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오디세이아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원작
호메로스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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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내 생애 처음 읽어보는 오디세이아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오디세이아, 일리아스책에 1도 관심없던 내가 지금은 다양한 버전의 오디세이아 책만 눈에 들어온다.

영화의 힘이 이렇게나 크다니..

그러나 아무리 관심있다 하더라도 원본 그대로의 번역은 조금 부담이 되어서, 일단 제목부터 접근하기 쉬운 이 책으로 먼저 만나보았다.

표지도 매력있고 무엇보다 이화북스는 최애작가 츠바이크의 작품을 많이 내줘서 고마운 출판사이다.


이 책은 호메로스의 방대한 24권 서사를 현대적인 한국어로 옮기고, 낯선 어순과 번역투의 문장을 최대한 잘 다듬어 대화와 서술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고 하는데, 이런 책소개에도 불구하고 처음엔 조금 걱정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초반 몇 장을 읽으니 와! 이 책 정말 술술 잘 읽히고 가독성이 끝내준다.

이 정도로 쉽게 내용과 이해가 가능하다면 다음엔 용기내어 운문형태로 된 내용도 도전해볼 수 있겠다.





보통은 원작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걸 선호하는데 이 작품의 경우는 영화를 먼저 본 게 도움도 되어주었다.

읽는 내내 영화 속 장면들과 인물들, 오디세이가 겪은 여러 차례의 고난의 과정이 떠오르면서 훨씬 더 몰입할 수 있었다.

반면, 원작과 영화를 비교한 내용들을 읽으면서 원작이 더 궁금해졌었는데, 직접 읽어보니 그 차이점들로 인해 조금 헷갈리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느껴진 부분은 원작에서는 오디세이아의 내면을 훨씬 잘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뭔가 영웅이라기보다는 인간의 나약함이 잘 드러나서 우리네와 같은 보통의 인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신들이 직접 등장해 개입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 분위기가 영화와는 많이 다르게 느껴지지만, 읽는 동안 서서히 원작만이 가지는 매력과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된다.


다른 출판사의 오디세이아는 읽어보질 않아 비교는 할 수가 없지만, 나처럼 초보자인 경우에는 입문용으로 이 책이 안성맞춤이다.

일리아스도 출간해주면 정말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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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나는 사람 - 태원준 여행 산문집
태원준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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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처음 만나보는 여행작가의 책인데, 찾아보니 이전에 여행책도 많이 내시고 꽤나 인기있는 분이신 것 같다.

이번 신간에서는 2001년부터 2026년까지 지구 곳곳에서 겪은 이야기 가운데 서른 편을 추려 담았다고 하는데, 그 긴 세월 중 경험한 에피소드 가운데 30개만 추리는 것도 꽤나 고난도 작업이었을 것 같다.


'최고로 볼품없는 관광지'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오줌싸개 동상과 인어공주 동상.

설마 이런 베테랑 여행가가 굳이 이 곳을 방문할까..싶었는데 두 군데 다 방문하셨네.

그런데 인어공주 동상 에피소드가 너무 웃기다.

어렵게 방문한 그 곳..그러나 하필 그 전날 인어공주는 누군가의 테러로 바다에 빠져버렸고, 저자의 눈 앞에는 바위만 덩그러니 남았던 것 !

1913년 공개 이후 그날이 처음이라고 하는데, 더 억울한 건 바로 그 다음날(저자가 코펜하겐으로 이동하는 날) 바로 복구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되기도 쉽지 않은데...






유럽은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는 정말 화려하고 볼거리 가득하지만 당일은 상황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저자의 크리스마스 아일랜드 방문기는 안쓰럽기 그지없다.

크리스마스 당일의 더블린 시내는 택시, 트램, 버스 운행 X, 맥도날드,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도 'Closed', 하물며 공항까지 거의 전 노선 운행이 중단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좀비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거리의 분위기가 절로 상상이 간다.

오후 2시 넘어서야 겨우 우연히 한 군데 영업하는 편의점을 알아내 그 곳에서 눈물겨운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고, 혹시나 해서 3개나 더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고 한다.


몇 년 전 독일여행 중, 일요일에 신나게 시내구경할 거 계획했다가 독일은 일요일은 모든 쇼핑몰과 왠만한 가게는 영업을 안한다는 사실을 당일에 알고, 완전 허탕쳤던 아픈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사전공부를 하긴 했지만 설마 이 부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기에 황당 그 자체였다.

뭐 그래도 베테랑 여행가도 이런 고충을 경험했다는 사실에 왠지 위로가 된다.






오사카 회전초밥집에서 바로 옆에 앉은 한국인 가족과의 일화도 공감이 간다.

