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를 풀다 - 문화 상대주의로 세상을 바꾼 인류학의 모험가들
찰스 킹 지음, 문희경 옮김 / 교양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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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문화인류학 '과 ' 보아스 학파 '는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이지만, 문화상대주의라는 개념은 살아오면서 정말 많이 들어왔다.

현대의 우리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이 '문화상대주의' 라는 개념이, 한세기 남짓 전만 해도 굉장히 파격적이고 논란의 여지를 불러 일으킬 만한 주장이었는데, 이 개념의 근간에는 보아스와 그의 뛰어난 4명의 여성 제자들이 있었다.


독일계 유대인인 문화인류학의 창시자 보아스가 생각했던 미국은 평등의 나라였다. 미국에서만큼은 유럽에서와 같은 민족주의적 갈등을 겪지 않을 꺼라 생각했지만, 그 곳에서는 오로지 '백인'과 '백인이 아닌 인종'으로만 구분할 정도로 인종적 편견이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인종차별주의자 중 한 명인 그랜트가 쓴 책은 히틀러의 반유대주의 정신의 기반이 되었다고 하는데, 나치의 인종차별법안인 '뉘른베르크법' 이 미국의 법을 모방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보아스와 제자들은 북극의 이누이트 마을, 서인도제도, 아메리칸사모아제도 등 다양한 곳에서 생활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연구한 결과, 인류는 하나의 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어느 분야든, 어느 세계든지간에 선구자들은 큰 고난과 위험을 감내해야만 하는데, 그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급진적인 이들 보아스 학파의 인물들 또한 직장도 잃고, FBI의 감시까지 받게 되고, 히틀러는 정권을 잡은 후 보아스가 쓴 책을 가장 먼저 태웠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보아스와 4명의 여성 제자들의 편지, 주변인들의 증언, 기고문, 연구노트 등을 바탕으로 그들의 치열하고 용감한 투쟁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책의 분위기는 전기문 형식을 띄고 있는데,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읽힌다. 보통, 인물에 대한 언급 부분에서는 항상, 이들은 어떤 모습의 인물이었을까..궁금하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인물 사진도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져 있다.





보아스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나 그 시대에 여성으로써 더군다나 평범한 여성이 아닌, 유색인종이거나 성소수자인 여성제자들이 그 모든 편견과 비난, 위협에 굴하지 않고 보아스 학파를 이끌고, 오늘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상대주의라는 중요한 개념을 확립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적 인물로 자리매김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 < 국화와 칼 > 이라는 책이 종종 눈에 띄어서, 너무도 유명한 책이라 함 도전해볼까 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아..이 보아스의 제자 중 한 명인 루스 베네딕트가 바로 이 책의 저자였다니 !!!


이렇게 오늘도 나는 한 권의 책으로, 또 하나의 새로운 지적 세계를 만나게 되었고, 인물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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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으로 세계사가 재밌다 - 역사학의 대가가 한 권으로 농축한 세계의 역사
니시무라 데이지 지음, 박현지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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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역사학의 대가가 한 권으로 농축한 최고의 지적 안내서 ' 라는 문구에서 사실은 조금 쫄았다. 대가가 쓴 책이라 아무래도 전문용어도 많고 수준이 높지 않을까..그런데 책이 너무 예뻐서, 앞 표지도 정말 예쁘지만 특히나 책등이 내 맘에 쏙 들어서 도저히 이 책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기 전의 내 생각.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정말 정말 쉽고 재밌게 씌여져 있다.
책을 받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책은 최근에 집필된 것이 아니라 무려 30년 간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었고, 일본 내에서는 '세계사의 클래식' 으로 불리우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무조건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서두에서 저자는 거대한 흐름과 세부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잘 엮어야 할지, 자칫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그 점을 가장 걱정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얻을 수 있었다. 세계사의 숲을 그려볼 수 있었고 동시에 나무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준,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책 !!!



도판자료가 110여컷이나 수록되어 있어,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고, 670 페이지의 완벽한 벽돌책임에도 전혀 무겁지가 않다는 점 또한 이 책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혔던 부분은 중국 역사를 다룬 내용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세계사 책들은 주로 서양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너무도 무지했던 중국 역사와 인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느낌이다.

당나라 시대에 서역과 인도를 여행한 대모험가이자 승려인 '현장' 이라는 인물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혼자 장안을 출발해서 서튀르키스탄을 거쳐 인도 각지를 유랑했는데, 그 시대에 타클라마칸 사막을 어떻게 혼자서 횡단할 수 있었는지..장안으로 돌아온 후 평생을 산스크리트어로 적힌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이 현장의 생애를 제자들이 전기로 기록했는데, 그 전기를 바탕으로 씌여진 책이 바로 < 서유기 > 라고 한다.




