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 한 서번트 이야기
캐슬린 루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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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을 못보지만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아이, 렉스.
태어나자마자 앞을 보지 못하고 자폐 증상까지 보이며 운동장애까지 갖고 있었던 렉스를 어머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보며 이끌어주었다. 오랜병에 효자없다는 말처럼 아픈 누군가를 오랜동안 돌보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든 일인데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는 것을 렉스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정상이 아닌 렉스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력과 오랜 고비끝에 그 노력에 응답하는 렉스의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렉스와 어머니가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의지가 되어준 것은 신에 대한 끝없는 믿음과 바로 음악이었다. 청각에 유달리 민감했던 렉스는 음악에만은 유달리 반응했고 마침내 닫혀 있던 마음의 창을 열기 시작한다. 힘겹게 "사랑해요, 엄마!"라는 말을 처음 내뱉었을 때 렉스의 어머니가 느꼈을 법한 감동을 나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렉스가 음악을 통해 점점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함에 있어 어머니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렉스를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과 환경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렉스를 읽으면서 자폐아지만 뛰어난 수영선수인 김진호군이 떠올랐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늘 곁에서 지켜봐주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늘 함께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렉스와 비슷한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고 렉스의 어머니처럼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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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구하다
하시모토 츠무구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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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회사를 다니던 나는 어느날 홀연히 사표를 내던지고 호주로 연수를 떠났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다기보다 당시 나를 둘러싼 환경들에 지루함을 느꼈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도모코와 데짱이 도쿄를 벗어나 시골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호주에서의 내 생활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로웠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흰 바탕에 나란히 서있는 남녀와 고양이의 표지가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며 문체가 매우 간결한데 책은 시종일관 동거하는 두 남녀의 모습을 담담하고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도모코는 밤새면서 일하던 어느날 발작을 일으키고 자신이 패닉장애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그때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병원에 함께 가준 사람이 바로 데츠였고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그 일을 계기로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더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도모코는 데짱과 함께 도쿄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한다.아담하고 지붕이 파란 빛이 쏟아져들어오는 집. 생각만으로도 포근하고 따스하다. 하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도모코와 데짱의 모습은 예전에 옴니버스 영화 도쿄!에서 봤던 봉준호 감독님의 Shaking Tokyo를 떠올리게 했다. 도모코는 아르바이트로 학교에 가지 않는 소녀의 영어선생님이 되고 고양이 콩이 새 식구가 되면서 그들의 소소한 일상들이 펼쳐진다. 회사를 그만두고 모아놓은 돈도 많지 않고 매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세 조바심을 낼 것이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나는 현실에 발목이 붙잡혀 도모코와 데짱의 여유로운 일상을 그저 부러워할 뿐이다. 바쁜 것도 아니면서 여유라곤 전혀 없었던 요즘의 내게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 책은 작은 쉼표와도 같았다.

바쁘게 살아가는 성공적인 삶도 좋지만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인생이라면 마음의 빛을 잃지 않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무슨 일에든 덤덤해 보이는 도모코의 모습과 늘 웃으며 음식을 만들고 바느질을 하는 데짱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내 입가엔 흐뭇한 미소가 맴돈다. 

그 누구도 아니다. 나를 쫓고 있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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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 리버스 북 시리즈 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지은 옮김, 조상영 그림 / 인간희극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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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얻어서 썼다는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 피츠제럴드의 소설이다. 이 소설을 쓸 당시 피츠제럴드는 고작 26세였다는데 어떻게 이런 간결하고 멋진 작품을 쓸 수 있었는지 놀랍다. 단편소설인데 읽는 동안 혼자서 몇번을 키득키득 웃었는지 모른다. 아버지 로저 버튼이 벤자민에게 딸랑이를 쥐어주며 흔들고 놀라는 장면이나 유리창을 깼더니 부모님이 아주 좋아했더라는 장면들을 읽을 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늙은 외모의 어린 벤자민에게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때문에 할아버지는 모욕감을 느꼈다는 장면에서 두 노인(벤자민과 할아버지)이 마주 보고 있는 그림은 정말이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웃음을 배가시켜 주었다. 번역자의 해설처럼 늙은 모습으로 태어나 아이가 되어 죽는 인생도 그 자체에 희노애락이 담겨 있기에 보통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반대이다 보니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발생할 뿐. 이런 소설을 블랙코미디라 하는 것인가.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웃었지만 마음만은 가볍지 않았다.

