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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
권혜린 외 지음 / 이월오일 / 2025년 8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생 쓰고 나면 달고나
권혜린,백소정,손혜미,안지혜,정유진,지우,해나(지은이) 이월오일 2025-08
여러 작가들(7명)이 모여 주제를 정하고 한편씩 글을 씁니다. 이런 방식이 한 사람에게서 충분히 글(원고)을 받아내지 못해서 만든 궁여지책인가 했는데, 아닙니다. 칠인칠색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어 오히려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한권이 아니라 7권을 읽는 기분이 듭니다. 7인의 스펙타클 생존 에세이입니다.
달고나 ; 인생 속 단 순간을 쓰다.
짜고나 ; 짠 상실의 순간을 쓰다.
쓰고나 ; 쓴 무기력의 순간을 쓰다.
감칠맛나고나 ; 일상 속 감칠맛 나는 순간을 쓰다.
독특한 구성입니다. 여름 단어를 모아 하나씩 풀이를 한다든가, 문득 떠오르는 단어에 대해 설명을 붙이는 책들도 좋았는데, 이 책은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에 대한 감정입니다.
단맛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울한 날의 친구를 만나 ‘하늘을 곁들인 치즈 케이크‘, 답답한 마음에 친구가 찾아야 구워준 ‘장어 한 조각‘(으로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잠시 만난 친구앞의 ‘캐러멜 마키아토 한 모금‘, 2.5톤 탱크로리를 운전하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조건으로 얻어먹는 ‘오징어회와 개불‘, 16살 딸아이와 마주 앉아 마시는 ‘생맥주 한잔‘ (아이에게는 음료수를 줍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단맛만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매직타임(백소정)‘에서 과거 추억이 서린 영상으로도 단맛을 찾아냅니다.
두번째는 짠맛입니다. 짠맛은 웬지 눈물아닐까요. 슬픔을 기대했는데, 평범한 슬픔이 아닙니다.
만화낙원은 사라지고 김밥천국이 들어옵니다. ‘낭만의 시대는 가고 생존의 시대가 도래한 것 아닌가‘는 생각이랍니다. 급박한 변화에 낙원도, 천국도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그것도 늦기 전에 추억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주도에 왔습니다. 십만원은 할 것같은 흑돼지를 못사먹습니다. 이거 짠맛 가득입니다. 친구가 눈치채고 10만원을 보내줍니다. 저자 손혜미 선생은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이를 읽는 독자 역시 같은 감정입니다.
짠맛은 쉽게 넘길 수가 없는 아득한 인생입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건물엔 간판만 덩그러니 떼어져 있었다. 그제야 실감 났다. 그곳도, 그곳의 사람들도 영영 사라져 버렸다는걸. (62p)
따뜻했던 온기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손 위에 남은 건 싸늘한 상실감뿐이었다. (68p)
눅눅한 공기가 스며들어 퉁퉁 불은 벽지는 1평 남짓한 방을 더 좁고 답답하게 만들었다. (75p)
월세가 밀렸다며 찾아온 집주인과 힘들어하는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90p)
통장 잔액을 확인했다. 190원. 수중에 있는 돈은 그게 전부였다. (96p)
짠맛도 이렇게 자극적이었는데 3장 쓴맛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요. 사실 넘기기가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쓴맛인데도 읽을 만합니다. 짠맛에서 너무 강한 자극을 받은 탓일까요.
해고가 되어 몇달전에 경험한 이혼이 떠오르는 사연도, 학교 상담실 밖에서 아이들이 문을 잠궈도, 설명되지 않는 통증으로 다리를 절고 발이 퉁퉁 부어도... 다음이 궁금해집니다.
이제는 좀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에 ‘감칠맛‘이 나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다니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데 독자도 같은 생각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최상등급의 중고책을 찾았을 때 설레임은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제대로 감칠맛이지요.
그렇게 서너 페이지 정도의 가볍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을 읽고 생각해보니
‘쓴 맛이 올라오지만 계속 씹다보면 달다‘는 이야기겠지 했지만,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을 글로 쓰고 나면 단맛이 느껴진다‘가 떠오릅니다.
씁쓸한 탄 맛 끝에
그 모든 걸 잊게 만드는 달콤함이 있다.
어쩌면 그 단맛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에야
비로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207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