 매일이 새로운 일입니다. 공자님도 죽은 후에 삼년을 챙기라고 한 것이 노인수발을 안한 것이 아닐까요.

2장에서 본격 89세 이모님 부부를 돌봅니다. 코가지 사라 선생. 돌봄의 달인인건가요. 세상 물정 모르는 노인들의 사건 기록입니다.
면허 갱신을 안해 무면허로 계속 운전을 합니다. 보험증권을 확인하려고 통장을 열어보니 잔액 3천엔. 은행가서 확인하니 모르는 소액 정기 예금이 8개. 분실, 재발행, 해약서류를 3*8=24개를 작성합니다.
89세 노인의 집 등기부를 보는데 토지는 본인인데 건물 명의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입니다. 이대로 돌아가시면 어디까지 대를 거슬러 올라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
집안 청소를 하는데 머리 속에는 ‘근성으로 버텨!!‘라는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현실은 소설보다 기괴하다는 말이 실감됩니다.

센베이를 먹으며 느긋하게 차를 홀짝이는 이모 부부를 곁눈질로 바로보며, ‘난 아직 점심도 못 먹었는데‘하고 한숨을 쉬었다. (135)
이건 무슨 수행이냐! 벌칙 게임이냐고!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147)
두 분은 여전히 차 뒷좌석에서 느긋한 대화만 해댈 뿐이다. (171)
무한 루프 같은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189)
할 일을 마친 내가 집에 가려고 하자 이모는 ‘벌써 가려고? 천천히 차라도 마시고 가지 그러니‘라며 붙들려 한다 (212)
귀찮은 혈연관계에서 벗어날 날은 대체 언제가 될 것인가. (220)
언제까지 이런 나날이 계속될까 하고 창밖에 눈길을 주며 기나긴 한숨을 내쉰다. (227)
2장은 이모 부부와의 일상(!) 이야기입니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을 하고 있는건가 생각이 듭니다. 읽다가 흠찟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무서운 현실입니다. 은행, 관공서의 서류가 참 괴롭습니다.

3장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이야기입니다. 4분을 모시니 사흘에 한번꼴로 병원을 모시고 갑니다.
현실은 ‘돌봄에 지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마는 슬픈 사건이 끊이지‘가 않습니다. 간병살인도 있고, 간병인이 지쳐 분신자살도 시도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어디부터 잘못되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누구에게나 곧 닥칠 현실입니다. 참으로 난감하다, 남의 이야기려니 하고 웃어넘기고 싶지만 제 주변도 이런 인간,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같이 슬퍼집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주변에 자기주장을 강요하는 가스라이팅의 원조들입니다. 공부하고 배워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되는 재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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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
권혜린 외 지음 / 이월오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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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
권혜린,백소정,손혜미,안지혜,정유진,지우,해나(지은이) 이월오일 2025-08

여러 작가들(7명)이 모여 주제를 정하고 한편씩 글을 씁니다. 이런 방식이 한 사람에게서 충분히 글(원고)을 받아내지 못해서 만든 궁여지책인가 했는데, 아닙니다. 칠인칠색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어 오히려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한권이 아니라 7권을 읽는 기분이 듭니다. 7인의 스펙타클 생존 에세이입니다.

달고나 ; 인생 속 단 순간을 쓰다.
짜고나 ; 짠 상실의 순간을 쓰다.
쓰고나 ; 쓴 무기력의 순간을 쓰다.
감칠맛나고나 ; 일상 속 감칠맛 나는 순간을 쓰다.
독특한 구성입니다. 여름 단어를 모아 하나씩 풀이를 한다든가, 문득 떠오르는 단어에 대해 설명을 붙이는 책들도 좋았는데, 이 책은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에 대한 감정입니다.

단맛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울한 날의 친구를 만나 ‘하늘을 곁들인 치즈 케이크‘, 답답한 마음에 친구가 찾아야 구워준 ‘장어 한 조각‘(으로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잠시 만난 친구앞의 ‘캐러멜 마키아토 한 모금‘, 2.5톤 탱크로리를 운전하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조건으로 얻어먹는 ‘오징어회와 개불‘, 16살 딸아이와 마주 앉아 마시는 ‘생맥주 한잔‘ (아이에게는 음료수를 줍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단맛만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매직타임(백소정)‘에서 과거 추억이 서린 영상으로도 단맛을 찾아냅니다.

두번째는 짠맛입니다. 짠맛은 웬지 눈물아닐까요. 슬픔을 기대했는데, 평범한 슬픔이 아닙니다.
만화낙원은 사라지고 김밥천국이 들어옵니다. ‘낭만의 시대는 가고 생존의 시대가 도래한 것 아닌가‘는 생각이랍니다. 급박한 변화에 낙원도, 천국도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그것도 늦기 전에 추억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주도에 왔습니다. 십만원은 할 것같은 흑돼지를 못사먹습니다. 이거 짠맛 가득입니다. 친구가 눈치채고 10만원을 보내줍니다. 저자 손혜미 선생은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이를 읽는 독자 역시 같은 감정입니다.

짠맛은 쉽게 넘길 수가 없는 아득한 인생입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건물엔 간판만 덩그러니 떼어져 있었다. 그제야 실감 났다. 그곳도, 그곳의 사람들도 영영 사라져 버렸다는걸. (62p)
따뜻했던 온기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손 위에 남은 건 싸늘한 상실감뿐이었다. (68p)
눅눅한 공기가 스며들어 퉁퉁 불은 벽지는 1평 남짓한 방을 더 좁고 답답하게 만들었다. (75p)
월세가 밀렸다며 찾아온 집주인과 힘들어하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90p)
통장 잔액을 확인했다. 190원. 수중에 있는 돈은 그게 전부였다. (96p)

짠맛도 이렇게 자극적이었는데 3장 쓴맛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요. 사실 넘기기가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쓴맛인데도 읽을 만합니다. 짠맛에서 너무 강한 자극을 받은 탓일까요.
해고가 되어 몇달전에 경험한 이혼이 떠오르는 사연도, 학교 상담실 밖에서 아이들이 문을 잠궈도, 설명되지 않는 통증으로 다리를 절고 발이 퉁퉁 부어도... 다음이 궁금해집니다.

이제는 좀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에 ‘감칠맛‘이 나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다니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데 독자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최상등급의 중고책을 찾았을 때 설레임은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제대로 감칠맛이지요.

그렇게 서너 페이지 정도의 가볍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을 읽고 생각해보니
‘쓴 맛이 올라오지만 계속 씹다보면 달다‘는 이야기겠지 했지만,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을 글로 쓰고 나면 단맛이 느껴진다‘가 떠오릅니다.

씁쓸한 탄 맛 끝에
그 모든 걸 잊게 만드는 달콤함이 있다.
어쩌면 그 단맛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야
비로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2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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