처음에 한국인 통성명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상대쪽 가족이 이 가게 시스템을 몰라 곤란해 하는 걸 보고, 저자는 말 대신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본보기를 보여줬고 저자의 행동을 보고 그 가족은 시스템을 알게 된 상황. 한두번 이런 과정을 거치니 그쪽에서는 저자가 한국인인줄 모르고 한국말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여행을 하다보면 같은 한국인이어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뭐 일부러 알릴 필요는 없지만, 이번 경우처럼 지척에 있는 경우 그 타이밍을 놓쳐 한국말을 들어도 한국인이 아닌 척 해야하는 상황은 참 곤혹스럽다. 그래서 여행지에서는 한국말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정 여행지에 대한 상세한 여행기록도 재밌지만, 이렇듯 여행지에서 겪고 느끼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시간, 장소 구분없이 담아내는 이야기도 꽤나 매력있다.

' 여행작가 '하면 제목에서처럼은 아니더라도 엄청 자주 떠날테고, 여행하며 책도 쓰고 돈도 버니 완전 부러운 직업 !! 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저자는 이런 생각은 큰 오산이라고 한다. 책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드니 부지런히 발품 팔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그래도 막연히, 여전히 동경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자의 어머님이 참으로 부럽다. 여행작가를 아들로 두신 덕에 500일간 세계일주도 하셨으니 전생에 무슨 복을 타고 나셨나..

그 여행기도 3부작으로 출간되었다고 하니 찾아봐야겠다.


참 재밌게 읽은 여행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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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뮤지엄 - 디자인으로 읽는 인간 욕망의 역사
김신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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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디자인' 하면 언뜻 특별함, 예술, 독특함 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물들을 설계하고 완성하는 그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지금까지 간과해 왔다.


이 책에서는 디자인의 역사를 인류사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살다, 다루다, 보다, 기록하다 라는 행위와 연관된 사물의 디자인, 그 디자인의 변천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의 삶의 변천사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디자인과 관련된 전문서적이라기보다는 사물을 통한 인류 역사서라고 할 수 있겠다.


위의 4가지 주제 가운데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첫 번째 '살다' 편으로, 이 장에서 소개되는 사물은 부엌, 욕실과 화장실, 조명, 침대와 의자이다.


20세기 미국 중산층 가정의 부엌을 보면 아름답게 꾸미는 걸 1순위로 두었기 때문에 수납 공간과 조리대의 동선이 어마무시하다.

사진만 봐서는 부엌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 !

' 후지어 캐비닛 '은 시스템 주방 가구가 등장하기 전 미국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인 부엌 수납 가구 브랜드라고 하는데, 식기와 식재료를 최대한 한 공간에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저장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이 또한 부엌의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듯 하다.






1920년대 등장한 프랑크푸르트 주방은 열차의 식당에서 영감을 받아서 탄생한 주방인데, 동선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최적화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만, 주부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라 고립되고 폐쇄되고 주부가 오직 일만 하는 공간이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욕실 이야기도 흥미롭다.

목욕이 대중화된 로마시대의 목욕 문화를 시작으로 기독교로 인해 씻는 행위를 부정하게 되는 시기를 거쳐 계몽주의 덕분에 목욕문화가 부활되는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이 배설과 목욕과 관련된 이야기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모두가 몸에서 냄새가 나니 모두가 냄새가 안 나는 것과 같다는...


19세기 후반의 빅토리안 스타일 욕실은 거실처럼 값비싼 목재로 욕조, 세면대를 만들고 샹들리에와 라탄 의자까지 비치하는 등 과시와 자랑의 공간으로 치장했는데, 이런 욕실은 나무의 소재와 벽면의 재질 등을 고려했을 때 위생학 측면에서는 최악인 셈 !

오히려 20세기에 노동자 계층에 보급된 값싼 철제 욕조와 세면대가 훨씬 더 위생적이고 실용적이었다고 한다.






2장 가운데 '음식 운반 도구'에서는 젓가락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젓가락 문화이지만 그 차이는 다르다.

우리만 금속 젓가락을 쓰고 나머지는 주로 나무 젓가락을 사용했고, 중국숟가락은 오로지 국물용으만 사용되기 때문에 깊이 파인 형태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우리의 디자인의 경우 숟가락은 국물을 떠 먹기에는 불편할 정도로 얕고 수평인데 왜 이런 불편이 개선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수저 문화' 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만이 수저를 같이 쓰기 때문에 짝을 이룬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러한 모든 사물과 이야기 속에는 어김없이 디자인이 연관되어 있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고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사진과 삽화 부분이다.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귀한 과거의 사물들의 사진들은 이 책의 재미를 가중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본문의 폰트 또한 흔히 사용되는 폰트가 아닌데 멋스러워서 이 책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돋보이게 하면서 읽기에도 수월하다.


디자인에 전혀 관심이 없더라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장가치 100프로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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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 - 고궁에서 장인까지, 아주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
서헌강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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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읽는 내내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그동안의 무관심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되고, 무엇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저자의 열성과 혼, 사명감에 탄복하게 된다.

그가 긴 세월동안 일군 우리의 문화유산을 위한 공헌을 생각하면 ' 30여 년간 국내외 여러 유무형 문화유산을 사진으로 기록해 온 대한민국 대표 문화유산 사진작가 ' 라는 단 한 줄의 소개는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5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종묘 정전의 밤을 찍을 수 있었고 표지와 같이 황홀할 정도로 멋진 종묘의 사진이 탄생했다.

