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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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 페이지를 펴자 눈에 들어온, 아이를 죽인 개.
제목만으로 대충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왠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른 남편과 다 커서 자신의 품을 떠나버린 두 딸.
그리고 자궁근종 수술로 여자로서의 삶을 잃어버린 타에코.
그녀곁엔 가족이란 이름의 남편과 딸들보다 자신을 더욱 잘 따르는 골든 레트리버 포포가 있다.
옆집 꼬마의 장난에 놀란 포포가 그 아이를 물어 죽이게 되자 타에코를 뺀 모든 가족은 포포에게 등을 돌려버린다. 포포를 포기할 수 없었던 타에코는 남편이 땅을 사기 위해 모아놓은 돈을 몰래 가지고 나와 무작정 포포와 함께 집을 떠난다. 그야말로 타에코오 포포의 도피행이 시작된 것이다.

집 주변을 한번도 떠난 적이 없었던 타에코와 늙어버린 개, 포포에게 11월의 날씨는 매섭기만 했다. 무작정 트럭을 얻어타고 길을 떠났지만 중간에 포포는 몰래 물건을 훔치려던 여자를 물어 상처를 입힌다. 안그래도 아이를 물어죽인 개라고 대중매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후인지라 그들의 움직임은 자유롭지 못했다. 도쿄에서 멀린 떨어진 숲속에 있는 펜션에 자리를 잡은 타에코와 포포는 점점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살아가게 된다.

가끔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쓸쓸하고 서글펐던 주인의 마지막을 지켜주었던 포포가 타에코에겐 가족보다 백만배 더 소중했을 것이다. 그리고 4,50대 우리 엄마 또래의 중년여성의 외로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얼마전 우리 엄마도 갱년기로 많이 우울해하셨었는데 자신에게 무관심한 남편과 자신의 품을 완전히 떠나버린 자녀들로 인한 상실감은 굉장히 컸을 것 같다.

엄마에게 더욱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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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일기 - 장밋빛 상하이에 숨겨진 소소한 일상들
황석원 글 사진 / 시공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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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저자가 상하이에서 살면서 느낀 점들을 쓴 책이다.
나도 호주에서 일년동안 있었지만 분명 여행과 삶은 다른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행보다는 유학이나 비지니스로 인해 오랜동안 상하이에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유용할 것 같다. 

상하이는 서울만큼이나 멋진 빌딩들이 많고 다른 지역에 비해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다. 예전에 상하이가 배경이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무너져가는 집 바로 옆에 몇십층짜리 건물이 있는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었다. (책속에도 등장한다.)
흔히 상하이니즈들은 스스로‘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사람들이 이룬 가장 현대적인 도시'에서 사는 그야말로 선택받은 계층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상하이니즈가 되려면 꽤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하고 그 조건을 통과한 상하이니즈들은 그러한 자부심으로 타지에서 유입된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책 속 주인공의 일상을 통해 느낀 상하이는 한국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만만디에 길들여진 중국인들.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인들이 볼때는 답답하기 그지 없겠지만 오랜 세월동안 그렇게 살아온 그들만의 생활방식이니 어쩌겠는가. 주인공처럼 함께 어우러져 살다보면 점점 익숙해지게 될 터이니 말이다.

책은 가벼운 듯 하면서 재미가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들을 보노라면 생동감이 느껴진다.
중국 대학에 재학중으로 리포터 활동도 하고 있다는 저자는 책을 재미있고 재치있는 쓰는 재주까지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 기발한 표현력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마지막장인데 무언가 뒤에 내용이 더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그게 끝이라니. 마무리가 제대로 안된 느낌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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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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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나는 빨간머리 앤을 책으로 처음 읽었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으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생각나고

TV에서 해주던 만화로는 꾸준히 봤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에 앤은 늘 회색 우중충한 옷을 입고 있었고 마릴라 아주머니는 언제나 심통맞은 얼굴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마릴라 아주머니는 그때 만화속의 캐릭터보다는 더 따뜻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앤이 성장하며 점점 아름다운 숙녀가 되고 학업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을 때,

내 마음도 어느덧 마릴라와 매슈가 느꼈을 법한 자랑스러움으로 가슴이 뿌듯해져왔다.

