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되어가는 시간 - 트랜스젠더 어린이가 가족과 공동체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
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현아율 옮김 / 돌고래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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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퀴어에 큰 거부감이 없어, 이를 소재로 한 영화나 책도 즐겨보곤 하는데 그 중 기억에 남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도 꽤 된다.

그러나 이들 작품들이 대부분 성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반면, 이 책은 일란성 쌍둥이 중 첫째인 와이엇이 어린아이일때부터 완벽한 니콜이 되기까지의 20여년의 기나긴 여정을 그린 논픽션이다.


와이엇은 2살 때부터 여자로서의 자의식을 보이기 시작하고 장난감, 옷을 고를 때도 동생 조너스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빠한테 자신의 고추가 싫다고 말하는 와이엇. 3살의 그 어린 꼬마 때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신체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한다는 점에 굉장히 놀랍다.

웨인과 켈리 부부는 처음에는 단순히 어릴 때 여자인형을 갖고 노는 걸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점차 와이엇의 성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데, 엄마 켈리가 와이엇의 이런 성향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고 보호하는 반면, 웨인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지속되고 오랜 기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와이엇이 니콜로 개명하고, 학교에서는 여자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지만 탈의실, 화장실 등 학교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소수의 트랜스젠더를 향한 비난의 시선 등 와이엇과 그녀의 가족은 여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간다.






가장 큰 조력자인 엄마 켈리의 적극적이고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도 정말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와이엇(니콜)의 남동생 조너스의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다.

조너스는 어릴 때부터 단 한번도 누나의 이러한 상황을 불편해한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학교생활에서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누나에 대해 창피해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조너스의 이런 반응이 와이엇(니콜)에게는 은연중에 큰 힘이 되어주었을 것 같다. 특히 그들은 일란성 쌍둥이니까..


책에서는 이들 가족의 이야기와 함께 트랜스젠더를 향한 미국의 사회적 인식과 제도 등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이고 있다.

많이 변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분위기도 생각하게 된다.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겪어야 했을 심리적 고통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의 색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참 예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다 읽고 나니 표지의 분홍색 치마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와이엇(니콜)은 어릴 때부터 정말 예뻤다는 생각도 들고, 트랜스젠더를 향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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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지도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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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너무도 기다렸던 우케쓰의 이상한 시리즈 4번째 작품이다.

앞서 3권 모두 독특함과 기이함을 눈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는데, 이번에는 지도라는 소재로 좀 더 넓은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 시리즈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게 얽히고 설킨 관계로 이어지지만, 이런 난해한 스토리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끔 상황을 묘사한 그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극중 화자가 사건을 간략하게 정리해 주고 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마 이 두 요소가 없었다면 난 진작에 이 시리즈를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고지도를 손에 쥔 채 죽음을 맞이한 외할머니, 그 고지도에 담긴 일곱마리의 요괴, 폐촌, 사당, 한 여성의 뒷모습..여기에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어떤 이의 수기까지..

외할머니의 고지도를 생전에 어머니가 조사해왔고 이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지금, 주인공 구리하라는 기필코 어머니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외할머니의 비밀을 풀고자 한다.

그렇게 구리하라는 지도 속 외딴 마을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불의의 사고의 현장에 있게 되면서 그 마을과 사건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파헤친다' 고 하기 보다는 구리하라의 명탐정 저리가라 수준의 예리한 추리력이 큰 몫을 하는데 이 정도 추리력이라면 정말...)






요상한 지도를 계속 마주하고 일본 전통신앙 특유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내 만끽하면서 읽게 되는데, 이 지도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지금까지 느꼈던 은근한 두려움은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괴담으로 끝까지 이어지기보다 이런 방식의 이야기 마무리가 더 좋았고, 여기에 2편과 마찬가지로 독자로 하여금 이 작품이 소설인지 실화인지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마지막 단락도 인상적이다.


글자에 흥미로운 그림들이 더해져,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독서를 경험하게 된다.

매번 독특한 내용과 구성으로 독자를 놀라케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우케쓰. 대단한 작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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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리버 - 인류 문명을 만든 일곱 개의 강 이야기
버네사 테일러 지음, 박은영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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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강을 따라 만나는 인류의 역사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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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리버 - 인류 문명을 만든 일곱 개의 강 이야기
버네사 테일러 지음, 박은영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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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이 책은 세계를 바꾼 일곱 개의 강과 관련된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책소개에 이끌려 만나본 책인데, 받고 보니 640쪽의 조금 큰 판형의 벽돌책..