그 외에도 궁궐, 조선왕릉, 한양도성, 수원화성 등의 대표적 문화유산 뿐만 아니라,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간문화재), 종가의 제례, 전통 가옥, 읍성, 비석, 사리장엄구 그리고 국외 소재 문화유산 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화유산이 그의 손길을 거쳐, 누구나 한 번 더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는 대상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안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해는 어느새 높이 떠올라 있거나 져버리고, 구름도 흩어져 버리기 때문에 원하는 장면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다. 이 모든 자연현상이 저자가 구상하는 포인트에 정확히 들어맞는 그 순간, 적어도 2,000여 장의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 딱 한 장만이 선택지어지는 것이다.


신들린다 !! 고 할 정도로, 주변에서 미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는 한 치의 양보도,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 막내누나가 사준 카메라를 처음 접한 순간 사진에 매료된 그는 인복도 많고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도 할 수 있지만, 언제 어떤 요청이 들어와도 바로 대응할 수 있는 그의 철저한 준비성과 그 자리에 오기까지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런 운도 끝까지 그를 지탱해줄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준비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은 바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하나의 유물을 촬영하기까지의 과정, 셔터를 누르기까지의 숨막히는 과정을 저자의 글과 함께 따라가다보면 과연 어떤 사진이 탄생했을까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음 장을 넘기게 되는데, 그 결과물을 마주하는 순간 매번 감탄이 절로 난다.

무엇보다, 과거의 유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저자의 가치관 덕분에,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촬영되는 사진들은 매우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책 소개글 중에서," 우리는 종종 화려한 유럽의 건축물이나 예술품 앞에서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정작 우리의 문화유산은 익숙하다거나 오래되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깎아내리고는 한다." 라는 문장이 나오는데 이 말에 백배 공감하고 나 또한 그랬기에 부끄럽기도 하다.

이 책에 담긴 70여장의 우리의 문화유산은 그 어떤 외국의 건축물에 견주어도 결코 뒤쳐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그러한 자부심과 관심을 심어준 저자에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다.


저자는 오랜시간 카메라로 담아온 궁궐의 사계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총망라한 책, 즉 한국의 궁궐을 집필중이라고 하시는데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얼마나 멋진 궁궐사진들을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문화유산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절로 자긍심이 생기게 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아주 깊이 느낄 수 있어 청소년에게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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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근심
마리아나 레키 지음, 장혜경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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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느낌의 책이다.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소설이고, 그런데 읽다보면 소설보다는 또 에세이의 느낌이 더 강하다.


불안, 불면, 공포, 실연, 상실, 고독같이 인간이 느끼게 되는 다양한 근심, 걱정에 관한 39편의 연작소설인데 역설적이게도 너무도 유쾌하고 따스하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온갖 근심에서 탈출하는 시간을 가지라는 저자의 메시지인듯도 싶다.

읽다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사소하고 갖가지 근심을 달고 사는지,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춘기 대륙이동, 노화의 덜커덩과 덜덜에 대하여, 10종 경기 무릎, 지옥의 눈빛을 가진 남자 와 같이 제목에서부터 유쾌함이 묻어난다.


주인공인 나의 윗집에 사는 비제 여사는 불면증을 겪고 있다.

밤에 잠을 못자면 흔히 숫자를 거꾸로 세워보라거나, 5분만에 잠드는 음악을 들어보라거나 등등 그럴싸한 방법들이 많이 제기되곤 하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방법을 쓰면 눈이 더 말똥말똥해지는 경험을 하곤 했다.

비제여사 역시 양을 세보기도 하고 호흡에 집중해보지만 그 어느 방법도 통하질 않는다. 오히려 호흡곤란에 빠지고, 옆에서 잘 자는 사람한테 괜히 질투도 난다. 그리고 쓸데없는 걱정이 계속 떠오르면서 점점 정신은 맑아진다.

비제여사의 상황이 참 힘든 건 분명한데 저자의 글을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상황에 자꾸 웃음이 난다.


첫 실연을 겪은 16살 소녀 리자를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도 분명 이겨내지 못할 실연의 아픔을 겪었을 거라고, 리자가 "지나갈꺼야" 라는 단어를 꽉 붙들기를 바라면서 직접적인 위로보다는 그저 그런 소녀를 다정하고 따스한 눈으로 바라본다.


돌봄이 필요한 나이가 된 카미유 이모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모의 안전을 위해 결국 간병인을 고용하게 되는데, 카미유 이모는 단순히 돌봄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반대로 그녀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게 된다. 그러면서 간병인 시그리트는 도움이 필요한 인물이라 자신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러면서 스스로 아직은 쓸모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내비친다. 왠지 짠한 감정이 밀려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사람 사는 것이 다 비슷하듯이 근심 걱정도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이런 근심걱정을 일부러 없애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 은근 매력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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