그 방대한 세계사 내용을 어떻게 이 한 권으로 압축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냐고 의아해할 수 있는데, 일단 읽어보시라 !! 동양으로 서양으로, 고대에서 중세로, 공자도 만나고, 칭기즈칸도 만나고, 콜롬버스도 만나고, 나폴레옹도 만나면서 신나는 시간 여행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30년 간 꾸준한 사랑을 받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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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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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자와 요 작가의 책은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읽은 책은 다 좋았어요. 이번 신간도 재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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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책세상 세계문학 12
샬럿 브론테 지음, 신해경 옮김 / 책세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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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읽었던 제인 에어를 중년이 되어서 다시 만나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렌다.
이 책은 양장제본이라 갈라질 염려 없이 맘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넘 좋았고, 심플한 디자인 덕분에 책이 한층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제인 에어가 8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완벽한 벽돌책이었다니 !!!
아무리 청소년용이라 축약본이었다고는 해도 내 기억 속의 이 책은 절대 이렇게 두껍지가 않았었는데..
아!! 정말 왠만한 고전은 완역본으로 다시 읽어줘야 하나보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알게 된 나이에 제인 에어를 다시 읽어보니, 제인 에어라는 캐릭터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당당하고, 자기 앞가림 할 줄 알고, 남자에게 자기 인생을 내맡기지 않는, 그 당시 분위기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주체적인 여성. 결코 예쁘지 않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영화에서는 미아 와시코브스카가 제인 에어역을 맡아서인지 계속 예쁜 이미지만 떠오른다.



로체스터와 제인 에어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 부분은 지금 읽으니 그닥 와 닿지는 않는다. 표현이 너무 시적이고 연극을 보는 느낌이라서 그럴까. 오히려 어린 시절 로우드 자선학교에서의 생활(구역질이 날 정도로 탄내가 나는 죽, 템플 선생님 방에서 친구와 먹었던 케잌과 커피, 전염병으로 죽음의 기운이 돌았던 회색빛의 학교 분위기..), 손필드에서 돈 한푼 없이 도망쳐 나온 후의 이야기가 훨씬 재밌다.

제인 에어에 대한 로체스터의 감정은 지금 보니 진정한 사랑이었던 듯 싶다. 아내가 있음에도 결혼을 하려고 했던 로체스터 너무 파렴치한 인간이 아닌가 !! 라는 생각은 후반부로 가서는 슬며시 없어지고, 한없이 가엽게만 느껴진다.

오히려 신앙을 내세워 제인 에어를 구속하려던 존이 너무도 이기적으로 보인다. 처음에 죽어가는 제인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 바로 이 남자라 정말이지 속이 깊고 배려심 많은 남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필요에 의해 상대방의 감정은 철저히 무시한 채 마지막까지 강요 아닌 강요를 해대다니..옆모습이 그리스 조각같다는데..잘 생기면 다야? !!!!!
암튼, 사랑에 있어서도 마지막까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제인 에어 멋지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제인 에어가 고딕 소설의 분위기를 띠고 있다는 점도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새삼 그토록 능력있던 브론테 자매의 요절이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6남매가 모두 30대 이전에 죽었으니..이런 불행한 가족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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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왕권 신화
맹성렬 지음 / 투나미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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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집필과 연구만 무려 12년, 참고문헌만 해도 130 여 페이지 !! 철저히 검증된 자료에 의해 만들어진 640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저자는 놀랍게도 역사학자도 아니고, 고고학자도 아닌 과학자이다.
단지 이집트 문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깊은 관심으로 인해, 이런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시작부터 흥미롭게 전개된다.
한 때 엄청나게 인기 있었던 소설과 영화 < 다빈치 코드 > 에서 묘사되었던 예수 종교의식과 기원을 언급함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이 소설이 출간될 당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는데, 첫 도입 덕분에 이 작품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진다.

이집트 신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래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오시리스, 이시스, 그리고 그들의 아들인 호루스는 물론이거니와 악의 신이자 호루스의 삼촌인 세트(Set), 사자의 서, 피라미드 텍스트, 히에로스 가모스, 소카 등등 내게는 조금 낯설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고대 이집트 창조 신화들은 이 세상이 원초적 물에서 솟아나온 최초의 땅과 태양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고, 당시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사실 그대로의 기록이 아니라, 신화 속 사건들이 현실로 재현되어야만 비로소 이 세상이 온건히 유지된다고 믿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죽은 왕의 장례식과 후계자의 대관식은 불가분의 관계였는데, 학계에서는 고대 이집트 왕실 종교의 핵심은 죽은 왕의 장례로 보지만, 사실은 대관식이 더 중요했다는 점, 오시리스와 관련된 장례의식은 새해 첫날 거행되는 대관식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에 따라, 죽은 왕을 미라로 만들고 오시리스처럼 꾸민 것은 죽은 왕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관식의 종교의식의 목적으로 이 왕의 미라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대 이집트 왕권 신화의 최종 목표는 히에로스 가모스, 즉 성스러운 결혼이며,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목표는 아들 호루스를 낳는 것이었다. 여기서, 호루스의 존재에 대한 다양한 버전의 해석이 꽤나 흥미롭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도 이 책에서 언급하는 대부분의 내용이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아 읽다가 중도포기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리스로마 신화에 재미를 붙인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니,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고대 이집트 신화 이야기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만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죽음과 사후세계를 중시했고, 여전히 수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파헤쳐지고 있는 그들의 종교관이 새삼 더 궁금해진다.

사진이나 삽화도 많아 눈도 즐겁다.
이집트 신화에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많은 재미를 안겨줌과 동시에, 새로운 관점의 해석에 적잖이 놀랄 수도 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단, 이 책의 옥의 티라고 한다면, 오타가 너무 많고 조사가 빠진 문구도 정말 많다는 점, 글자간 간격과 행간 간격도 잘 맞춰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무 급하게 책을 출간한 느낌마저 들 정도..
소설처럼 슥슥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라,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어내려가야 하는 인문학 서적인데 이런 부분이 정말 아쉽다.


#이집트신화 #신화해설서 #맹성렬 #고대이집트왕권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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