세계사를 잘 모르는 내가 과연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됐는데, 의외로 굉장히 쉽게 풀어내고 있어서 쪽수의 부담 외에는 내용면에서는 큰 문제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7개의 강을 하나씩 읽어나가다보면, 각각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지배와 갈등, 자연과 문명이라는 공통된 인류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일강'하면 고대 이집트의 문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수천 년동안 고대 이집트의 30개 왕조는 이 나일강에 의지해 통치를 이어갔는데, 지구상의 그 어떤 강도 나일강만큼 인류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다뉴브강' 편에서는 로마제국,합스부르크,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통해 강을 둘러싼 충돌과 교류라는 이중적인 면을 만나볼 수 있다.

'갠지스강'을 저자는 '신이 깃든 강'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만큼 인도인들에게 정신적, 종교적 힘을 지닌 신성한 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도시화와 인구증가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부분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인 '양쯔강'도 비슷한 맥락을 지니고 있지만, 양쯔강은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 탄생과 경제발전, 그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 환경 훼손이 벌어졌다는 점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7개의 강 가운데 노예제도라는 뼈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는 미시시피강의 내용은 특히나 흥미롭다.

재퍼슨 대통령의 루이지애나 매입과 서부로의 확장, 담배농장의 쇠퇴와 면화 생산량의 급증, 이에 따른 아프리카 노예들의 매매와 강제 노역은 시간이 흐르면서 거대한 노예 운송로로 굳어지게 된다.







책에서 소개된 노예 이야기 가운데에는, 북쪽으로의 탈출이 발각되면서 제 손으로 자식을 죽이고자 했던, 훗날 토니 모리슨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소설 < 빌러비드 > 의 모티프가 된 사건도 소개된다. 제목만 익숙한 책이었는데 또 이렇게 새로운 책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미시시피강은 노예들에게는 가혹한 속박의 사슬이었던 동시에, 자유와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반드시 건너야만 하는 희망의 통로였다는 양면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7개의 강과 관련된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인간은 강과 함께 인류를 이어왔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강과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강의 훼손에 따른 대가는, 예전에 읽었던 숲의 훼손과 마찬가지로 결국 우리 인간이 고스란히 치러야 함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인류문명 #일곱개의강 #역사는강을따라흐른다 #세븐리버 #미래의창 #버네사테일러 #리뷰어스클럽 #리뷰어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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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인형 놀이
마이크 오머 지음, 공보경 옮김 / 북로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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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 따르는 사람들 > 로 처음 만나봤던 마이크 오머의 반가운 신간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신간도 500쪽으로 꽤 분량이 되지만, 작가의 필력이 워낙 좋아서 금새 읽힌다.


15개월 전, 8살 캐시가 앞마당에서 누군가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소설 첫 부분은 이 어린 캐시가 납치범으로부터 도망쳐 맨발로 인적이 드문 길을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고통에 찬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철철 흐르는 피의 장면을 떠올리고 두려움에 떨며 빗길을 걷는 캐시의 모습에서, 벌써부터 끔직한 살인사건을 예측할 수 있다.


무사히 가족품으로 돌아온 캐시는 그 후 아동심리치료사인 로빈 박사에게서 심리치료를 받게 되는데, 다양한 인형들, 모래상자와 그림 같은 도구를 이용해 진행되는 치료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캐시가 이들 도구로 표현해내는 장면들이 기괴하고 끔찍함의 연속이다.

로빈은 처음에는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일종의 행동으로 여기지만, 점차 실제로 캐시가 목격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읽는 내내 범인이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집중하며 읽게 되는 부분은 로빈과 캐시의 심리치료 장면이다.

납치사건 후 말을 못하게 된 캐시가 인형놀이로 보여주는 하나하나의 상황들은 긴장감의 연속이고, 그런 캐시의 마음 속에 '안전' 과 '믿음' 을 심어주며 인형놀이를 이어가게끔 이끄는 로빈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다. 실제로 아동심리치료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상황극을 이용한 심리치료가 진행되나보다.


초반에 예상했던 만큼 이 책에서 벌어지는 살인의 방식들은 굉장히 잔인하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어린 캐시가 겪어야 했던 15개월의 시간은 어른이라도 결코 극복해내기 힘든 큰 정신적 충격을 안겨준다.

살인범의 정체도, 동기도 참으로 어이없고 이해불가이고, 이번 역시 나는 범인 맞추기에 실패했다.


쫀득한 심리스릴러 좋아하는 독자에게 큰 재미를 선사할 책이다.

영화소재로도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꽤나 수위놓은 고어영화가 될 것도 같다.


작가의 대표작품인 < 살인자의 사랑법 > 과 < 살인자의 동영상 > 도 찜해놓고 아껴둔 상태인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도 다수인 것 같다.

얼른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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