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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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읽기 싫었던 책이었다.

몇십 년 전 정말 재밌었던 < 심플 플랜 > 의 작가의 이름만 보고 아무 정보없이 만나게 된 책인데, 뒤늦게 공포호러소설인 걸 알고 막 주저하게 만든다.

차일피일 미루다 읽기 시작!!

그런데 읽으면서 어머..내가 공포호러소설을 쫌 좋아하나? 잊고 있었던 스콧 스미스의 필력이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네? 무섭고 징그러운데 자꾸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 심리는 뭐란 말인가..

500쪽이 넘고 글씨고 빼곡한 이 책에 흠뻑 빠져서 단 이틀만에 완독했고, 읽은 후에도 여운이 크다.


두 쌍의 커플은 멕시코 휴양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그들과 가까워진 독일청년이 자신의 동생을 찾아 정글 속 유적지에 당일치기로 같이 가자는 권유에,모험을 기대하며 흔쾌히 수락한 이가 있는 반면, 떠나기 싫지만 분위기에 이끌려 마지못해 동행한 이도 있고, 마지막에 그리스인 1명까지 합류하며..그렇게 6명의 청년은 마야 유적지로 떠난다.


도착지에서 택시 기사의 의미심장한 경고를 뒤로 한 채(이 때 돌아갔어야 했다...) 동생이 남긴 손지도에 의지해 장소를 찾아가던 중 감춰진 샛길을 발견하고 그 쪽 길로 들어서게 된다.(이 샛길을 발견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들을 뒤따르는 마야인들은 그들이 언덕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감시하는 등 수수께끼 같은 행동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스인 파블로가 수직갱도에 떨어져 큰 부상을 입는 사건을 시작으로 이들의 비극과 공포스러운 상황은 이제 슬슬 본격화된다.

당일치기를 계획했던 터라 물도, 양식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금씩 뭔가 이상한 분위기도 감지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이 겪는 심리적,육체적 공포와 고통은 점점 커져만 간다.







6명의 인물 그 누구하나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데 특히나 초반에 갱도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 이후 소설의 마지막까지 크나큰 고통을 겪는 파블로와, 그와 비슷한 일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너무도 큰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는 에릭이 가장 불쌍하다.

어휴 작가님이 너무 자비심이 없으시다. 어쩜 그렇게 주인공들한테 무자비하신지...

공포소설에서 이런 결말은 또 처음이다.


바로 전 읽었던 소설도 식물과 연관된 공포소설이었고 어떻게 된 게 바로 이어서 읽은 이 책은 더 수위가 높아, 원래 식물과 많이 친하지는 않았지만, 더더욱 식물이 식물로만 보이질 않는다. 무서워 !!

그나저나 스콧 스미스 작가 글 너무 잘 쓰신다. 특히 상황묘사, 심리묘사가 압권이고 몰입감이 끝내준다.

너무도 목마른데 다음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인간의 심리, 곧 죽을 것만 같은 공포에서 이성을 잃는 모습,

컴컴한 수직갱도에서 겪는 으스스한 분위기는 상상력이 부족한 나조차도 그 상황이 너무도 리얼하게 그려져서 더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데 왜 단 2권만 내셨는지...신간소식이 너무 기다려진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어내려간 공포호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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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다 그럼에도, 그렸다 - 일제강점기에서 전쟁까지, 한국 근대미술 대표 화가 40인 40선
박영택 지음 / 심통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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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의 근대미술을 소개하는 책 중 마음에 쏙 드는 또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한국의 근대는 시대가 시대인만큼, 글도 그림도 이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참으로 애잔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이 책은 1910년 조선의 붕괴~1958년 현대미술의 태동기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마냥 암울하고 어두운 그림만 담겨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이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근대미술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은 바꿔 놓은 시간이기도 하다.

신문만평, 책 표지, 회화, 조각,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 가운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빼어난 작품들로 한정해 싣고 있는데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김종태의 < 노란 저고리 > 라는 그림이다.

조선미전(3.1운동 이후 조선미술계의 식민지화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일제가 만든 공모전) 에 6차례나 특선함으로써 '조선 제일의 양화가'로 불렸던 김종태의 그림 솜씨는 순전히 독학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작가의 젊은 아내를 모델로 해서 그린 것으로 추청되는 이 그림은 유화물감을 사용하면서도 마치 수묵화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색감에 있어서도 조선인들이 좋아하는 원색 계열을 한복의 색채에 고스란히 담아냈고, 서명도 동양화 형식을 따른 세로 서명으로 적었다.

그는 유학파 화가들의 작품에는 기교만 있을 뿐, 조선의 고유색이 없다고 비판했다고 하는데, 그런 그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우리 고유의 미의식이 이 한 장의 그림에서도 여지없이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둥근 항아리를 연상케하는 우리네 여인의 이미지를 그린 그림과는 극을 이루는 또 하나의 작품도 눈에 띈다.

