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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공감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돌봄 에세이
코가지 사라 지음, 김진아 옮김 / 윌스타일 / 2025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공감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돌봄 에세이
코가지 사라, 김진아 윌스타일 2025-07
돌봄 에세이입니다. ‘돌보다‘는 단어가 참으로 와닿는 대단한 책입니다. 너무 공감이 되고 재미있어서 마구 읽다가 몰입되면 갑자기 화가 납니다. 돌봄 체험을 하다가 홧병이 생길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글이 술술 넘어가서 읽고 또 읽게 됩니다. 공감도가 높은 부분에 책갈피를 끼우다가 포기했습니다. 매편 하나 이상의 공감 백퍼센트의 문장이 나옵니다.
58년생 저자 코가지 사라 선생은 92세 아버지, 90세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에 89세 이모 부부를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지요) 본인도 68세입니다. 그 나이도 만만치 않은데 합산 360년 어르신들이 짓누르고 있습니다.
1번 아버지 ; 신경질적이고 성미가 급해 집착하면 해소될 때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게다가 술꾼.
2번 어머니 ; 허세가 심하고 낭비벽이 있다. 매일 뭔가 사다 나른다. 무슨 말을 하면 눈을 치켜뜨고 독설을 퍼붇는다.
3번 이모부 ; 치매, 실금, 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
4번 이모 ; 수다쟁이에 외출을 좋아하지만 사회생활의 절차를 모르고 모두 남에게 맡기기만 한다.
1장은 고집센 노인은 골치아프다라고 가볍게 이야기하지만 골치아픈 정도가 아닙니다.
부모니까 하는 생각에 고향에 갔더니 ‘예상을 초월할 정도의 강력한 현실‘이 다가옵니다.
온마을이 정전이 되었는데, 아버지는 스모를 봐야한다고 전파사에 전화하라 독촉합니다. 옆에서 어머니는 나가는 김에 요구르트를 사오라고 합니다.
슈퍼 계산대에서 2시간을 기다려 요구르트를 사왔건만 맛이 없다고 타박합니다.
‘감히‘라는 단어를 벌컥 입에 올리는 걸 보니, 어머니는 딸인 나를 자기 부속품쯤으로 여기고 시키는 건 뭐든 다 따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34)
아버지의 ‘난 아프니까‘ 스위치가 켜진 건가. 결국 아침부터 밤까지 평소보다 더 불평하고 요구하기를 반복했다. (47)
어머니는 ‘난 정신 말짱하니까 한 번 들은 건 절대로 안 잊어‘라고 주장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잊고 있다는 자체를 잊고 있을 뿐이다. (64)
평소에는 온갖 참견을 다 하며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어머니는 꼭 이럴 때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는 자세로 일관하며 거실에서 텔레비젼만 볼 뿐이다. (69)
왜 내가 너한테 일일이 다 보고해야 하는데? (85)
얹혀사는 주제에 말이 많네 (87)
노부모를 도대체 어째야 할까요. 내다버릴 수도 없고, 감정의 골을 깊어만 갑니다. 건강의 악화, 실금, 치매, 골절, 매일이 새로운 일입니다. 공자님도 죽은 후에 삼년을 챙기라고 한 것이 노인수발을 안한 것이 아닐까요.
2장에서 본격 89세 이모님 부부를 돌봅니다. 코가지 사라 선생. 돌봄의 달인인건가요. 세상 물정 모르는 노인들의 사건 기록입니다.
면허 갱신을 안해 무면허로 계속 운전을 합니다. 보험증권을 확인하려고 통장을 열어보니 잔액 3천엔. 은행가서 확인하니 모르는 소액 정기 예금이 8개. 분실, 재발행, 해약서류를 3*8=24개를 작성합니다.
89세 노인의 집 등기부를 보는데 토지는 본인인데 건물 명의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입니다. 이대로 돌아가시면 어디까지 대를 거슬러 올라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
집안 청소를 하는데 머리 속에는 ‘근성으로 버텨!!‘라는 노래가 울려퍼집니다. 현실은 소설보다 기괴하다는 말이 실감됩니다.
센베이를 먹으며 느긋하게 차를 홀짝이는 이모 부부를 곁눈질로 바로보며, ‘난 아직 점심도 못 먹었는데‘하고 한숨을 쉬었다. (135)
이건 무슨 수행이냐! 벌칙 게임이냐고!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147)
두 분은 여전히 차 뒷좌석에서 느긋한 대화만 해댈 뿐이다. (171)
무한 루프 같은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189)
할 일을 마친 내가 집에 가려고 하자 이모는 ‘벌써 가려고? 천천히 차라도 마시고 가지 그러니‘라며 붙들려 한다 (212)
귀찮은 혈연관계에서 벗어날 날은 대체 언제가 될 것인가. (220)
언제까지 이런 나날이 계속될까 하고 창밖에 눈길을 주며 기나긴 한숨을 내쉰다. (227)
2장은 이모 부부와의 일상(!) 이야기입니다.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을 하고 있는건가 생각이 듭니다. 읽다가 흠찟 주위를 둘러보게 됩니다. 무서운 현실입니다. 은행, 관공서의 서류가 참 괴롭습니다.
3장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이야기입니다. 4분을 모시니 사흘에 한번꼴로 병원을 모시고 갑니다.
현실은 ‘돌봄에 지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마는 슬픈 사건이 끊이지‘가 않습니다. 간병살인도 있고, 간병인이 지쳐 분신자살도 시도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어디부터 잘못되었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누구에게나 곧 닥칠 현실입니다. 참으로 난감하다, 남의 이야기려니 하고 웃어넘기고 싶지만 제 주변도 이런 인간,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같이 슬퍼집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주변에 자기주장을 강요하는 가스라이팅의 원조들입니다. 공부하고 배워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되는 재주인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