 

올해로 빨간머리 앤이 세상에 나온지 100년이 되었다고 한다.

서점에 가서 앤에 관련된 책들을 보다보면 다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단 생각이 마구 든다.

그 중 이 책은 마치 동화책처럼, 다이어리처머 정말 너무 너무 예쁘다.

중간 중간 예쁜 그림도 삽입되어 있고 그래서인지 상상력에 더욱 날개를 달아준다.

심지어 어린 시절 앤이 예쁘게 보이기까지 한단 말이지.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할 만큼 예쁘게 나온 책이다.

그리고 다른 동화책처럼 짧은 줄 알았는데 책이 두꺼워서 내심 놀랐었다.

하지만 한문장 한문장이 너무 아름다웠고 왠지 모를 리듬감이 느껴져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났더니 앤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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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석의 아이디어
최범석 지음 / 푸른숲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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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대중매체를 통해 여러번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전 뉴스에서 그가 뉴욕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맞춰 이 책을 읽었으니 그에 대한 호감은 배가 되었다.

내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의 특징이란 긴듯한 머리와 콧수염!

솔직히 남성브랜드만 만들기에 여자들이 그의 디자인을 접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I - Inspiration

D - Designer

E - Entertain

A - Action

 

아이디어. 각각의 챕터에 맞춰 그의 경험들과 앞으로의 각오들을 풀어 놓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가 나보다 고작 한살많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좌절감을 맛볼수밖에 없었다.

그는 소위 잘난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동대문에서 원단장사를 하며 스스로 배우고 터득하여 현재의 자리에 올라왔다.

꿈이었던 것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었고 그 자신감으로 현재 그는 더 큰 무대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즐길줄 아는 여유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틈틈히 여행도 하고 취미로 DJ도 한다고 하더라.

책은 각각의 글에 어울리는 사진도 함께 실려 있어 현장감을 더해주는 것 같다.

 

그는 아직 젊기에 안주하기보다 더 큰 도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2009년 뉴욕컬렉션을 준비하는 그의 성공을 빌어본다.

그리고 성공하여 다시 한번 책을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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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애무
에릭 포토리노 지음, 이상해 옮김 / 아르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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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붉은 애무 읽는 걸 본 친구는 대체 무슨 이런 책을 읽느냐고 말했다.
단지 제목만으로 무언가 야한 내용일 것이라 짐작했던 것이다.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내가 느낀 것처럼.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이 책은 존재의 부재, 결핍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한 과잉에 관한, 지나치다 못해 결국 광기에 이르고 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 부재와 광잉은 바로 아빠 또는 엄마의 자리를 일컫는다.
서로의 역할이 바뀐다면 과연 아이에 대한 온전한 사랑을 전할 수 있을 것인가.
 
보험사 대리점장인 펠릭스는 마리와 결혼했지만 아들 콜랭을 낳은 후 갑자기 떠나버린다.
온전히 콜랭의 삶을 가지라는 말과 함께.
엄마의 부재를 느끼는 콜랭을 위해 펠릭스는 금발가발, 스폰지 공, 원피스를 구입하고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점점 그 역할에 빠져들게 되어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도 사랑하게 되어 버린 펠릭스 앞에 갑자기 마리가 등장한다.
자신이 끼어들 틈이 없이 가까운 마리와 콜랭을 보며 펠릭스는 질투를 느끼고 심지어 사랑하는 콜랭을 향해 가속 페달을 힘껏 밟는다. 늘 바르던 '붉은 애무' 립스틱을 바른 채.
 
엄마의 자리와 아빠의 자리. 어느 하나가 빈다면 그 빈틈을 아이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작품 속의 펠릭스처럼 비록 엄마의 자리를 아빠가 채워주고 있다 하더라고 근본적으로 역할이 다르다보니 아무리 충실히 엄마 역할을 하더라도 진짜 엄마 앞에서는 결국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린다.
균등한 사랑의 배분은 매우 중요하다.
작품에서 유아원장이 말했듯이 자식에 대한 지나친 사랑은 아이를 해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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