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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너무 인상깊게 읽은 상태에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읽었던 소설이었다. 하지만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니었기에 이 책 또한 내게 절망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표지 때문인지 레아에 대한 묘사부분을 읽을때는 아, 레아는 저렇게 생겼구나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책에는 2명의 딸을 가진 아버지가 등장한다. 우연히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길에 만난 두 사람은 한명은 화자인 은퇴한 의사 아드리안 헤르초크이고 한명은 이야기속의 주인공 레아의 아버지, 마틴 반 블리에트이다. 이 이야기는 딸을 지극히 사랑한 아버지에 관련된 비극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죽고 길에서 연주하는 바이올린에 매료되어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된 레아.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고 성공에 대한 욕망과 오랫동안 자신을 가르쳤던 마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보였다. 그러다 연주회가 끝나고 만난 다비드 레비에게 가면서 그 덕분에 그녀는 성공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된다. 레아가 바이올린을 시작한 이후 자신의 모든 삶을 그녀에게 맞추던 마틴은 자신이 점점 소외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마침 좋아하던 레비가 결혼을 발표하자 그녀는 정신적 이상을 보이며 더이상 바이올린을 켜지 않는다. 그런 딸에게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인 과르네리 델 제수를 사주기 위해 마틴은 연구지원금을 빼돌리는 도박을 벌이면서 결국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전작에서도 그러했지만 파스칼 메르시어는 인물의 심리묘사에 뛰어난 것 같다. 레아를 통해서 느끼는 아버지 마틴의 감정 변화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 책을 읽는 동안 딸로 인해 그가 느꼈던 상실감과 기대, 아픔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자식을 가진 부모가 그러하겠지만 원하지 않았던 자식이었음에도 레아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아버지 마틴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