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나는 빨간머리 앤을 책으로 처음 읽었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으로 시작하는 주제가가 생각나고 TV에서 해주던 만화로는 꾸준히 봤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에 앤은 늘 회색 우중충한 옷을 입고 있었고 마릴라 아주머니는 언제나 심통맞은 얼굴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마릴라 아주머니는 그때 만화속의 캐릭터보다는 더 따뜻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앤이 성장하며 점점 아름다운 숙녀가 되고 학업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을 때, 내 마음도 어느덧 마릴라와 매슈가 느꼈을 법한 자랑스러움으로 가슴이 뿌듯해져왔다. 올해로 빨간머리 앤이 세상에 나온지 100년이 되었다고 한다. 서점에 가서 앤에 관련된 책들을 보다보면 다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단 생각이 마구 든다. 그 중 이 책은 마치 동화책처럼, 다이어리처머 정말 너무 너무 예쁘다. 중간 중간 예쁜 그림도 삽입되어 있고 그래서인지 상상력에 더욱 날개를 달아준다. 심지어 어린 시절 앤이 예쁘게 보이기까지 한단 말이지.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할 만큼 예쁘게 나온 책이다. 그리고 다른 동화책처럼 짧은 줄 알았는데 책이 두꺼워서 내심 놀랐었다. 하지만 한문장 한문장이 너무 아름다웠고 왠지 모를 리듬감이 느껴져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났더니 앤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