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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가다 그럼에도, 그렸다 - 일제강점기에서 전쟁까지, 한국 근대미술 대표 화가 40인 40선
박영택 지음 / 심통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의 근대미술을 소개하는 책 중 마음에 쏙 드는 또 한 권의 책을 발견했다.
한국의 근대는 시대가 시대인만큼, 글도 그림도 이런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참으로 애잔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이 책은 1910년 조선의 붕괴~1958년 현대미술의 태동기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마냥 암울하고 어두운 그림만 담겨 있지는 않다.
오히려 이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근대미술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은 바꿔 놓은 시간이기도 하다.
신문만평, 책 표지, 회화, 조각, 사진까지 다양한 장르 가운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빼어난 작품들로 한정해 싣고 있는데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김종태의 < 노란 저고리 > 라는 그림이다.
조선미전(3.1운동 이후 조선미술계의 식민지화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일제가 만든 공모전) 에 6차례나 특선함으로써 '조선 제일의 양화가'로 불렸던 김종태의 그림 솜씨는 순전히 독학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작가의 젊은 아내를 모델로 해서 그린 것으로 추청되는 이 그림은 유화물감을 사용하면서도 마치 수묵화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색감에 있어서도 조선인들이 좋아하는 원색 계열을 한복의 색채에 고스란히 담아냈고, 서명도 동양화 형식을 따른 세로 서명으로 적었다.
그는 유학파 화가들의 작품에는 기교만 있을 뿐, 조선의 고유색이 없다고 비판했다고 하는데, 그런 그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우리 고유의 미의식이 이 한 장의 그림에서도 여지없이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둥근 항아리를 연상케하는 우리네 여인의 이미지를 그린 그림과는 극을 이루는 또 하나의 작품도 눈에 띈다.
표지 자체가 굉장히 유혹적인 이 그림은 '능나도'라는 신소설의 표지 그림으로, 해방 이후에 제작된 까닭에 이전과 비교해 굉장히 자유롭고 솔직한 남녀 데이트 장면을 그리고 있다. 여성의 모습이 하도 인상적이라 조금은 관능적이고 요염해서 여성만 눈에 들어오고 자연히 처음에는 이 여성만을 담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소개글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오른쪽 구석에 누워 있는 남자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아마추어 사진작가 이해문의 < 가족 > 이라는 사진은 그의 가족들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 속 지친 하루를 보낸 엄마의 피로가 단박에 느껴지는 한편, 깨끗히 정리된 책상 위와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방의 일부를 보고 있노라면 굉장히 깔끔하고 부지런한 성격을 지닌 여성이라는 느낌이 든다.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잠에 곯아떨어진 어린 자녀와 아내를 사진에 담는 순간의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장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가난하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어린 자녀들의 자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시간을 없을 듯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국 근대미술에 더 많은 애정이 샘솟고, 좀 더 많은 작품과 작가를 알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요즘은 너무도 다양한 소재와 구성의 서양미술관련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우리나라 미술과 관련해서도 이런 좋은 책들이 앞으로도 많이 출간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