표지 자체가 굉장히 유혹적인 이 그림은 '능나도'라는 신소설의 표지 그림으로, 해방 이후에 제작된 까닭에 이전과 비교해 굉장히 자유롭고 솔직한 남녀 데이트 장면을 그리고 있다. 여성의 모습이 하도 인상적이라 조금은 관능적이고 요염해서 여성만 눈에 들어오고 자연히 처음에는 이 여성만을 담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소개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오른쪽 구석에 누워 있는 남자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해문의 < 가족 > 이라는 사진은 그의 가족들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속 지친 하루를 보낸 엄마의 피로가 단박에 느껴지는 한편, 깨끗히 정리된 책상 위와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방의 일부를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깔끔하고 부지런한 성격을 지닌 여성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잠에 곯아떨어진 어린 자녀와 아내를 사진에 담는 순간의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가난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어린 자녀들의 자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시간을 없을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국 근대미술에 더 많은 애정이 샘솟고, 좀 더 많은 작품과 작가를 알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요즘은 너무도 다양한 소재와 구성의 서양미술관련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우리나라 미술과 관련해서도 이런 좋은 책들이 앞으로도 많이 출간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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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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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다른 장면은 다 잊어도 그 '텔레비전' 장면만큼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또렷히 기억나는 영화 '링'.!!

그 영화의 원작소설의 저자가 16년만에 선보이는 공포소설 유비쿼터스는 일단 표지가 너무도 매혹적이고 예쁘기까지 하다.

아마도 역대 가장 매력적인 표지의 공포스릴러물이 아닐런지..


남극의 백만년 동안 잠들어 있던 얼음 조각이 도쿄와 근교 네 가정을 향해 배달된다. 이 초반 설정서부터 묘한 섬뜩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15년 전 죽은 아들이 사귀었던 여자가 낳았을지도 모르는 손주를 찾아달라는 거액의 제안, 사이비 종교집단의 미스터리한 죽음, '보이니치 필사본' 이라는 중세의 해독불가 문자...그 어떤 것도 평범치 않다.


식물이 지구를, 인간을 지배해왔다는 독특한 설정 또한 처음부터 신빙성 있게 느껴지는게, 지구생명체 총중량의 99.7%를 식물이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이 소설에서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이 설정이 꽤나 있을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식물이 인간을 알게 모르게 조정해 왔고, 현재도 미래도 인간을 이용하려는 식물의 무서운 영향력이 처음에는 그저 식물이라는 그 느낌 그대로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다가왔다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는 주변의 식물이 점점 무섭게 느껴지고, 후반부 장면은 거의 호러물을 방불케하는 공포감을 전달한다.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과학적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꽤나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시리즈를 4부작으로 구상하고 있고 2부는 미국, 3부는 대항해 시대의 이야기, 4부는 인류의 우주 진출을 그릴 예정이라고 하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호러와는 그 느낌이 좀 다른 듯한 스즈키 고지 특유의, 또한 링 시리즈와는 또 다른 느낌의 호러, 공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한 듯...

이 시리즈는 영화로 꼭 나와줘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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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 - 악마와의 두뇌 게임, 괴링에 빠져들다
잭 엘하이 지음, 채재용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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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히고 인상적인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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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나치와 정신과 의사 - 악마와의 두뇌 게임, 괴링에 빠져들다
잭 엘하이 지음, 채재용 옮김 / 히포크라테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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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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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러셀 크로우, 라미 말렉 주연영화 < 뉘른베르크 > 의 원작이라는 소개에 큰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다. 원작을 읽고 얼른 영화 찾아봐야지 했는데 알고보니 국내에는 미개봉이란다. 읽기 전부터 아쉬움 한가득이다.


이 책은 나치전범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군의관인 켈리 대위는 1945년 이 재판을 앞두고 전범들의 곁에서 재판전까지 그들의 정신상태를 온전히 유지시키도록 도와주는 임무를 맡고 파견된다. 나치 전범들에게는 악의 성향, 결함, 사이코패스 기질 같은 것이 있다고 믿는 켈리는 이를 확실시함으로써 재발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맡겨진 단순한 임무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연구에 몰입하고 매진한다. 


그러나, 그들과 접촉하고 상담하고 관찰하면 할수록 그의 이러한 믿음은 점차 무너져내리고,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평범한 인물들, 단지 인정받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고 권력을 쥐고 싶어 할뿐인 그들의 내면을 마주하면서 큰 좌절과 불안에 빠지게 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인물류는 아니지만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 어느 곳에서든 어떤 문화에서든 누구나 이런 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충격적인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그와 가장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했던 나치정권의 2인자인 헤르만 괴링의 카리스마에 조금씩 빠져들게 된다.





이 책은 재판전까지 그들과의 상담, 재판과정 그리고 재판 이후의 켈리의 삶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있고, 또한 괴링을 비롯한 수감자들의 심리,행동 등의 이야기도 파헤치고 있다.


나치독일의 2인자답게 당당한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할 꺼라고 생각했던 괴링의 결말은 켈리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한테는 그 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갔던 켈리의 수수께끼같은 최후의 돌발상황이 더 큰 충격이다. 


저자는 2008년 어렴풋하게나마 아버지의 경력을 기억하고 있을꺼라는 실낱같은 바램을 가지고 켈리의 장남을 방문했는데, 뜻밖에도 그가 아버지의 뉘른베르크 근무기간 동안의 상담기록, 사진과 문서 등 방대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에 압도된다. 그리고 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 책이 씌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논픽션이지만 소설같은 분위기이다. 

많은 실존인물들이 나오지만 사진 한 장 없다는 사실은 조금 아쉬운데, 그 점이 더 소설처럼 느끼게 되는 작용도 하는것 같다. 


'한나 이렌트'라는 이름을 많이 들어봤고,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도 들어는 봤는데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영화 < 한나 이렌트 > 라는 영화도 갑자기 궁금해지고, 이 책의 영화도 빠른 시일내에 국내에 개봉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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