번역본과 원본을 동시에 싣고 있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해석하며 읽어보는 재미도 있는데 몇장 읽다보니 번역자가 참 번역을 훌륭하게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건 이 작품이 브래드 피트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곧 개봉한다는 사실! 노인으로 태어나 아이가 되어 죽는 설정을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해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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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13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영화버전이 상당히 궁금합니다~
 
작은 기적들 2 - 여성의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특별한 이야기
이타 핼버스탬, 주디스 레벤탈 지음, 김명렬 옮김 / 바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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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적들 2는 행복이 시작되는 작은 우연의 일치들, 미래가 바뀌는 놀라운 운명의 순간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이 하나 되는 시간들 그리고 삶이 풍성해지는 뜻밖의 행운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토막 이야기들은 길어야 2~3페이지 정도이기에 한번에 다 읽어버리기 보다는 잠들기 전 서너개의 이야기들을 읽고 나면 일단 마음이 편안해지고 따스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잘못 걸린 전화 한통의 사람의 목숨을 살리기도 하고 헤어졌던 첫사랑을 만나 황혼의 나이에 제2의 사랑을 시작하기도 한다. 미국인들의 사연들이나 보니 자연히 입양아들이 자신의 부모를 우연히 찾게 되는 경우도 자주 등장한다. 아픈 엄마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딸의 사연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대부분의 내용이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들인데 가족은 정말 소중한 존재들이다. 내 사람이 힘들고 수렁에 빠졌을 때 손 내밀어 주는 것은 그들 뿐이다. 특히 엄마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책을 읽는 동안 엄마가 내 곁에 계시는 동안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조금 의아스러웠던 건 대부분의 이야기 내용 주인공이 유태인이었다는 것이다. 원래 책을 읽을때 그런 부분을 잘 못느끼는데 이 책은 왠지 읽는 내내 그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나의 이야기들이 매우 감동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내용들이 기적과도 같으니 읽다보면 다 내용이 비슷해보이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라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책을 한번에 다 읽어서 발생한 것이니 다른 분들은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 감동을 2배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내용들은 일반인들의 사연들이다. 고로 지어낸 이야기들이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일어났던 이야기들이라는 말인데 영화속에 등장하는 기적같은 이야기들의 모티브는 결국 현실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늘 작은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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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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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너무 인상깊게 읽은 상태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읽었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기에 이 책 또한 내게 절망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지 때문인지 레아에 대한 묘사부분을 읽을때는 아, 레아는 저렇게 생겼구나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책에는 2명의 딸을 가진 아버지가 등장한다. 우연히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길에 만난 두 사람은 한명은 화자인 은퇴한 의사 아드리안 헤르초크이고 한명은 이야기속의 주인공 레아의 아버지, 마틴 반 블리에트이다. 이 이야기는 딸을 지극히 사랑한 아버지에 관련된 비극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죽고 길에서 연주하는 바이올린에 매료되어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된 레아.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고 성공에 대한 욕망과 오랫동안 자신을 가르쳤던 마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보였다. 그러다 연주회가 끝나고 만난 다비드 레비에게 가면서 그 덕분에 그녀는 성공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된다. 레아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이후 자신의 모든 삶을 그녀에게 맞추던 마틴은 자신이 점점 소외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마침 좋아하던 레비가 결혼을 발표하자 그녀는 정신적 이상을 보이며 더이상 바이올린을 켜지 않는다. 그런 딸에게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인 과르네리 델 제수를 사주기 위해 마틴은 연구지원금을 빼돌리는 도박을 벌이면서 결국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전작에서도 그러했지만 파스칼 메르시어는 인물의 심리묘사에 뛰어난 것 같다. 레아를 통해서 느끼는 아버지 마틴의 감정 변화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 책을 읽는 동안 딸로 인해 그가 느꼈던 상실감과 기대, 아픔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자식을 가진 부모가 그러하겠지만 원하지 않았던 자식이었음에도 레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아버지 마틴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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